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김성준 전 SBS 앵커. /사진=텐아시아DB
김성준 전 SBS 앵커. /사진=텐아시아DB
지하철역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김성준 전 SBS 앵커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신뢰 받던 앵커의 이중적 모습에 네티즌들은 비난하며 환멸감을 드러내고 있다.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박강민 판사 심리로 진행된 김 전 앵커의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사건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징역 6개월, 취업제한 3년 명령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영등포구청역에서 피해자 의사에 반해 신체를 9회에 걸쳐 촬영했다”며 “피해자와 합의했지만, 범행 수법이나 횟수 등까지 고려해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앵커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사건 이후 직장도 잃고 남은 삶이 흔들릴 만큼 큰 피해를 봤다”며 “범행을 뉘우치고 있고, 관련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전문의 소견상 재범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호소했다. 김 전 앵커는 최후변론에서 “피해자께서 감사하게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셨다”며 “피해자의 자필 탄원서를 읽으며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지신 분에게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며 “법이 정한 처벌을 감수하고, 참회하고 봉사하며 살겠다”고 털어놨다.

김 전 앵커는 재판 이후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다시 방송을 하거나 언론 관련 일을 할 수는 없겠다”고 말했다.

김 전 앵커는 지난해 7월 3일 서울 영등포구청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이 범행을 목격하고 피해자에게 알린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 전 앵커는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휴대전화에서는 몰래 찍은 여성의 사진이 발견됐다. 김 전 앵커는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보도된 직후 사직했으며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도 폐지됐다.

김 전 앵커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7일 오후 열린다.

김 전 앵커는 1991년 SBS에 입사해 기자를 거쳐 2011~2014년, 2016~2017년에는 SBS 메인뉴스인 ‘8시 뉴스’ 앵커를 맡았다. SBS 보도본부장을 역임했고 SBS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보도·시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신 있고 날카로운 발언으로 대중들의 신뢰를 받아 왔던 만큼 그의 이 같은 행동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앞서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에서 ‘몰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자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나온 몰래카메라, 또는 성관계 영상, 이런 게 인터넷에 떠돈다고 하면 기분이 어떠시겠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인데 이런 피해가 나날이 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또한 몰카 범죄 처벌에 대해 “가해자를 잡아서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도 ‘잘못하면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야 그런 데에 발을 안 담글 것”이라며 “(피해자는) 평생 멍에가 돼서 살아야 하는 고통을 받을 텐데 (가해자가) 벌금을 얼마 내고 나온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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