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속물들’에서 미술작가 선우정을 연기한 배우 유다인./ 사진제공=주피터필름

영화 ‘속물들’에서 미술작가 선우정을 연기한 배우 유다인./ 사진제공=주피터필름

영화 ‘속물들’에서 미술작가 선우정을 연기한 배우 유다인./ 사진제공=주피터필름

배우 유다인이 뻔뻔하고 이기적인 여자로 돌아왔다. 누가봐도 표절인데 ‘차용미술’이라며 당당하게 작품을 전시한다. 적반하장,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상대가 남자여도 상관없다.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면 뒤통수를 냅다 후려친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 앞에선 순한 양이 된다. 치부를 들키지 않기 위해 속물 근성을 숨기고 산다. 영화 ‘속물들’에서다. 2005년 SBS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혜화, 동'(2011)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혜화, 동’ 이후 촬영장에 당장 달려가고 싶었던 작품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속물들’에서 미술작가 선우정을 연기한 유다인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10. 선우정을 보면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나?” 싶을 정도다. 배역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나?

유다인: 굉장히 뻔뻔하고 이기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극이 전개될수록 왜 그렇게 살아야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나타난다. 나는 공감하게 됐다. 보시는 분들은 공감은 못 하더라도 이해할 수 는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0. 특히 어떤 면에서 공감이 되던가?
유다인: 선우정은 주변 사람들이 다 때려치우라고 해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나 또한 10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데 비슷한 얘길 들어가면서도 버텼다.

10. 때려치우라는 얘길 들었나?
유다인: 데뷔 초에는 ‘네가 무슨 연기를 하느냐. 숫기도 없고 부끄러워하고 얼굴도 빨개지는데’ 이런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영화에 ‘선우정은 미친 듯이 예쁜 얼굴은 아닌데’라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로 나도 그런 얼굴이 아니지 않나. 하하. 어쨌든 모든 일이 다 지구력 싸움 아닌가. 오래 버티는 사람이 성과를 내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지구력이 없는 편인데 연기에서는 의외인 것 같다. 버티는 걸 보면.

10. 연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유다인: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고, 가장 잘 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10. ‘유다인은 예쁜데 왜 안 뜨지?’라는 말도 있더라.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힘든 적은 없었나?
유다인: 사실 ‘속물들’에 출연하기 전 1~2년이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다. 나는 현장이 너무 좋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들의 에너지, 그 사람들과의 작업, 그런 것들이 좋아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현장이 무서워졌다. 사람들이 ‘잘 될 줄 알았는데 왜 안 되지’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위축되고 주눅 들어서 촬영장에 가는게 두려웠다. 이후에 ‘이래서 못하겠다’ ‘저래서 못하겠다’라며 거절한 작품도 있었다. 타의에 의해서 일을 못 한 게 아니고 안 시켜준 것도 아니다.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어졌다. 내 정신 상태가 건강했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수 있는데 그렇게 못 했던 것 같다.

10.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없었나?
유다인: 당시에는 사람들의 조언도 귀에 안 들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괜찮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얘기 하면 울컥했는데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

10. ‘속물들’을 만나 완전히 극복한 건가?
유다인: 심적으로 괜찮지 않았을 때 만난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공감이 됐다. 내 안에 있는 감정을 선우정에게 녹여 표현하고 싶었다. 촬영하면서 ‘하길 잘 했다’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서정적인 캐릭터 외에 뭘 잘 할 수 있을까’ 하며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에 선우정 캐릭터를 하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다.

배우 유다인은 영화 ‘속물들’을 찍고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배우 유다인은 영화 ‘속물들’을 찍고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배우 유다인은 영화 ‘속물들’을 찍고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10. 이미지 변신에 갈증이 있었나 보다.
유다인: 이미지 변신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분위기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그동안 들어오는 역할이 비슷비슷했다. ‘혜와, 동’ 이후에 정말 해보고 싶고, 당장 촬영장에 달려가고 싶다고 생각한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선우정을 연기하고 나니 조금 더 센 역할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악역을 맡아보고 싶다.

10. 센 역할이 꽤 잘 어울렸다. 안 해본 연기여서 힘들지 않았나?
유다인: 초반에 선우정이 표절한 작가와 싸우는 장면이 있다. 찍기 전에 기대도 됐지만, 걱정도 많았다. 영화에선 안 보였지만 실제로는 몸이 덜덜덜 떨릴 정도로 많이 긴장했다. 화내고 싸우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

10. 평소에 말싸움도 잘 못 할 것 같긴 하다.
유다인: 말싸움, 진짜 못 한다. 싸운 적이 별로 없다. 예전에는 말하기도 전에 울음부터 나왔다. 싸움 자체가 안 됐다.(웃음)

10. 센 것도 센 거지만 제목 그대로 ‘속물’인 선우정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디에 중점을 뒀나?
유다인: 선우정은 꼿꼿하게 서서 고개 한 번 숙이지 않는 당당한 여자처럼 보이지만, 눈은 언제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런 부분을 직접 드러내서 공감이 가게 해야겠다고 생각 안 했다. 심리 상태를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하면서 은근슬쩍 비치게 하려고 노력했다.

10. 흥행에 욕심이 있나?
유다인: 큰 기대는 안 한다. 조금이라도 많은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 이번 작품이 많은 관객과 이야기할 소통의 기회면 좋겠다.

10. 또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가?
유다인: 선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다. 나는 깨우치는 속도가 느린 것 같다.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

10. 꼭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보고 싶은 배우는?
유다인: 너무 많은데… (웃음) 이번에 함께 했던 유재명 선배와 한 번 더 만나고 싶다. 리딩 땐 못 만났다가 촬영 때 처음 봤다. 첫 신을 찍는데 시작하자마자 몰입이 되고 집중이 되더라. 선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선배가 연기한 유지현 역의 무게감과 카리스마가 단번에 느껴졌다.

배우 유다인은 “센 캐릭터에 만족한다”며 “악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배우 유다인은 “센 캐릭터에 만족한다”며 “악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배우 유다인은 “센 캐릭터에 만족한다”며 “악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주피터필름

10.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
유다인: 주로 캐릭터를 본다. 예전에는 공감이 되거나 내가 잘 할 수 있겠다 싶은 걸 먼저 봤다. ‘속물들’을 찍고 나서는 자신감이 붙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장화홍련’에서 엄정화 선배가 연기한 은주 역할처럼 뭔가 이상한 여자를 연기하고 싶다.

10. 연기하면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한 때는 언제인가?
유다인: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캐릭터가 나왔을 때 스스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름의 상상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그 이상으로 나오면 정말 기분이 좋다.

10. 작품 외엔 만나기가 힘들다.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유다인: 예능을 해보고 싶다고 사무실에 얘기한 적이 있다. 사실 예능에 대한 자신감도 없어서 겁이 많이 났다. 이 또한 ‘속물들’ 이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라디오도 해보고 싶고,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하고 싶다.

10. 지금까지 배우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유다인: 예전에 영화 ‘혜화, 동’을 부산에서 촬영할 때 짧게 관객들과의 대화(GV)를 한 적이 있다. 한 남자 관객이 질문하면서 나에게 ‘괴물 신인’이라고 해주셨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최근에 ‘속물들’ 시사회가 끝나고 스타일리스트가 ‘언니, 영화가 너무 세서 놀랐다. 그런데 언니가 해서 더 셌다”고 했다. 그 얘기가 좋더라. 노렸던 부분이었다. (웃음)

10.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은?
유다인: 식단 관리를 꾸준히 하면서 건강을 챙길 것이다. 건강이 최고 아닌가.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 무엇보다 지금 이 열린 마음이 닫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10. 어떤 배우로 불리길 바라나?
유다인: 예전에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제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싶다. 재미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작품에 나오든 다 다른 것 같아’ ‘유다인이 나오는 작품은 재미있다’ 이런 소리를 듣고 싶다. 또 팬들에게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다.

10. 자신은 어떤 욕망이 있나? 돈이나 명예에 욕심을 가져 본 적이 있나?
유다인: 없었다.(웃음) 돈이 많으면 감당을 못할 것 같다. 스스로 벌이만 할 수 있으면 만족한다. 그저 나를 책임질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챙길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좋겠다. 욕심이라면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지키면서 흔들리지 않고 오래 일하는 게 욕망이라면 욕망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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