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의 첫 연극, 초난강으로 친숙한 쿠사나기 츠요시의 한국어 연기. 그리고 히로스에 료코와 카가와 테루유키까지 한국과 일본의 이름난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부딪힌다. 이를 만들고 세공한 이는 2008년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일 양국의 주목을 받은 연출가 정의신이다. 지난 1월 30일에 시작해 2월 3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1920년대 일제의 치하에 있는 한국을 배경으로 남사당패 꼭두쇠 이순우(차승원)와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교사 나오키(쿠사나기 츠요시)의 우정을 그린 연극이다. 일본에서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들이 지난 1월 30일 국립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로를 향한 뜨거운 애정,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의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바람을 강하게 나눈 시간이었다.

차승원 “연극을 할수록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
차승원 “줄타기는 꿈에도 나올 정도로 큰 부담이었다”

첫 연극: 작년 9월 26일에 일본에 건너갔다. 연습을 한 달 반 정도 하고 11월에 도쿄에서 초연을 하고 오사카까지 40회 이상 공연했다. 처음 하는 연극인데 게다가 시대극이라 굉장히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 한 나의 모습을 보았고 함께 공연한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연극을 하겠다고 결정한 계기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너무 많이 소진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MBC <최고의 사랑>을 끝내고 광고도 너무 많이 찍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시작해보고 싶었다. 정의신 연출가의 <야끼니꾸 드래곤>을 보지는 못했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깊은 울림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연극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첫 연극인데 일본에서 연습하고 공연하는 것이 낯설어서 한 때는 불면증도 걸렸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걸 내가 왜 했지 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오사카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큰 산을 하나 넘은 것 같았다.



남사당 꼭두쇠의 줄타기: 줄타기는 꿈에도 나올 정도로 큰 부담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일본에서 공연할 때는 줄에서 떨어지는 큰 사고도 있었다. 이번 한국 공연이 6회라 총 열 두 번의 줄타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이 연극은 정말 신기한 게 하면 할수록 뭔가가 쌓이는 게 아니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기분이다.



어려운 한일 관계: 처음 이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했을 때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불의 전차를>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는 지금보다 더욱 더 안 좋은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한국인과 일본인의우정을 그린 이 연극이 지금이 힘들고 앞으로도 더 어려운 시기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라도 절망보다는 희망적인 미래를 믿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품의 인물들도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준다. 한일 양국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해주면서 앞으로는 희망적인 앞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쿠사나기 츠요시 “한국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나에게 있어 꿈이자 목표”

한국어 연극: 한국에서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나에게 있어 꿈이자 목표였기 때문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나에게 불의 전차를>을 보시고 관객 분들도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도 또 힘을 내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나 꿈 같은 것을 갖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을 사랑하는 나오키: 처음엔 아무리 생각해도 100년 전의 인간을 모르겠더라. 너무 어려웠고 그만큼 많이 연습했다. 정의신 연출가가 많이 지도를 해주셨다. 몇 번이나 같은 장면, 같은 대사를 연습하는 가운데 나오키의 모델이신 야나기 무네요시 씨가 이런 기분이었을까를 생각하고 얘기하면서 인물을 만들어나갔다.



차승원 “연극을 할수록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
히로스에 료코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것이 정말 기뻤다”

한국 공연: 한국의 배우들과 일하는 게 처음인데 마음의 따뜻함을 느꼈고 연기를 비롯해 많은 것에 열정을 갖고 계신 것을 실감했다. 차승원도 상냥하게 대해줘서 문화와 말이 다르지만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것이 정말 기뻤고 지금까지 연기를 계속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작품을 한국의 관객들도 봐주신다는 것이 정말 영광이다.



아름답고 강한 여성, 마츠요: <나에게 불의 전차를>을 통해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은 우정,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다. 이 작품은 남자들의 힘이 강한 연극인데 그 속에서 한국에 사는 일본인 여성 마츠요를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특히 기모노를 입었을 때의 행동을 고민했다. 당시는 일본 전통의상에서 서양 복식으로 갈아입는 추세였지만 일부러 기모노를 입으면서 그녀들이 무엇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었을까 생각했다. 이를 통해 여성의 강인함, 슬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카가와 테루유키 “한국인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부러웠다”

서로의 플러그에 서로를 꽂는 것: 한 사람의 배우이자 인간이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것이 연극 무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4개월 간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차승원, 쿠사나기 츠요시, 히로스에 료코를 포함해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과 인간과 인간으로서 많은 일을 함께 나누고 부딪혀 왔다. 차승원 씨와 이 연극으로 만난 것에 대해 연극의 신에게 감사하고 싶다. 배우라고 하는 존재들은 개인이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팀워크를 다지게 되면 마치 전원 플러그에 서로를 꽂는 것 같다. 그렇게 여러 코드가 뒤엉킨 상황에서 점점 불을 밝혀가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차승원과는 함께 출연하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서로 다른 방의 전원 플러그를 가진 동지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그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플러그에 선을 꽂고 내 방에 돌아오고, 그도 내 방에 나타나서 플러그에 꽂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차승원의 존재는 이 작품에 있어 핵심 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극이 끝나면 각자 헤어져 다른 일을 하게 되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서로의 전원에 꽂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이번 공연의 재산이다.



정의신의 분신, 키요히코: 내가 연기하는 키요히코는 정의신 연출가의 분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을 만들 때 이 사람이 어느 시대에 어떤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가가 아니라 이 인물의 고통이 어느 정도일까, 그것이 나의 고통의 크기와 어떻게 어울릴까를 생각했다. 키요히코는 옛 연인은 살해당했고 다리를 절고 현재 아내와도 원만치 않은 사람이다. 굉장히 힘든 인생이지만 내 인생도 꽤 어려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다.



한국 배우의 열정: 한국인이 갖고 있는 뜨거운 마음과 에너지를 보면서 배우로서 굉장히 부러웠다. 첫 연습에서 차승원이 쿠사나기 츠요시의 멱살을 잡는 장면이 있는데 힘껏 잡아서 쿠사나기의 옷 단추가 다 뜯겼다. 그걸 보면서 나도 쿠사나기가 되고 싶다, 나의 단추를 다 떼어 줘 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갈비뼈가 부러져서 전치 1개월 진단을 받을 정도로 아팠던 적이 있다. 차츰 회복되어가던 어느 날 덕주 역의 배우가 공연을 끝나고 나를 힘껏 껴안아서 낫고 있던 곳이 또 한 번 부러졌다. 정말 좋아하는 배우고 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추억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그 부위가 아프다. 이것이 한국 배우들의 뜨거움인 것 같다. (웃음)



사진제공. 국립극장, 우메다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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