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카센타’ 포스터.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영화 ‘카센타’ 포스터.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영화 ‘카센타’는 퍽퍽한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에게 쉽게 웃기 힘든 웃음과 물음을 던진다.

한적한 국도변에서 대흥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 분)와 순영(조은지 분) 부부. 한 달에 20만원도 못 버는 상황인데 카센터 근처에 대형 리조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그나마 있던 손님도 떨어졌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 했던가. 공사장을 오가던 트럭에서 떨어진 금속 조각으로 인해 펑크 나는 차량이 생기게 된다. 재구는 손님을 늘리기 위해 한밤중에 몰래 날카로운 못을 도로 위에 올려놓는다. 펑크 나는 차량이 늘어나자 텅 비었던 금고는 돈으로 가득찬다. 재구와 순영은 돈 욕심에 점점 대담해지고 급기야 도로에 아예 못을 박아버린다. 하지만 이번엔 과유불급이다.

영화 ‘카센타’의 한 장면.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영화 ‘카센타’의 한 장면.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영화에서 부부의 아주 작은 생계형 범죄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선풍기 하나로 버티던 부부는 에어컨을 사고, 읍내에서 쇼핑을 하고, 스테이크를 썰어 먹게 된다. 순영은 ‘리조트회사 대표님’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세련된 옷을 입고 도도하게 굴어보기도 한다. 먹고 살려고 시작한 일에서 주인공들이 ‘돈의 맛’을 알아가면서 법적·윤리적으로, 스스로도 ‘봐 줄 수 없는’ 경계를 넘는다. 그렇다면 ‘봐 줄 수 있는’ 수준은 어디까지인가. 입에 풀칠도 못하던 사람들이 밥 먹고 살 정도의 수준으로는 범법 행위를 해도 되는 것인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를 영화는 생각하게 한다. ‘안 된다’고 단호하게 결론 내리자니, 인형 눈알 붙이기 부업을 하고 홈쇼핑 주문 취소를 반복하던 순영의 모습이 애처로워 마음에 걸린다.

이 영화는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과 텃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순영은 이 지역 사람인데 서울로 공부를 하러 갔다가 재구를 만났고, 형편이 어렵게 되자 고향인 이 마을로 내려오게 됐다. 외지인 재구에게 경쟁 카센터 사장들은 날을 새우기만 하고 ‘출가외인’ 순영도 마을 사람들과 완전히 어우러지진 못한다. 순영의 친가 식구들도 순영네를 무시했지만 이들이 돈을 벌자 뜯어먹을 만한 게 없나 찾는 데 급급하다. 가족 간에도 이기적인 모습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영화는 스쳐지나가는 듯 보였던 인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이런 인물들과 작은 에피소드들이 큰 줄기 사이사이를 메우면서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든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흐름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신선하고 독특한 발상이 허를 찌른다.

박용우와 조은지의 생활 밀착형 연기가 현실성을 더하고 공감도를 끌어올린다. 라이벌 카센터의 문 사장 역을 맡은 배우 현봉식은 개성 있는 연기와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으로 눈길을 끈다.

오는 27일 개봉.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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