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KBS2 새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가 첫 회부터 절정에 치닫는 전개로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했다. 빠르게 몰아치면서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높였고 조여정, 정웅인, 오나라, 이지훈 등 캐릭터와 하나가 된 배우들의 연기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특히 조여정의 처절하고도 서늘한 연기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지난 4일 처음 방송된 ’99억의 여자’는 홍인표(정웅인 분)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죽지 못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정서연(조여정 분)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정서연은 홍인표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도움이 되겠다며 청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사실은 집에 있는 것이 두려워 일을 했다. 홍인표는 정서연에게 집착했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때리거나 머리채를 붙잡고 괴롭혔다. 홍인표는 사업을 위해 정서연의 친구인 윤희주(오나라 분)와 그의 남편 이재훈(이지훈 분)과 만나자고 재촉했다. 윤희주는 운암재단의 이사장으로 모태 금수저. 홍인표는 “이번 기회 놓치면 회사 문 닫아야 한다. 제발 긴장하자”고 정서연을 압박했다.

정서연과 이재훈은 불륜 관계였다. 두 사람은 한낮에 밀회를 즐겼다. 정서연은 이재훈에게 “나를 왜 만나느냐. 유부녀에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흔해 빠진 아줌마인데”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훈은 “서연 씨는요? 내가 유부남이고 잘생기고 부자라서 만나느냐”고 되물으며 “서연 씨, 절대 평범하지 않다. 날 가지지 않았느냐. 그럼 특별한 것”이라며 목걸이를 선물했다. 정서연은 그런 이재훈을 보며 “친구 남편을 유혹하는 게 특별하다면 당신 말도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정서연은 윤희주와 약속을 잡지 않았다는 이유로 홍인표에게 또 폭력을 당했다. 홍인표는 정서연의 머리채를 끌고 가 얼음이 가득한 욕조로 던졌다. 홍인표는 “당신은 버러지다. 나는 당신이 거짓말을 해도 용서하고 우라 아이를 하늘나라에 보냈을 때도 용서했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용서해줬다. 당신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며 물고문을 했다. 차가운 베란다에 정서연을 가둔 그는 윤희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대신 받아 정서연이 샤워 중이라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는 주말에 같이 만나기로 약속까지 잡았다.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99억의 여자’ 방송화면 캡처

정서연과 홍인표, 윤희주와 이재훈 부부는 별장에 모였다. 정서연은 이재훈이 선물한 것과 똑같은 목걸이가 윤희주의 목에도 걸려있는 것을 봤다. 산책을 하던 중 윤희주는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것 같다. 가정에도 충실하고 애인에게도 부지런한 게 저 인간의 장점”이라며 “잡식성이라 상대도 가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정서연은 불륜이 발각됐을까 불안해하며 상대가 누군지 물었다. 윤희주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근데 그 여자 걱정을 내가 하고 있다. 저 인간은 후끈 달아올라 즐기면 그만이지만, 그 여자는 달콤함에 취해있다가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에 처박힐 거다. 여자로서 최악이지 않느냐”고 했다.

그 말에 정서연은 표정을 굳혔고, 그를 보던 윤희주는 “누구한테는 털어놓고 싶었는데, 서연이 너니까 얘기하는 거다”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재훈은 그런 상황도 모르고 정서연을 잡았고, 밤에 만나자고 속삭였다. 거절하는 정서연에게 “그러면 지금 여기서 키스할 거다”라며 지분거렸다. 정서연은 밤에 만나자고 허락했다.

윤희주는 술에 취해 정서연에게 술주정을 했다. 윤희주는 “너, 사실은 내가 부럽지 않나. 네 속마음은 꼭꼭 감추고 겉으로 무심한 척 하는 거,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아느냐”고 막말을 했다. 이에 정서연은 “넌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악착같이 사는지. 하지만 난 남탓 같은 건 안한다. 그러니까 너도 꼴 같지 않은 허세 부리지 말아라”고 경고했다. 홍인표는 정서연을 쫓아가 “아주 대단하다”고 비꼬며 머리를 때려 기절하게 만들었다.

정서연은 멍하게 앉아 있다 이재훈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정서연은 이재훈에게 윤희주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고 있다고 알려줬다. 이재훈은 “나만 조심하면 된다. 서연 씨에게 피해가는 일 없을 거다”라고 태연히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주의 말을 떠올린 정서연은 “그럼 같이 죽을래요? 이러고 사는 거 지긋지긋한데”라고 대꾸했다.

말을 마친 정서연은 저수지로 뛰어들었고 이재훈은 함께 뛰어들어 정서연을 말리느라 몸싸움을 벌였다. 그때 어디선가 ‘쾅’ 하는 굉음이 들렸다. 소리가 난 쪽으로 찾아가보니 자동차가 추락해 전복한 사고였다. 운전자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고 사고 현장에는 5만원 권이 가득한 스티로폼 상자가 여럿 흩어져 있었다.

정서연은 “합법적인 돈이 아니다. 합법적인 돈이었다면 보안업체가 옮겼을 거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려는 이재훈은 막은 정서연은 “이 돈, 우리가 가지자. 아무도 못 봤으니까 우리가 챙기자”며 “어차피 지저분한 돈이다. 우리가 챙겨도 (누군가)억울하게 손해볼 일은 없다”고 합리화했다. 이재훈은 “그건 도둑질이다.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조금만 챙기자”고 소심하게 말했다.

정서연은 대담했다. 그는 “재훈 씨는 빠져라. 나 혼자 하겠다. 이 돈이면 다 바꿀 수 있다. 빽도 없고 길도 없이 살았는데 이걸로 내 인생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이건 기회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재훈은 정서연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우린 공범이야”라며 차를 가지러 별장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정서연은 운전자가 죽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지만, 돈 때문에 갈등했다. 고민하는 사이, 운전자는 사망했다. 운전자는 강태우(김강우 분)의 동생 강태현(현우 분)이었다.

다음날 강태우의 집에 의문의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강태우에게 “100억 어디에 있냐”고 위협했고, 어딘가로 끌고 가 나무에 묶은 뒤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당장이라도 묻어버리겠다는 기세로 땅에 구덩이까지 깊게 파놓은 채였다.

◆ 첫 회부터 스펙터클한 이야기

’99억의 여자’는 절망적 현실을 견디며 살던 여자가 현금 99억을 손에 쥔 후 현실과 맞서고 욕망을 직시하며, 적폐를 소탕해나가는 이야기. 드라마는 첫 회부터 스펙터클하게 펼쳐졌다. 불행과 불륜으로 얽힌 인물들의 관계, 정서연이 현금 99억을 손에 쥐게 되는 사고와 과정, 인물들의 성격이 한 번에 정리되는 전개는 집중력을 높였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특히 절망 속에 살던 주인공 정서연이 99억을 쥐면서 느끼는 희열은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져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예고했다.

연출과 대본, 연기력의 시너지가 폭발하며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화랑’ ‘오 마이 금비’ ‘장영실’ 등으로 깊이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김영조 PD와 ‘개와 늑대의 시간’ ‘닥터진’ ‘불야성’ ‘유혹’ 등에서 보여줬듯이 탄탄하고 파워풀한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한지훈 작가의 필력이 더해져 첫 회부터 절정에 치닫는 듯했다. 99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앞으로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 믿고 보는 배우의 확실한 존재감

’99억의 여자’는 조여정을 비롯해 김강우, 정웅인, 오나라, 이지훈 등 연기파 배우들과 길해연, 김병기, 서현철 등 관록의 베테랑 배우들의 출연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듯 ’99억의 여자’는 첫 회부터 배우들의 미(美)친 연기력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조여정은 절망적인 현실과 싸우며 강해져야 하는 여자 정서연을 맡았다. 정서연은 빈 껍데기뿐인 결혼생활에 숨 막힐 듯한 집을 벗어나기 위해 청소 아르바이트를 다닌다. 조여정은 삶의 의지도 희망도 없는 정서연을 서늘하고도 처연한 눈빛으로 그려냈다. 조여정은 복잡 미묘한 눈빛과 처연한 분위기로 우아하고 화려한 이전의 이미지를 잊게 만들었다.

특히 돈다발을 매만지며 희열에 찬 모습은 감탄을 안겼다. 이어 사고로 죽음을 앞둔 남자를 보고 동정과 연민을 느끼지만, 욕망 앞에서 갈등하며 고민하는 모습은 이해가 되면서도 오싹하게 했다. 한 장면, 한 표정 안에 도의적인 책임과 절망적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과 안도감 등 여러 감정의 변화를 짧고 굵게 담아냈다. 조여정의 탁월한 연기력이 빛을 발한 부분이었다.

정웅인의 악인 연기는 늘 소름을 유발하지만, ’99억의 여자’에서 맡은 홍인표는 ‘악역 끝판왕’이었다. 홍인표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아내를 괴롭히는 인물. 남들 앞에선 다정하고 따뜻한 가장의 모습이지만 둘만 있을 때는 폭력적으로 변하는사이코다. 정웅인은 섬?한 눈빛과 미세한 떨림도 없는 굳은 표정으로 긴장감을 높였다.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 듯한 정웅인의 모습에 그가 앞으로 이야기에 또 어떤 쫄깃함을 줄지 기대를 안겼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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