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 개최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 조명
우민호 감독 "정치적인 성격 띠지 않는다"
"인물의 내면과 심리 따라가며 보여주려해"
이병헌X이성민 "웰메이드 영화" 자신
영화 '남산의 부장들' /사진=변성현 기자

영화 '남산의 부장들' /사진=변성현 기자

"이 영화는 정치적인 성격이나 색깔을 띠지 않습니다. 나오는 인물에 대해 절대 공과 과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된 영화 '남산의 부장들' 언론시사회에서 우민호 감독은 이 같이 말하며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를 따라가며 보여주고 싶었다. 판단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979년 10월 25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은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년 2개월간 연재된 취재기를 기반으로 하는 김충식 작가의 논픽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통, 각하, 남산, 중앙정보부, 민주주의 등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부터 소재까지 자연스레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작품일 것이라 생각되는 '남산의 부장들'. 그러나 우 감독은 정치가 아닌 인물을 강조했다. 그는 "근현대사에서 큰 변곡점을 이루는 사건이다. 단지 과거의 먼 역사가 아니라 그 사건이 지금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부모님 및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실존인물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와 관련해서도 개입이 아닌, 관객의 판단을 강조했다. 우 감독은 "인물 재평가보다는 이 영화가 실제 사건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실존 인물들이 서로 상반된 진술을 했다. 보시는 분들이 '도대체 왜 중앙정보부장이 그 당시 대통령을 죽였나'에 대한 판단을 직접 하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이 중앙정보부를 무대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집약한 한 편의 취재기라면, 영화는 이 취재기를 바탕으로 극화 했다. 리얼리티를 위해 국내에서 51회차, 미국 워싱턴에서 4회차, 프랑스 파리에서 10회차로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청와대,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 등의 촬영을 진행, 화려한 듯 황량한 느낌의 정권 말기의 느낌을 재현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 로케이션에서는 링컨 메모리얼 파크와 워싱턴 기념탑, 파리 방돔 광장 등을 담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사진=변성현 기자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사진=변성현 기자

우 감독은 "원작자가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본인이 사진첩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영화는 풍경화를 그렸다고 말하더라"면서 "1997년 경 군대를 갔다와서 우연히 책을 접했다. 내가 몰랐던 한국 근현대사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어서 재밌게 봤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작품을 영화로 옮기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다 '내부자들' 이후 2016년 초 원작자에게 전화를 걸어 판권을 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헌법 위에 있던 권력 2인자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아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김규평은 김재규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로 영화의 중심 서사에 위치하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작가가 온전히 자기 상상으로만 그려낸 시나리오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보다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훨씬 더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사적인 감정을 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병헌은 "감독님이 미리 준비한 여러가지 자료들과 증언뿐만 아니라 내가 혼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까지 합쳐서 온전히 그런 것들에 기댔다. 시나리오에 입각해 연기했다"면서 "왜곡되지 않으려는 감독님과 배우들의 마음이 있었다. 그저 시나리오 안에서 인물이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들을 보여주려고 애썼다"고 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성민 /사진=변성현 기자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성민 /사진=변성현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 역은 이성민이 맡았다. 이성민은 의상부터 분장, 말투까지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 그는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내가 했던 역할을 많은 선배들이 했다. 외모가 비슷한 분도 계셨다. 부담이 조금 있기는 했다"면서도 "감독님과 상의를 해서 분장, 미술팀 등과 비슷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의상까지 당시 그분의 옷을 제작했던 분을 찾아가 그분 스타일에 맞게 제작했다"고 밝혔다.

연기적인 부분 역시 "이 세 부장들하고 어떻게 '밀당'을 해야할지,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요동치게 만들지, 또 때로는 어떻게 품어줄지 등등 세 부장에 대한 변주에 신경을 쓰고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곽도원, 이희준에게도 '남산의 부장들'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대통령 경호실장이자 각하를 국가로 여기는 신념에 찬 곽상천 역을 연기한 이희준은 완벽한 캐릭터 구현을 위해 체중을 25kg이나 증량했다. 그는 "처음 감독님이 출연을 제안할 때는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이 덩치가 있다고 해서 살을 찌울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대본을 봐도 살을 찌우는 게 좋을 것 같더라. 몸매도 너무 병헌이 형이랑 겹쳐서 다른 식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곽도원 /사진=변성현 기자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곽도원 /사진=변성현 기자

곽도원은 "그동안 연기했던 배역 중 최고 난이도"라고 말했다. 그는 극중 권력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을 맡아 극적인 감정 변주를 표현해낸다. 곽도원은 "정치적인 것보다 인간의 갈등이나 긴장이 마음에 들어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실존했던 인물이고, 굉장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분이라 자료를 찾아내서 몸으로 표현해야 했다. 굉장히 어려웠다. 이병헌, 이성민 형님과 연기할 때는 많이 의지하기도 하고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작비만 총 200억 원에 달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주요 텐트폴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오는 22일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하며, 최근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기도 했다. 당연히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 이에 이병헌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실제 당시 사건을 아시는 분들도, 모르는 젊은 세대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다. 다만 흥행과 관련해서는 '미스터 주'라는 영화가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미스터 주'는 이성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 이성민은 "영화가 다양해야 한다"면서 미소를 짓고는 "다행히 장르가 많이 다르다. '남산의 부장들'은 오늘 처음 봤는데 굉장히 재밌는 웰메이드 영화다. 많이 지나간 이야기인데 그때를 기억하고, 당시의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다. 이 영화가 가지는 관점이 기존에 나왔던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다. 새로운 시각으로 여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흥미있는 소재라 많은 관객들이 찾아서 봐주실 거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사진=변성현 기자

영화 '남산의 부장들' /사진=변성현 기자

'남산의 부장들' 팀은 입을 모아 '웰메이드 영화'를 자신했다. 이성민은 "영화를 하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갔다온 기분이었다. 현실 시간이 텅 빈 것 같았는데 신기한 체험이었다. 잘 만들어진 영화다"라고 말했고, 이병헌 역시 "웰메이드 영화가 하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다"고 거들었다.

끝으로 우 감독은 "인물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따라간다. 경복궁의 부장들, 서초동의 부장들이 될 수도 있는 거다. 편하게 봐주셨으면 한다"면서 "이 작품은 여기까지다. 이 이후가 더 드라마틱할 수도 있지만 영화의 못 다한 이야기가 극장 밖을 나가서 여러분을 통해 완성된다면 감독으로서 무척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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