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 오브 더 솔:7'으로 윤곽 드러낸 '영혼의 지도'…차트 줄세우기
"고통도 내 피와 살"…BTS, 진정한 나를 찾고 '소명'을 말하다
"두렵잖을 리 없잖아 / 다 괜찮을 리 없잖아"(타이틀곡 '온' 중)
"키가 커지면 그늘이 길어진다.

부담감과 허탈함 없이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방탄소년단 RM, 지난해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발매 기자간담회 중)
2013년 중소기획사 출신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일곱 청년은 이제 스타디움 투어를 매진시키고 그래미 무대에 서는 '월드스타'가 됐다.

부단히 기적을 써낸 7년이었지만 마냥 즐겁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누구도 도달 못한 정점까지 날아오를수록, 외부에 보여줘야 하는 자기 모습이 거대해질수록 혼자 견뎌야 할 부담감과 두려움은 커졌을지 모른다.

방탄소년단이 21일 전 세계에 공개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은 그런 자신의 내면과 7년간의 여정을 들여다보고 써 내려간 자서전 같다.

빛나는 영광과, 이에 모순된 내면의 그림자를 모두 자기 정체성으로 껴안으며 온전한 '나'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맵 오브 더 솔' 연작 주제인 '영혼의 지도'가 윤곽을 드러냈다고도 할 수 있다.

"고통도 내 피와 살"…BTS, 진정한 나를 찾고 '소명'을 말하다
◇ '나는 누구인가'에서 "제 발로 들어온 아름다운 감옥"까지
새 앨범에서는 내적 성장 서사를 염두에 둔 듯한 구성을 눈여겨볼 만하다.

'맵 오브 더 솔' 연작 시작을 알린 RM의 '인트로 : 페르소나'가 이번 앨범에서도 서두에 나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비롯해 전작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 수록곡 4곡이 이어진다.

앨범은 익숙한 방탄소년단의 밝은 외면을 보여주는 듯했다가, '창작의 고통'을 술잔으로 들이키는 '디오니소스'(Dionysus)를 거쳐 차츰 분위기를 튼다.

슈가 솔로곡 '인터루드 : 섀도'는 우리가 몰랐던 방탄소년단의 내면 속 어둠으로 들어가는 이정표와 같다.

"가장 밑바닥의 나를 마주하는 순간 / 공교롭게도 여긴 창공이잖아"라는 가사는 이들이 그간 겪은 성공의 무게를 짐작하게 하고, 마치 '그림자'가 얘기하는 듯한 "나는 너고 너는 나야 알겠니"하는 구절은 그 무게의 필연성을 시사한다.

어린 나이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7살에 데뷔한 막내 정국은 솔로곡 '시차'에서 "나도 모르게 커버린 어린 나"를 들여다본다.

친구들이 지하철을 타는 동안 '비행모드'인 그는 언젠가 '나의 시간대'를 찾을 수 있을지 자문한다.

트로이 시반이 작업에 참여한 '라우더 댄 밤즈'(Louder than bombs)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아픔'을 접하며 슬픔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이에 교감해 나갔는지를 몽환적 일렉트로 팝 사운드 위에서 노래한다.

두 번째 전환점은 앨범 정중앙 11번에 배치된 타이틀곡 '온'(ON)이다.

"한 발자국 떼면 한 발자국 커지는 섀도"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길이 "제 발로 들어온 아름다운 감옥" 같은 역설적 위치임을 직시하고 자신을 다 던지겠다고 이야기한다.

"Bring the pain(고통을 가져와) / 모두 내 피와 살이 되겠지"('온 중)
이날 공개된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에서도 멤버들은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모두 받아들여 단단해진 내면을 상징하듯 마칭밴드, 댄서들과 함께 카리스마 있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고통도 내 피와 살"…BTS, 진정한 나를 찾고 '소명'을 말하다
◇ 방탄소년단 '리부트'…시작점에서 되새긴 소명과 동료애·팬 사랑
앨범 후반부엔 다채로운 솔로·유닛곡이 이어지며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일상 속에서 위로를 얻고, 때로는 동료와 팬에게 기대며 다시금 힘을 내는 방탄소년단을 엿볼 수 있다.

래퍼 라인은 강렬한 유닛 곡 '욱'(UGH!)에서 "나는 악의에 가득 찬 분노에 분노해"라며 상처 속에서 응축된 감정을 터트리고, 보컬 라인은 서정적인 '00:00'(제로 어클락)에서 "아주 잠깐 숨을 참고 오늘도 나를 토닥여"라고 되뇐다.

1995년생 동갑내기 지민과 뷔 듀엣곡 '친구'에선 고락을 같이한 멤버들의 동료애를 "언젠가 이 함성 멎을 때 stay / 내 옆에 함께 있어줘" 같은 가사에서 엿볼 수 있다.

벅차오르는 팝 록(Pop Rock) 사운드가 곡의 메시지를 배가하는데, 지민이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RM과 슈가의 유닛 곡 '리스펙트'(Respect)에서도 오랫동안 함께 걸은 두 래퍼의 자연스러운 대화 속 '합'이 눈길을 끈다.

진은 솔로곡 '문'(Moon)에서 팬클럽 '아미'에 대한 마음을 달의 시점에서 바라본 지구에 빗댔다.

"모두들 내가 아름답다 하지만/ 내 바다는 온통 까만 걸 / 꽃들이 피고 하늘이 새파란 별/ 정말 아름다운 건 너야"('문' 중)
앨범의 대미는 서정적 선율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 '위 아 불릿프루프 : 디 이터널'(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이라고 할 만하다.

"내게 돌을 던져/ 우린 겁이 없어"하는 가사는 2013년 데뷔 앨범 수록곡 '위 아 불릿프루프 Pt.2'를 변주한 것으로, 월드스타가 된 현재에도 손을 맞잡고 "또 겨울이 와도 / 누가 날 막아도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데뷔 초기작을 가지고 와 자신들의 '근원'을 되새기는 것은 타이틀곡 'ON'에도 녹아있다.

미니 1집 'O!RUL8,2?'의 타이틀곡 'N.O'와 대응을 이루는 제목이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리부트(Reboot) 콘셉트를 적용해 방탄소년단의 데뷔 초 '학교 3부작' 앨범을 차용 및 재해석함으로써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서 방탄소년단은 엔터테이너로서 페르소나에 그치지 않고, 내면의 흔들림과 이를 사명감으로 극복하는 과정까지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면서 자신들의 강점으로 꼽히는 '진정성'을 다시 한번 대중에 전한다.

호응도 뜨겁다.

타이틀곡 '온'은 오후 9시 기준 멜론·지니뮤직·벅스뮤직·플로·소리바다 등 전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멜론, 벅스뮤직, 소리바다의 경우 1∼13위까지 모두 방탄소년단 신보 수록곡이 차지한 '차트 줄세우기'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