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김현철. / 서예진 기자 yejin@
가수 김현철. / 서예진 기자 yejin@
‘꽃은 절대 알 수 없는 게 있지 / 피어 있을 땐 자신이 꽃이라는 걸 / 그러나 모두 지고 난 후에야 알게 되지 / 그토록 아름다운 꽃이었음을’
-가수 김현철의 열 번째 정규 음반 ‘돛’의 수록곡 ‘꽃’ 중에서.

별다른 기교 없이 담담한 김현철의 목소리가 더욱 슬프게 들리는 요즘이다. 지난 17일 새 음반을 발표한 김현철은 13년 만에 내놓는 음반인 만큼 더욱더 공을 들여 만들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낸 곡부터 박원·백지영·황소윤·정인·박정현·죠지·마마무·주식회사 등 여러 가수들과 협업해 총 17곡을 채웠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곡은 ‘꽃’으로, 김현철이 작사·작곡·편곡까지 맡아 완성했다. 최근 새 음반의 음감회(음악감상회)를 열고 신곡 소개에 나선 김현철은 ‘꽃’에 대해 “특히 요즘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앞날이 창창한데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며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라고 말했다.

가사 내용은 꽃에게 ‘네가 꽃인 걸 아느냐’고 묻고 ‘아마 모를 거다. 꽃은 피어있을 때는 꽃인 줄 모르다가, 지고 난 뒤에나 알게 된다’고 말하는 식이다. 김현철은 차분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김현철은 “이 곡을 들으면 많은 이들이 이해할 것이다. 누구나 꽃으로 살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은 모른다. 우리 모두 다 아름다운 꽃”이라고 강조했다.

1989년 ‘춘천가는 기차’로 데뷔해 30년 째 활동 중인 김현철. 그가 자신의 곡에 사회의 상황, 이슈 등을 다룬 건 처음이다. ‘꽃’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신문에서 본 연예인 동료들의 사건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앞으로 살면서 어떤 굴곡이 있을지 모르지 않느냐”면서 “그때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꽃은 누군가가 심었기 때문에 피어난다. 심어준 사람에게 하나의 보답이라도 하려면 잘 피고 잘 져야 한다. ‘꽃’은 그런 의미도 담고 있다”면서 “누군가를 보듬고 싶다고 했지만, 어쩌면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현철의 새 음반의 음감회는 지난 20일 열렸고, 지난 24일 우리는 또 하나의 꽃이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김현철이 슬픈 현실을 마주하고 눌러 담은 ‘꽃’의 마지막 소절이 귓가에 맴돌아 가슴이 시리다.

‘아주 오래 오래 기억되기를, 그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이었는지…그토록 아름다운 꽃이었음을’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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