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KBS2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가 오직 배우들의 열연으로만 완성됐다. 지난 23일 종영한 ’99억의 여자’는 극 초반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조여정과 정웅인, 오나라 등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았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와 산으로 가는 스토리는 답답함을 안겼다. ‘절망적 현실을 견디며 살던 여자가 현금 99억을 손에 쥔 후 현실과 맞선다’는 제작 의도와도 다르게 흘러갔다. 결국 ’99억의 여자’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깝다는 혹평을 들었고, 마지막까지 통쾌함 대신 묘한 찝찝함을 남겼다. ’99억의 여자’는 조여정, 정웅인, 김강우, 오나라, 이지훈 등 주연은 물론 길해연, 서현철, 김도학 등 조연까지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드라마였다.

’99억의 여자’ 최종회는 정서연(조여정 분)과 레온(임태경 분), 강태우(김강우 분)의 대치로 시작됐다.

레온은 자신의 비밀 계좌 비밀번호가 들어있는 칩을 훔친 정서연을 보며 “날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준 천사가 99억을 가져간 사람이었다니”라며 웃었다. 정서연은 레온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위기의 순간, 강태우가 등장했다. 레온은 99억이 든 가방을 건네며 “그렇게 원하던 돈이다. 이 가방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서연 씨가 돈을 선택하면 강태우 씨는 빨리 죽여주겠다. 날 실망시킨다면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정서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훔치고 속이고 빼앗고 그러다 사람들이 죽었다. 액수가 커질수록 망가지기 쉽다고 했었다. 욕심에 잡아먹히는 건 액수랑 상관없다. 난 더이상 괴물 같은 건 되지 않을 거다”라며 돈가방을 닫았다. 그때 홍인표(정웅인 분)가 수제 폭탄을 들고 나타났다. 죽은 줄 알았던 홍인표의 등장에 모두가 놀랐고, 홍인표는 “죽은 사람을 다시 보다니 여기가 천국일까요, 지옥일까요”라며 조롱했다.

강태우는 홍인표가 지닌 폭탄을 넘겨받았고, 홍인표는 돈가방을 챙겨 정서연의 손을 잡고 도망쳤다. 정서연은 홍인표에게 “그만 잡아도 된다.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저 돈 갖고 당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아라. 제발 상관하지 마라”고 외면했다. 홍인표는 정서연에게 계속 집착했고, 정서연은 “가고 말고는 내가 결정한다”며 돈세탁 전문가의 명함을 내밀었다. 빠르고 확실하게 처리해준다는 정서연의 말에 홍인표는 정서연의 손을 놓고 떠났다.

강태우는 “내가 여기에 온 걸 윤희주(오나라 분) 이사장이 알고 있다. 며칠 전 남편 이재훈(이지훈 분) 죽인 걸로 모자라 보안팀장을 죽일 거냐”고 웃었다. 레온은 강태우의 태도에 “만용은 여기까지 허락하겠다”고 답했다. 강태우는 “다음엔 진짜 폭탄을 들고 만나자”고 응답하며 정서연과 함께 떠났다.

정서연은 강태우에게 “이 모든 일들을 이젠 정말 끝내고 싶다. 다른 방법이 없다. 꼭 되게 할 거다”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강태우는 미소 지으며 “누군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서연 씨는 어렸을 때도 포기를 모른다고 했다. 늘 버티고 결국은 이겨낸다고”라고 했다. 정서연은 “그건 저나 태우 씨나 비슷하네요 남들이 말려도 끝까지 고집 피우는 거”라고 대답했다. 강태우는 “다 해결되면 죄책감 같은 거 잊고 떠나라”고 말했고 정서연은 “그날이 온다면 같이 떠날래요?”라고 물었다.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레온은 윤희주에게 투자 클럽의 얼굴 마담을 하라며 협박했다. 윤희주는 “내 남편을 죽여놓고 얼굴 마담을 하라고? 살인자”라고 비웃었다. 레온은 “따님 이름이 유리(옥예린 분)라고 했던가. 곰인형이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라고 딸 유리를 언급했다. 윤희주는 금지옥엽 외동딸을 데리고 협박하자 딸의 안전을 확인했다. 레온은 “사람의 가장 약한 걸 쥐고 흔드는 거, 그게 내 능력”이라고 했다. 윤희주는 “내 딸 건들면 찢어 죽일 거다”라고 분노했다.

윤희주는 투자 클럽을 대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투자 설명회 당일 레온의 정체를 밝히며 “3년 전 투자 사기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회사가 부도가 날 거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은 떠났고, 윤희주 역시 “유리 옆에 있어야겠다. 서연이 네가 저 놈 숨통 끊어줘”라고 말했다. 정서연과 강태우는 일부러 레온에게 “넌 이제 빈털터리야”라며 자극했고, 레온이 칩으로 비밀 계좌에 접속하는 순간 김석(영재 분)이 이를 해킹했다. 정서연은 “해외 계좌에 있는 모든 돈이 사라질 거다. 찾을 수 없는 미궁 속으로”라며 비웃었다. 레온은 계좌에 접속하려 했지만 김석이 해킹해 접속이 불가능했다. 레온은 “내 돈 전부를 날려버린 거냐”고 분노했고, 정서연은 “너는 돈 버러지다. 자기 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갉아먹는 벌레”라고 레온을 저격했다. 그 말에 화가 난 레온은 총을 쐈고, 정서연은 배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돈을 세탁하고 떠나려고 했던 홍인표는 정서연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정서연을 보고 울부짖었고 레온에게 달려들었다. 레온은 홍인표에게 총을 쐈고, 홍인표도 레온을 공격했다. 강태우는 레온에게 총을 겨눴지만, “살인자가 되면 안 된다”는 정서연의 만류에 “경찰에 넘기겠다”고 총을 내려놨다. 하지만 치명상을 입은 레온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홍인표는 세상을 떠났고, 강태우는 비리 경찰의 누명을 벗고 복직됐다. 치료를 받고 회복한 정서연은 한국을 떠나 타히티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떠나기 전 윤희주에게 홍인표가 세탁하려 했던 99억을 남기고 어려운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홍인표는 죽기 직전 정서연에게 99억 계좌가 있는 USB를 남긴 상태였다. 강태우는 공항으로 가서 정서연을 붙잡았다. 그는 정서연을 안으며 “돌아오지 말고 거기서 무조건 행복해라”고 당부했다. 정서연은 강태우의 손을 잡으며 “기다릴 거다. 해가 져도 다음날 다시 뜰 테니까”라며 웃어보였다.

◆ 산으로 간 스토리, 남은 건 조여정·정웅인 연기

’99억의 여자’는 절망적 현실을 견디며 살던 여자가 현금 99억을 손에 쥔 후 현실과 맞서고 욕망을 직시하며, 적폐를 소탕해나가는 이야기. ’99억의 여자’는 첫 회부터 스펙터클한 전개로 화제를 모았다. 현금 99억을 주제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조여정, 정웅인, 오나라 등 배우들의 미(美)친 연기로 완성돼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아쉬운 점은 통쾌함 대신 답답함을 안기는 지지부진한 스토리 전개와 불륜, 가정 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가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표현됐다는 것이다.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휘두르는 홍인표의 행동은 잔인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주인공 정서연의 인생이 한계에 다달았음을 보여주는 장치가 되며 타당성을 얻었다.

잔인한 장면이 극적인 요소로 작용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살벌하게 연기하는’ 조여정과 정웅인, 오나라의 열연은 스토리에 개연성을 더했다. 덕분에 시청률도 평균 8%를 유지했고, 최고 시청률 11.6%를 기록하는 등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했다.

조여정은 남편의 폭력 등 절망적인 현실과 싸우며 강해져야 하는 여자 정서연을 맡았다. 극 초반 조여정은 삶의 의지도 희망도 없는 정서연을 서늘하고도 처연한 눈빛으로 그려냈다. 돈을 발견한 순간부터 조여정의 ‘믿고 보는’ 연기력이 발휘됐다. 조여정은 욕망과 희망, 절망적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과 희열에 찬 정서연의 급변하는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해 쫄깃한 전개를 이끌었다. 조여정은 미세한 떨림과 거친 호흡 등 섬세한 연기로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조여정의 연기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정서연의 감정 선에 따라 이야기에 집중했다. 집중력을 높이는 조여정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함께 절망했고 분노했으며, 복수에 성공했을 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정웅인은 홍인표를 연기하면서 웃어도 무섭고 안 웃어도 무서운 ‘역대급 악역’이 됐다. 홍인표는 남들 앞에선 다정하고 따뜻한 가장의 모습이지만 둘만 있을 때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이코다. 정웅인은 어리숙한 표정으로 착한 남편인 척 연기하고, 돌아서서는 잔인한 얼굴로 긴장감을 높였다. 정웅인의 비아냥거리는 말투, 정말 자신이 불쌍하다는 듯 짓는 표정은 소름을 유발했다. 미소가 아니라 광대를 끌어 올려 웃는 특유의 표정과 돈에 대한 집착으로 희번득거리는 정웅인의 연기는 공포 그 자체였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정웅인의 열연이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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