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고준희./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배우 고준희./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배우 고준희는 올해 초 악성 루머에 휩싸여 힘든 시기를 보냈다. ‘버닝썬’ 사태 때 가수 승리, 정준영 등의 카톡 대화방에서 언급된 여배우 A씨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은 여배우를 접대 자리에 초대하기 위해 뉴욕으로 불렀는데, 때마침 뉴욕에 체류 중이던 고준희에게 불똥이 튀었다. 근거 없는 루머는 곧 악성 댓글로 이어졌다. ‘결백’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변호사를 선임해 악플러들에게 대응하는 등 지난 6개월을 힘겹게 보낸 고준희는 최근 새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면서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팬들을 만날 채비를 마친 그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고준희: 엄마가 스트레스로 이명을 앓았다. (루머에 휩싸인) 이후에 엄마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동네 병원에 다녔는데 안 고쳐져서 혹시 수술까지 받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 나조차도 정신이 없는 상태였는데 엄마가 아픈 게 너무 싫어서 잘 하는 병원을 찾아다녔다.

10. 처음 루머를 접했을 때 심경이 어땠나?
고준희: 뭐지? 무슨 일이지? 왜 그러지? 이런 말밖에 안 나왔다. 나도 기사만 봤지, 정확하게 무슨 내용인지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뉴욕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됐다.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가 번졌다. 그리고 그동안 계획했던 일들이 하루 아침에 와르르 무너졌다. 출연하기로 한 드라마 제작진에게 하차 통보를 받았고, 광고 등 해외 일정이 중단됐다. 퍽치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눈 뜨니까 상처가 나 있고 가지고 있는 짐들은 도둑맞았다.

10. 당시 SNS에 “나 아니다”라고 직접 말했고, 이후 장문의 글로 해명까지 했다.
고준희: 팬들이 인스타그램에 걱정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더라. 그제야 ‘이게 별일이 아닌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이 안 됐다. ‘아니다. 아무 일도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내 팬들이지 않나. 루머로 인해 팬들, 주변 사람들, 가족들까지 힘들어했다.

10. 이후에 어떻게 대처하기 시작했나?
고준희: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순위를 두고 하나하나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 드라마 하차 통보를 받은 다음 날 바로 변호사를 선임했다. 근거 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대응하기로 했다.

10.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힘든 것에 마음이 아팠겠다.
고준희: 내가 떳떳한데 왜 엄마, 아빠가 죄인처럼 눈치 보고 다녀야 하나. 그런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다.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서 나를 응원하고 믿어준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을 안겨드렸다. 여배우라는 이유로 갑자기 이게 무슨 불효인가.

10. 자신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고준희: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진 않았다. 계속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잠깐 쉬어가라고 이런 일이 생기나보다 생각하고 있다.

배우 고준희는 악성 루머에 휩싸였을 때 ‘퍽치기’를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배우 고준희는 악성 루머에 휩싸였을 때 ‘퍽치기’를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10. 매사에 긍정적인 편인가?
고준희: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편이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배우로 살면서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한 것 같다. 원래는 생각이 많았다. 자기 전에도 늘 잡생각에 휩싸였다. 그런데 배우로 살다 보니 낙천적이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일 할 때도 ‘후회 없이 하자’ ‘즐기면서 하자’는 주의다. 후회할 일은 안 하려고 한다.

10. 혹시라도 너무 힘들어서 배우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고준희: 일 자체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연기를 잘하니까 한다기보다 나는 현장이 좋고, 사진 찍는 일이 재미있다. 연예인이 아닌 분들도 자신이 맡은 일을 뛰어나게 잘해서 한다기보다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이다. 재미있는 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게 맞는 것 같다. 잠깐 그런 생각은 했다. 내가 이 일을 선택해서 엄마가 아픈 건가? 안 했으면 안 아팠을 텐데…. 나는 루머나 악성 댓글에 어느 정도 굳은살이 배겨서,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데 부모님은 아니니까. 이번 공백기 동안 힘이 된 것도 가족, 가장 힘들었던 것도 가족이다.

10. SNS를 통해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도 화제가 됐다. 특히 어머니의 미모에 감탄하는 팬들이 많던데.
고준희: 엄마도 자신이 예쁜 걸 안다.(웃음) 엄마는 키가 160cm인데, 아빠가 크다. 키는 아빠를 닮았다. 엄마만 100% 닮길 원했는데. 하하.

10. 그동안 ‘전속계약’과 관련해서 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 결국 마운틴무브먼트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고준희: 어렸을 때부터 여자 매니저와 일하는 게 로망이었다. 기회가 와야 하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또 기회도 기회지만 파트너와 마음도 잘 맞아야 한다. FA시장에 나와 있을 때 감사하게도 러브콜이 많았다. 사실 힘든 시기에 새 소속사를 찾는 일을 병행해야 해서 힘들었다. 미팅 자체도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내가 신도 아닌데 한 번 미팅하고 ‘같이 갈 운명이군’ ‘잘 맞겠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러는 와중에 마운틴무브먼트의 황 대표님을 만났다. 4~5개월 동안 수시로 건강부터 체크해주고 좋은 에너지를 주려고 많이 노력하셨다. 볼 때마다 허해진 것 같다며 직접 담근 대추차를 항아리에 담아서 가져다 주기도 하셨다. 엄마도 대표님의 진심을 알게 됐고, 대표님을 만나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된 것 같다.

10. 이번일을 계기로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
고준희: 일이 터진 지 반년 이상 지났다. 말 같지도 않은 상황에 나를 갑자기 데려다 놓고 상황극을 만들었다. 이 일이 있기 전의 ‘배우 고준희’로 봐주시면 좋겠다. 뜻하지 않게 원치 않던 공백기가 있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요즘은 배우도 멀티여야 되지 않나. 연기 외에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10.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볼 수 있나?
고준희: 예능 울렁증이 있다. 작품 홍보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웃겨야지’ ‘내가 뭐라도 해야지’ 하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심리적인 압박을 받다가 결국 헛소리만 하고 집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게 편집이 안 되더라. TV를 보면서 ‘가만히 있을 걸’ 하고 후회했다. 나도 몰랐던 버릇을 예능을 통해 알게 됐다. 항상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지적해서 알았다. 여성 팬들이 ‘언니, 왜 그랬어요’ ‘왜 예쁜 척했어요.’라고 하더라. 어쨌든 이 모든 걸 극복하고, 두려워 말고 해야 할 텐데…해야겠지? 하겠다.

10. 어떤 예능에 출연하면 잘 할 것 같은가? 평소에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고준희: “‘연애의 참견’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한 연애는 연애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참 다양한 사람이 많더라. 보면서 ‘말도 안 돼’라며 공감했다. 패널로 출연해 참견해 보고 싶다. (웃음) 아! 맛집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다. 나는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푼다. 그런데 늘 가는 식당만 간다. 괜히 새로운 곳에 도전했다가 맛없으면 남기게 되지 않나. 맛없는 걸 먹고 배부르긴 싫다.

예능 프로그램 ‘연애의 참견’에 출연하고 싶다는 배우 고준희./ 사진제공=마운틴 무브먼트
예능 프로그램 ‘연애의 참견’에 출연하고 싶다는 배우 고준희./ 사진제공=마운틴 무브먼트
10. 모델 경력부터 따지면 데뷔한 지 18년이나 됐다.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고준희: 연기할 땐 항상 재미있다. 즐기면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늘 어렵고 풀기 힘든 숙제 같다. 신인 때는 왜 나한테는 신데렐라 같은 청순가련형의 역할이 안 들어오나 했는데, 그런 건 키가 160cm 정도 되는 배우가 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단념했다. 팔다리가 길게 태어나서 어울리진 않는 것 같다.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캐릭터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비중은 생각 안 한다. ‘이런 역할이면 고준희지’라는 반응이 온다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10. 고준희 하면 ‘단발’ 아닌가. 자신 말고 ‘내가 봐도 단발이 잘 어울린다’라고 생각한 연예인이 있나?
고준희: 사실 ‘단발로 한 획을 그어보자’ 이런 마음으로 잘랐던 건 아니다. 2012년에 tvN 드라마 ‘일 년에 열두 남자’를 찍을 때 배역 때문에 머리 스타일을 바꾼 것이다. 이후 ‘추격자’ ‘야왕’ ‘우리 결혼했어요’… 계속해서 쉬지 않고 작품을 하다 보니 기를 시간이 없었다. 그사이 팬들 눈에 익으니까 ‘단발’하면 고준희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대중이 만들어 준 이미지다. 감사하고 신기하다. ‘패셔니스타가 한 번 돼 봐야겠다. 두고 봐’ 이런 적도 없다. 청재킷이 좋아서, 가죽 재킷이 좋아서 입었고, 키가 커서 운동화를 신었는데 좋아해 주시더라. 감사할 따름이다.

10. 질문에 대한 답은 안 나왔다. 그래서 ‘단발’이 잘 어울리는 연예인은 누군가?
고준희: 내 입으로 어떻게 얘기하나. 하하. 팬들이 나만 생각해 주면 좋겠다. (웃음)

10. 앞으로의 계획은?
고준희: 쑥스럽게도 이미 기사가 나갔더라. 봉사 활동을 할 것이다. 엄마도 너무 좋아하신다. 그리고 해외 팬 미팅도 예정돼 있다. 앞으로 뷰티 예능 MC를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겠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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