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지난해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 배우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 배우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또 다시 수상 이력을 추가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열 알버트홀에서 열린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한국영화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2018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제는 ‘기생충’의 웬만한 시상 소식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봉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멀리서 왔다. 여기 참석한 이들 중 내가 제일 먼 곳에서 온 거 같다”며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훌륭한 영화들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줬던 배우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같다. 5년 전부터 저와 함께 이 영화를 고민한 곽신애 대표에게도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각본상을 받은 후에 봉 감독은 “‘기생충’은 외국어로 쓰인 만큼 이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쓴 대사를 훌륭하게 펼쳐 준 배우들에 감사한다. 배우들의 표정과 보디 랭귀지는 공통의 언어”라고 말했다. 또한 “나는 항상 카페에서 글을 쓰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로열 앨버트 홀에 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 배우 이정은, 한진원 작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곽신애 대표, 배우 이정은, 한진원 작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저력을 과시해왔다. 무려 53개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고, 시드니 영화제(최고상), 로카르노 영화제(엑설런스 어워드 송강호), 밴쿠버 영화제(관객상) 등을 비롯해 16개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가져갔다.

영화제 외에도 해외에서만 약 30여 개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수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전미 비평가위원회(외국어영화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송강호), 필라델피아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워싱턴DC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제9회 호주 아카데미(작품상), 미국영화연구소(AFI 특별언급상),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 각본상) 등에서 주요 부문의 상을 싹쓸이해갔다.

이번에 ‘기생충’이 상을 가져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1947년 설립된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가 주최하는 행사로, 영미권 최고 권위의 영화제 중 하나다. 영국과 미국 영화 구분 없이 진행되는 만큼 곧 열릴 미국 아카데미상의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가져갔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사진제공=AMPAS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사진제공=AMPAS
‘기생충’은 이제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도전한다. 이번 아카데미에 ‘기생충’은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감독상·각본상·미술상·편집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영화가 아카데미상 공식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최초인 데다 무려 6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다는 점은 수상 여부를 떠나 이미 새 역사를 썼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영어권 영화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여온 할리우드이기에 “작품상 수상은 어려울지 모르나 국제영화상, 감독상 부문 수상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칸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에 영국 아카데미까지 역사를 써온 ‘기생충’. 전 세계 영화인들의 꿈, 오스카라는 고지가 바로 눈앞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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