코로나19로 공개 연기됐던 '주디', 25일 개봉
주디 갈랜드役 르네 젤위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주디 갈랜드,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로 스타덤
4번의 이혼·약물 중독, 불우했던 개인史
영화 ‘주디’ 포스터 / 사진제공=퍼스트런

영화 ‘주디’ 포스터 / 사진제공=퍼스트런

“주디 갈랜드는 생전에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누리지 못했지만 지금 우리가 그의 유산을 기리고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축하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영웅 주디 갈랜드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할리우드의 레전드 주디 갈랜드, 영화 ‘주디’를 통해 주디 갈랜드가 됐던 르네 젤위거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르네 젤위거는 무대에서 빛나던 주디 갈랜드의 마음 속 상처와 아픔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극장가에 ‘주디’의 극장 개봉은 영화 팬들을 오랜만에 설레게 한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스타 주디 갈랜드의 일대기를 다룬다. 주디 갈랜드라는 이름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는 친숙할 것이다. 이 영화는 주디 갈랜드가 마지막 공연 무대를 준비하는 말년의 모습과 과거 유년시절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며, 동화 같은 삶을 살았을 것 같은 대스타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관객들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영화 '주디'의 르네 젤위거 / 사진제공=퍼스트런

영화 '주디'의 르네 젤위거 / 사진제공=퍼스트런

이 영화에서 주디 갈랜드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 권위 있는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르네 젤위거가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작품인 ‘제리 맥과이어’에서 그가 맡은 역할 이름이 도로시라는 것이다. 당차고 용기 있는 싱글맘 역할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르네 젤위거는 전미비평가위원회상과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너스 베티’(2000)에서 르네 젤위거는 캔자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는 베티 역으로 분했다. 자신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라고 착각하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모험을 떠나며 잃어버렸던 자아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인 ‘너스 베티'는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과도 닮아 있다. 베티와 도로시 모두 캔자스 출신이라는 것,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인 로스앤젤레스와 환상의 나라 오즈로 각각 떠나게 되는 점이 비슷하다. 이후 르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르네 젤위거는 30대 독신 여성의 로맨스를 통해 소소한 공감과 유쾌한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르네 젤위거에게 이번 오스카의 영광을 안겨준 주디 갈랜드는 어떤 배우일까.
영화 '오즈의 마법사' 스틸 / 사진제공=마운틴픽쳐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스틸 / 사진제공=마운틴픽쳐스

1922년생인 주디 갈랜드는 아역부터 시작해 1940~1950년대 전성기를 누린 할리우드 레전드다. 1935년 영화 제작배급사 MGM 오디션에 합격한 주디 갈랜드는 틴에이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앤디 하디’ 시리즈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고, 1939년 개봉한 ‘오즈의 마법사’로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맑고 독특한 목소리는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의 삽입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명곡이다. 주디 갈랜드는 이 영화로 제1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역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화려하게 빛나는 주디 갈랜드의 뒤에는 너무나 어두운 그늘이 존재하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가 만들어졌던 1930년대는 아역 배우의 인권이 유린되던 시절. 주디 갈랜드는 어머니와 MGM으로부터 ‘돈 버는 기계’ 취급을 받으며 착취당했다. MGM은 주디를 10여년간 학대했고 어머니는 이를 묵인했다. ‘오즈의 마법사’ 촬영 당시 MGM은 주디가 화면에 통통하게 나온다는 이유로 그에게 메스암페타민(히로뽕)을 먹였고, 하루 식사는 닭수프 한 그릇으로 제한했다. 또한 식욕을 떨어뜨리기 위해 하루에 담배 80개피를 피우게 했다.
주디 갈랜드

주디 갈랜드

‘오즈의 마법사’의 빅터 플레밍 감독은 주디가 상대 배우의 몸 개그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면 뺨을 때리는 등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어린 나이의 신인이 주인공이 된 것이 못마땅했던 사람들 탓에 주디는 촬영장에서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주디가 지쳐 쉬고 싶어 하면 각성제를 먹였고, 각성제로 인해 잠이 안 온다고 할 때는 다음날 촬영을 위해 다시 수면제를 먹였다. 심지어 주디는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강제로 영화관계자들에게 성접대까지 해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이 못다 이룬 스타의 꿈을 딸을 통해 완성하고자 했다.

성인 연기자가 된 후에는 주디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주변인들에게 휘둘렸다. 결혼 생활도 순탄하지 못했다. 주디는 작곡가 데이빗 로스, 영화 감독 빈센트 미넬리, 공연 프로모터 시드니 루프트, 배우 마크 헤론 등과 결혼했지만 모두 이혼했다. 주디는 당시 유부남이던 데이빗 로스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데이빗 로스는 주디를 버리고 도망갔고, 주디의 어머니와 회사는 주디를 강제로 낙태시켰다. 네 번째 남편인 마크 헤론은 심지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주디와 결혼을 한 것이었다. 주디는 마지막 남편인 미키 딘스와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969년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디 갈랜드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주디 갈랜드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디가 남긴 곡들은 주로 밝고 희망적이다. ‘오즈의 마법사’의 ‘오버 더 레인보우’를 비롯해 주디 갈랜드의 또 다른 대표작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에서 부른 ‘헤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는 수십년 동안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롤로 꼽혀왔다.

영화 ‘주디’ 속 주디 갈랜드는 공연을 두려워하면서도 무대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지게 공연을 소화해낸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또 다시 밀려오는 허무함에 괴로워한다. 무대를 두려워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가 위안을 받을 수 있던 곳은 무대였다. 대중 앞에 화려한 모습과 달리 그 뒤편에서 위태롭고 외로운 주디 갈랜드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르네 젤위거는 눈빛부터 몸짓, 그리고 노래까지, 아름답고도 불우한 삶을 살아온 주디 갈랜드를 세밀하게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르네 젤위거 역시 배우이기에 같은 배우인 주디 갈랜드를 더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주디’는 영화통합전산망 기준 25일 기준 신작 가운데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CGV 연령별 예매 분포를 보면 20대 23%, 30대 32%, 40대 25%, 50대 19% 등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관객층에게 골고루 관심을 받고 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