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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사상 최악의 생방송 사고
시청자 투표 집계 지연으로 우승자 없이 종영
35.7% 대박 시청률, 신뢰도는 바닥
특별 생방송서 집계 방식 설명 총력
시청자 납득시키기엔 역부족
'미스터트롯' 포스터 /사진=TV조선 제공
'미스터트롯' 포스터 /사진=TV조선 제공
이쯤 되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결과의 당락을 좌우하는 시청자 투표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라 할 수 있겠다.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더 없이 좋은데, 불신을 사는 주된 요소이기도 하니 손에 쥔 채로 이도 저도 못하는 형국이다.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신뢰도가 투표수 조작 혐의로 바닥까지 떨어진 가운데, TV조선 '미스터트롯' 역시 실시간 투표수 집계과정에서 크나큰 오점을 남겼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미스터트롯' 결승전은 35.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종합편성채널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트로트 장르, 종편 채널의 한계를 딛고 전무후무한 기록을 쓴 '미스터트롯'이다. 그런데 당일 놀라운 시청률에 맞먹는 역대급 방송사고가 벌어졌다.

최종 7인의 순서가 모두 공개되는 결승전이었지만 그 누구도 순위를 알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실시간 문자 투표에 773만 1781콜이 단 시간에 몰리면서 서버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고, 결국 생방송 중 투표 집계 완료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렇게 '미스터트롯'은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로 우승자를 발표하지 못한 채로 방송이 종료됐다.

이후 제작진은 특별 생방송을 편성해 최종 순위를 발표하기로 했다. 당초 일주일 뒤를 기약했던 '미스터트롯'이었지만 거센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아들인 듯 입장을 바꿔 이틀 뒤로 일정을 조정했다. 시청자들의 긴 기다림을 고려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예상 시일보다 빠르게 복구를 끝마쳤다고 했지만, 이미 불신은 쌓일대로 쌓인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투표 결과를 알지 못한 채 방송이 종료되면서 '실시간 투표'라는 의미는 이미 퇴색됐다. 제작진과 문자 투표 업체가 공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더라도 투표 집계는 사실 상 프로그램이 종영한 뒤 이뤄진 것이었다. 더불어 '미스터트롯'은 결승을 앞두고도 일부 참가자 편애 논란이 불거지며 한 차례 공정성 의심을 받은 바 있었다.
[이슈시계] 오디션 프로 '시청자 투표'의 늪…시청률은 대박, 신뢰는 쪽박
시청자들의 불신은 곧 '데이터 공개 요구'로 이어졌다. 결승전에서 중간 점수가 공개된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마스터 점수'를 전부 공개하라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미스터트롯'의 최종 순위는 4000점으로 마스터 총점(50%) 2000점과 대국민 응원투표(20%) 800, 실시간 국민투표(30%) 1200점으로 결정된다. 중간 점수는 이중 실시간 투표를 제외한 마스터 총점과 대국민 응원투표를 합산해 매겨진다. 그 결과 1위는 이찬원, 2위는 임영웅, 3위는 영탁이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마스터 총점이 최고, 최저점만 공개된 것에 의문을 품었다. 굳이 마스터들의 중간 점수는 배제한 이유를 알기 어렵다는 것. 이들은 1위 이찬원과 2위 임영웅의 마스터 최고, 최저점만 봐도 임영웅의 합산 점수가 더 높다며 중간 점수까지 모두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 불신이 지속되기 때문일까. '미스터트롯'은 최종 순위를 발표하는 특별 생방송에서 집계 방식에 대한 설명을 쏟아냈다. MC 김성주는 중간 중간 "이해가 되셨을지 모르겠다"며 수학 강사처럼 되묻기도 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1위가 1200점을 받고, 나머지 순위는 1위의 득표율에 비례해 산정하는 방식이었다. 각각의 득표율을 1위의 득표율로 나눈 다음 1200점을 곱하면 각자의 점수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1위 득표율까지 먼저 공개하며 '공정'을 강조했다. 1위의 실시간 국민투표 득표율은 1,374,748표로 25.32%였다.

앞서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수 조작 논란으로 대중의 시선이 민감하게 작용하는 상황이기에 김성주는 더욱 집계 방식 설명에 공을 들였다. 빠르게 순위를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김성주는 "소수점 세 자리에서 반올림해 소수점 두 자리까지 점수화했다. 이후 로우 데이터(raw data)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슈시계] 오디션 프로 '시청자 투표'의 늪…시청률은 대박, 신뢰는 쪽박
최종 순위는 중간 순위와는 사뭇 달랐다. 중간 순위에서 1위였던 이찬원은 3위가 됐고, 2위였던 임영웅이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기존 3위였던 영탁은 2위를 차지했다.

김성주가 열심히 설명했지만 또 다른 불신이 생겨났다. 실시간 문자투표 773만 1781콜 중 오탈자나 특수문자, 이모티콘이 사용된 문자는 무효처리가 됐다는 설명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무효처리된 표는 무려 230만 2881표에 달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문자 투표 당시에는 무효표 기준에 대한 사전 설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나 '미스터트롯'은 전부 높은 화제성 혹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충성도를 기반으로 한다는 특성 상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번 '미스터트롯' 사태로 오디션 프로의 공정성 논란은 재차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시청자들에게 생겨난 의심의 눈초리는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수학 강의를 하듯 공들여 자신들이 만든 집계 기준을 설명하기에 앞서 사상 최악의 방송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우선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투표해달라는 말에 지친 시청자들은 이제 "우리는 공정합니다"라는 말보다는 "우리는 이렇게 달라졌습니다"를 더 원하고 있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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