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노지훈 /사진=빅대디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스터트롯' 노지훈 /사진=빅대디엔터테인먼트 제공
"힘든 경연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팬분들 덕분이에요.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분들인데 매 무대 때마다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팬카페에 응원의 글을 남겨주셨죠. 아낌없이 보내주는 그 응원이 고마워 댓글을 다 보는 편인데 덕분에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어요. '이게 무슨 트로트냐 발라드지'라는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그걸 한 번에 이겨주는 댓글이 바로 '트로트가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역시 노지훈이다'였어요."(웃음)

평소 팬들이 남긴 댓글을 대부분 확인한다는 노지훈은 가장 인상 깊었던 댓글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서울체고 축구부에서 골키퍼로 활약하며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를 거쳤고, 2010년 20대 초반의 나이로 MBC '위대한 탄생'에 출연했다. 이후 솔로 가수로 노력을 거듭하다 트로트 가수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지난 1월 TV조선 '미스터트롯'을 만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신의 노래를 사랑해주는 이들의 손을 꼭 잡을 수 있는 트로트계 신예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 과정에서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신을 똑 닮은 아들을 품에 안기도 했다. 1990년생인 노지훈은 이제 막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어쩐지 지난 날들이 범상치 않다.

쉼없이 달려온 자신을 돌아보며 노지훈은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꿈, 목표에 있어서는 절대 나태하게 살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내 "한편으로는 너무 열심히만 살았던 것 같다.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천천히 올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나의 10, 20대를 봤을 때 안쓰럽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그런 노지훈에게 있어 '미스터트롯'은 큰 전환점이 됐다. 트로트 가수로 첫 발을 내딛었던 그가 대중 앞에서 가능성을 증명하는 자리이자, 치열하게 부딪히고 고민하며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다지는 자극이었다. '미스터트롯'에서 노지훈은 아쉽게 준결승전 직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트로트 가수로서의 자신을 각인시키는 것은 제대로 성공했다. 도발적인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던 홍진영의 '오늘 밤엔'을 시작으로 아내 이은혜를 향한 진심을 담은 김정수의 '당신', 익살스러움을 더한 파격적 도전이 돋보였던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아낌없이 펼쳤다.

그럼에도 탈락에는 아쉬움이 크다는 노지훈이었다. 그는 "떨어지고 나서 나의 마지막 방송까지 2~3주의 시간이 있었다. 더 보여드릴 모습과 무대, 노래가 많아서 정말 매일 매일이 아쉽더라. 그런데 막상 방송이 나가고 굉장히 많은 분들이 같이 아쉬워해주고 또 잘했다고 격려해주시는 걸 보니 '내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위로가 됐다"고 털어놨다.

물론 경쟁을 거듭하는 경연의 특성상 프로그램 내내 에너지 소비도 심했다고. 노지훈은 "경연 스케줄이 타이트하다. 앨범 발매 같은 경우는 한 무대를 위해 몇 개월에서 몇 년도 걸리는데 짧은 시간 안에 경연 무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컸다. 또 30대가 돼서 그런지 연습하는 것도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밥을 제때 먹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평소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데 초콜릿 같은 간식까지 먹고 있더라"며 웃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보안 유지'였다. 노지훈은 부득이 지인의 연락을 모른 척 해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탈락하고 방송이 나가기 전이었는데 주변 사람들한테 계속 연락이 왔다. 준결승전 날짜를 나보다 더 잘 알더라. '잘 하고 있지'라면서 연락이 오는데 그 메시지를 읽지 못했고, 당연히 답장도 못했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고충이 있었다. 그래서 방송이 나가니 오히려 그런 부분은 홀가분했다"고 밝혔다.
'미스터트롯' 노지훈 /사진=빅대디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스터트롯' 노지훈 /사진=빅대디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미스터트롯'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노지훈은 딱 하나, '노지훈표 트로트'에 대한 꿈을 품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나만의 트로트,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트로트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경연이 물론 순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하는 트로트를 보여드리자는 목표로 나갔다"면서 "막상 나가보니 정말 멋있는 분들이 많더라. 역시 트렌디한 트로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 그런 분들이 모였기에 '미스터트롯'이 잘 됐고, 결국 같이 만들어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노지훈은 경연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틀을 깨부수기도 했다고 말했다. 늘 섹시하고 멋있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던 그가 고관절을 흔드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바로 그것. 노지훈은 "제작진들이 내게 '멋있는 건 알겠는데 틀이나 유리 같은 게 있다'면서 '이걸 보여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하더라. '내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곰곰히 생각하던 끝에 그런 퍼포먼스를 생각하고 무대 위에서 보여드렸다. 틀을 깨기 위해 많은 걸 내려놓고 한 무대였다"고 말했다.

실제 무대를 통해 얻은 경험은 무엇보다 값졌다. 노지훈은 "무대를 하고 나니 정말 그런 틀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더라. 그 전까지는 못 느꼈다. 내게는 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대를 하고 나니 '아 이걸 부쉈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유쾌하게 재밌게 봤다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망가져도 괜찮구나'라고 생각하고 무대를 했다. 많은 걸 느낀 무대라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더 넓은 의미에서 노지훈에게 트로트는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운명' 같은 존재였다. 트로트와 손을 잡기 전과 후, 그의 삶은 확연히 달랐다. 노지훈은 "솔로 댄스 가수를 할 때는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조금은 다른 음악을 할 수도 있었는데' '이 노래로 더 평균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었는데' 등의 고민들이 있었다. 그런데 트로트를 하고 나서는 오히려 너무 길을 잘 찾았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잘 선택했다'라는 지지도 많이 받았다. 특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이 전에는 아이돌 포화 상태이다보니 솔로 아티스트로 무대를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트로트로 전향하니 오히려 더 많아지더라. 팬분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원래 무대를 보면서 박수만 쳤는데 이제는 흥에 넘쳐서 춤을 추시는 분들도 있다. 스킨십도 굉장히 자연스럽고 열광적으로 표현해주신다. 그러니 나도 더 다가가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미스터트롯' 노지훈 /사진=빅대디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스터트롯' 노지훈 /사진=빅대디엔터테인먼트 제공
노지훈은 팬들과 더 가깝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신을 '뻔뻔해졌다'고 유쾌하게 전했다. 그는 "댄스 가수를 할 때는 팬들과의 자리에서 '악수를 해도 되나'라면서 소통에 있어 눈치를 많이 봤다. 그러나 지금은 '누나'라고 하거나 이름을 부르는 등 다소 뻔뻔해졌다. 조금은 뻔뻔하게 다가가도 되는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미스터트롯'으로 대중에 한 발짝 다가간 노지훈은 이제 더 활발한 소통을 기대했다. 듣고 싶은 말은 '남자 홍진영'이었다. 이유를 묻자 그는 "홍진영은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팬들과의 소통 면에서도 굉장히 배울 점이 많다. 젊은 친구들과는 게임 방송이나 SNS 등으로 소통하고, 연령대가 있는 분들에게는 현장에서 무대 매너나 퍼포먼스로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선다"며 감탄했다.

끝으로 노지훈은 팬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표했다. 그는 "팬들이 '세상에 노지훈이라는 친구를 알리고 싶었는데 '미스터트롯'을 계기로 알려져서 고맙다. 노래 불러줘서 고맙다. 노지훈이라는 가수를 응원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준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 정말 뭉클했다"고 했다. 이어 "과거 솔로 활동을 할 때는 소통하는 법을 잘 몰라서 못 했다. 그런 부분이 죄송하다"면서 "앞으로는 무조건 팬들과의 소통 위주로 활동할 거다. 엔터테이너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드릴 거다. 트로트 가수에 대한 선입견들을 더 허물고 싶다"고 다부진 목표를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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