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를 늪에서 건질 ‘남산의 부장들’…정치성 여부는 관객의 몫 (종합)

[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24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충무로는 총 세 편의 한국 영화를 내놓는다. 13일에는 ‘미스터 주’가 언론시사회를 가졌고, 14일에는 ‘히트맨’이 공개됐으며, 마지막으로 금일(15일)에는 ‘남산의 부장들’이 첫 공개됐다. ‘내부자들’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오른 우민호 감독이 과연 ‘마약왕’에 쏟아진 갖은 혹평을 이번 ‘남산의 부장들’로 만회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 것이 사실. 답은 다음과 같다. ‘마약왕’보다는 낫다. 특히 ‘거사’가 벌어지는 신이 주는 긴장감이 대단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의 언론시사회가 15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우민호 감독,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 참석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대한민국 제2의 권력자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 암살 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앞서 우민호 감독은 크랭크인 소식과 함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널리 알려졌지만 왜 일어났는지 여전히 불투명한 현대사의 비극과 이면을 느와르 형식으로 풀어내 권력에 대한 집착과 파국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다루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동명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이 원작이다. 이날 우민호 감독은 “중앙정보부의 시작과 끝을 방대하게 힘 있게 서술한 책”이라고 원작을 소개한 뒤, “그 양이 방대해 마지막 40일만을 영화에 담았다”고 했다. 그는 “책을 보고 원작자 김충식 기자님의 기자 정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흥분하지 않으면서 깊게 파고드는 그 정신을 가져오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우민호를 늪에서 건질 ‘남산의 부장들’…정치성 여부는 관객의 몫 (종합)

‘10.26 사태’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등장은 필수적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이미 ‘정치적’ 존재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루는 일은, 비록 감독의 의도는 ‘정치적’이지 않더라도 결국 해당 작품이 ‘정치적’으로 귀결되는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남산의 부장들’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이용하려는, 해석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민호 감독은 “정치적 성격과 색깔을 띠지 않은 영화”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등장인물의 공과 과를 절대 평가하지도 않는다”며, “단지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그 인물의 내면과 심리로 보여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판단은 영화를 보신 관객 여러분의 몫”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최후 진술이 삽입됐다. 혹 우민호 감독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평가를 노린 것일까. 기자의 질문에 우민호 감독은 “재평가보다는 그 다큐 화면으로 실제 사건이 기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싶었다”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외에 한 사람의 진술이 더 나온다. 관객 분들께서 그 두 진술을 통해 왜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죽였는지에 대한 답을 내리시기를 바랐다”고 답했다.

이병헌은 대통령 최측근이자 궁정동 안가에서 그를 시해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았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인물이다. 이병헌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일이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왜곡을 경계하며 시나리오에 입각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배우의 자의적 해석을 삼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병헌과 우민호의 만남은 영화 ‘내부자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내부자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김규평을 소화하는 것에 행복했다”고 한 우민호 감독의 소감에 이어 이병헌은 갑자기 감독의 전작 ‘마약왕’ 이야기를 꺼내 현장을 말 그대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병헌은 “감독님께서 원래 열이 많은 분이시다. ‘내부자들’ 때는 기쁨과 분노를 겉으로 다 표현하시곤 했다”며, “반면 이번 촬영 때는 제작 중간에 ‘마약왕’이 개봉했는데 그 영화가 잘 안된 탓인지 차분하시더라. ‘성격이 많이 바뀌셨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우민호를 늪에서 건질 ‘남산의 부장들’…정치성 여부는 관객의 몫 (종합)

이성민은 18년간 독재 정치를 이어 온 최고 권력자 박통 역을 맡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싱크로율이 대단하다. 이성민은 “앞서 여러 선배님께서 선보이셨던 역할이라 부담이 있었다”며, “분장 팀·미용 팀·미술 팀의 도움을 받았다. 그 당시 그분의 옷을 제작하셨던 분을 찾아가 그분 스타일대로 옷 제작도 했다”고 알렸다.

‘남산의 부장들’ 개봉일에는 마침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도 함께 개봉한다. “같은 날 ‘미스터 주’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그 영화가 설 연휴 흥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이병헌의 유머에, 이성민은 “다행히 두 영화 장르가 서로 많이 다르다. 둘 다 잘될 것 같다”며, “기술 시사 때 안 보고 오늘 처음 봤는데 굉장히 재밌는 웰메이드 영화 한 편이 탄생한 듯하다”고 했다.

이 밖에 곽도원은 권력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을, 이희준은 박통을 나라로 여기는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김소진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오가는 로비스트 데보라 심 역을 맡았다. 박용각의 존재는 김규평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에 총을 쏘게 한 여러 요인 중 하나다.

정치적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 갈등과 그로 인한 긴장감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힌 곽도원은, “최고 권력을 갖고 있다 그것이 다 사라지고 난 후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며, “그 준비 과정이 굉장히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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