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제이 리(이지현) 인터뷰 /사진=최혁 기자
메이제이 리(이지현) 인터뷰 /사진=최혁 기자
"아! '프로듀스 48'에 나왔던 춤 선생님~"
"박재범 'All I wanna do'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댄서!"

메이제이 리를 보면 떠오르는 모습은 단연 짧은 단발머리에 걸크러쉬 매력을 뿜어내는 '춤꾼'의 모습이다. 작지만 탄탄한 체구에서 나오는 그의 에너지는 춤을 꿈으로 삼는 많은 이들에게 목표이자 표본이 되고 있다. 그런 메이제이 리가 몸 담았던 안무팀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국내 유수의 스타 안무가들이 소속돼 있고, 전 세계 200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그곳에서 메이제이 리 역시 초창기부터 함께한 멤버로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어릴 때부터 무대에 오르는 것을 좋아했지만 춤과의 인연은 그리 빨리 찾아오지 않았다. 메이제이 리는 "어렸을 적 가수 보아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춤을 추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다. 당시에는 안무가라는 디테일한 직업을 희망한 것도 아닌, 그냥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엄마한테 대뜸 '춤을 추고 싶다'고 고백했다"며 웃었다.

그렇게 무작정 춤과의 사투가 시작됐다. 메이제이 리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인 레슨을 딱 10번 받고 입시를 쳤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매 레슨 때마다 죽기 살기로 메모하고 녹음까지 했다. 그 이후에 다행히 대학에 합격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나니 내가 그 세계를 너무 모르더라. 라킹이나 스트릿 장르에 빠삭한 애들이 많았는데 나는 딱 한 가지 안무만 외워서 간 거였으니 애들보다 배로 노력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씩씩하고 야무진 그였다. 메이제이 리는 "늦게 배우기 시작한 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다른 애들은 단지 나보다 먼저 시작한 것 뿐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더 자극이 됐다. 결국 마지막 학기에 1등을 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전했다. 그 과정에서 메이제이 리는 Tappers라는 탭댄스 팀을 만나 탭댄스와 스트릿 댄스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도 했다.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았다. 아르바이트와 고시원 생활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메이제이 리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댄서들이 힘든 건 대부분 이런 이유인 것 같다. 나 역시 생계가 힘들지만 좋아하는 거니까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해 아르바이트와 수업을 병행했다. 심지어 원밀리언에 들어가고도 초반에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고백했다.

힙합, 스트릿 댄스 위주로 춤을 춰오던 메이제이 리는 우연한 계기로 이를 연기와 접목할 수 있는 안무 쪽으로 눈을 뜨게 됐다. 그는 "친구의 추천으로 춤과 연기적인 요소가 함께 있는 안무 장르를 접하게 됐다. 저스트절크 친구들이랑 같이 연습을 하면서 유행하는 안무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안무는 춤과 함께 가사 표현도 되기 때문에 연기적인 부분까지 만족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프듀' 춤 선생님 메이제이 리, 배우 이지현으로 출발점에 서다
메이제이 리의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창작 능력은 트와이스 '낙 낙(Knock Knock)', 박재범 '올 아이 워너 두(All I wanna do)', 헤이즈 '널 너무 모르고', 효민 '입꼬리' 등의 안무로 빛을 발했다. 'worth it' 안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훌쩍 넘겼다. 뿐만 아니라 동글동글한 귀여운 인상에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미 넘치는 체격을 지닌 그는 Mnet '프로듀스 48'의 댄스 멘토로도 대중에 각인을 시켰고, 스포츠 브랜드 및 자동차 등 각종 광고에서도 활약했다.

그런 메이제이 리가 지난해 돌연 원밀리언을 떠났다. 그해 9월 경부터 족저근막염을 앓았고, 점차 부상이 심해진 게 치명적인 이유였다. 메이제이 리는 "원밀리언을 나오기로 결정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오랫동안 일했던 곳이고, 많은 걸 이룬 장소이기도 했다. 또 춤을 배우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열정도 좋았고, 그들을 가르치는 것도 보람됐다. 나 역시 원밀리언 안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결정하기 쉽지 않았는데 일상생활이 불편해지는 걸 느끼니 그래도 나를 먼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상 외에 '인간 이지현'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고. 메이제이 리는 "안무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다고 느꼈다. 수많은 초창기 멤버들이 노력을 했지만 팀을 대표하는 인물 외에는 스스로의 능력을 가지고 진출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면서 "부상이 심해지니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런 내 자신을 보면서 더더욱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원밀리언을 나오기 직전까지도 그는 부상을 참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고 했다. 메이제이 리는 "일 욕심이 많은 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일정은 전부 무리해서 진행한 것이다. 일이 계속 들어오는데 놓을 수가 없어서 원밀리언을 나온 것 같기도 하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안무가 메이제이 리로서는 발전할 수 있겠지만 인간 이지현으로서는 정체된 느낌을 받았다. 댄서로서는 계속 성장해나가고 좋은 브랜디드의 안무를 할 수 있어서 좋지만 그건 단편적인 것이라 봤다.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정체됐다는 느낌을 씻을 수가 없었다. 내 자신을 많이 해친 것 같아서 더이상은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원밀리언을 나온 이후의 시간을 메이제이 리는 '인생 참교육의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마음이 여린 편이다 보니 종종 멘탈이 깨질 때가 있는데 이번에 정말 와장창 깨져버렸다. 하던 일이 갑자기 뚝 끊겼고, 앞으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 달 이상 춤을 안 춰봤다. 항상 춤을 추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찾았는데 그마저도 못하니까 정말 힘들더라"며 "이번 고비를 넘기면서 무슨 일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강단이 조금 생겼다"고 했다.
[인터뷰+] '프듀' 춤 선생님 메이제이 리, 배우 이지현으로 출발점에 서다
이제 메이제이 리는 배우 이지현으로 다시금 대중 앞에 선다. 첫 작품은 '찍덕(사진 찍는 덕후)'과 '홈마(홈페이지 마스터)'의 이야기를 다룬 웹드라마 '덕생일지'다. 메이제이 리는 "악역이라서 했다"면서 "사람들이 나한테서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연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영화 '최종병기 활'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독특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비록 영화에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지만 직접 지원을 하고, 땡볕에서 고생을 하며 얻은 값진 경험이었다며 밝게 웃는 메이제이 리였다.

연기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는지 묻자 그는 "영화 '라라랜드'를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탭댄스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춤을 췄다"면서 "한국에서도 좋은 댄스 영화가 나와서 해당 배우로 나를 떠올려줬으면 좋겠다. 발이 건강해지면 액션영화도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춤과 마찬가지로 연기도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단계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꾸준히 배우 이지현 역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춤 추는 메이제이 리, 연기하는 이지현 중 어떤 모습을 기대해야 할까. 메이제이 리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가지를 가져간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난 여전히 춤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유튜브 등으로 소통을 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연기는 이제 시작하는 지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채워가다보면 지금껏 춤을 춰온 것처럼 한 발씩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춤 선생님' 이미지요? 제게 숙제일 수도 있지만 춤추는 사람은 춤만 춰야한다는 틀을 깨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배우로 열심히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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