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클로젯’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클로젯’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삐그덕 끼익.”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는 벽장 문이 열리면 벽장과 연결된 어둠의 세계인 ‘이계’로 아이가 빨려 들어가 사라진다. 영화 ‘클로젯’은 기괴한 소리와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귀신 등 점프 스케어를 곳곳에 집어넣어 공포감을 끌어올렸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하정우 분), 엄마가 죽은 후 어두워진 딸 이나(허율 분)는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간다. 워커홀릭 건축가 상원은 그동안 아내에게 전적으로 육아를 맡겨왔던 터라 이나를 돌보는 일에 서툴다. 새로운 집에서 이나와의 관계를 개선해보려 노력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이나는 새 친구가 생겼다면서 방에서 누군가와 말을 하고, 낡은 인형을 애지중지하는 등 이상 행동을 한다. 상원도 늦은 밤 이나의 방에서 기분 나쁜 바이올린 소리와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이나는 점점 예민해져가고 상원은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상원이 공사 상황을 확인하러 현장에 나간 사이, 이나는 흔적도 없어 사라져버린다. 상원의 사연을 시사 프로그램으로 접한 경훈(김남길 분)이 그를 찾아온다. 경훈은 이나뿐만 아니라 실종된 아이들이 벽장으로 사라진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클로젯’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클로젯’ 스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클로젯’은 배우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이 공동제작을 맡았고, 이들의 대학동문이자 졸업작품을 함께한 김광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벽장을 소재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은 관객들을 좀 더 쉽게 ‘공포’로 몰입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익숙하고 아는 공포라는 점에서 취약하다.

영화는 동서양의 정서를 섞어 기묘한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상원의 집은 유럽풍인데 경훈의 퇴마 의식은 동양적이다. 집안에 있는 소품들도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들이 섞여있다. 둘에서 오는 이질감과 어긋남은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높인다.

영화는 방치, 학대로 인해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보살핌과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 의도는 좋았으나 깊이 있게 이 문제를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배우 하정우와 김남길의 브로맨스 케미는 소소한 웃음을 유발한다. 진지하다가도 금세 능청을 떠는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코미디 장르에서 이 둘의 호흡을 다시 보고 싶어진다. 상원의 딸 이나 역의 허율과 실종 아동 명진 역의 김시아는 특출난 연기를 보여준다. 두 아역배우는 순수하고도 섬뜩한 얼굴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클로젯’은 오는 5일 개봉. 러닝타임 98분. 15세 관람가.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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