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MBN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에서 재벌가 MC그룹의 막내딸 모석희를 연기한 배우 임수향./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MBN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에서 재벌가 MC그룹의 막내딸 모석희를 연기한 배우 임수향./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어떤 때는 굉장히 착하고 정의롭지만 가끔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무가내거든요. 그래도 인생 캐릭터라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 만날 인생 캐릭터가 훨씬 많거든요.”
임수향은 최근 종영한 MBN 수목드라마 ‘우아한 가’에서 재계 1위 재벌가 MC그룹의 막내딸 모석희를 연기했다. 극중 15년 전 살인사건으로 인해 마음 속 깊이 간직해 온 모석희의 외로움과 슬픔, 분노를 섬세하게 표현해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숨겨진 진실을 파헤칠 때는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과 행동으로 통쾌함도 선사했다. 그 덕에 모석희라는 캐릭터는 그의 연기 인생에 큰 임팩트를 남겼다. ‘우아한 가’를 마친 임수향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10. ‘우아한 가’가 MB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주역으로서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임수향: 너무 좋았다. 매주 시청률을 볼 때마다 놀랐다.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한다. 시청률은 배우 혼자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배우와 스텝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다. 호흡도 너무 잘 맞았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좋은 결과도 얻고, 캐릭터도 사랑 받아서 감사하다.

10. 어떤 점이 가장 걱정됐나?
임수향: MBN이 드라마를 많이 하는 채널이 아니었고, 방송 시간대도 오후 11시여서 부담감이 있었다.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다음 작품으로 ‘우아한 가’를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의외라는 반응도 많았다.

10. 그럼에도 ‘우아한 가’에 출연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면?
임수향: 모석희라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끈하고 한 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석희는 아픔도 있고 그걸 이겨내는 에너지도 있다. 밝은 것 같은데 어둡기도 하다.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어 욕심이 났다.

10. 그만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임수향: 그랬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어려웠다. 우선 드라마 전개가 너무 빠르다 보니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감정의 연결들을 찾아내는 게 어려웠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다. 또 모석희라는 캐릭터가 워낙 말과 행동이 세서 자칫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비호감과 걸크러시는 종이 한 장 차이 아닌가.(웃음) 1~2회 방송을 보니 다행히 호감으로 비쳐져서 그때부터 마음 놓고 연기했다.

10. 극 중 캐릭터와 자신이 닮은 점이 있다면?
임수향: 나도 석희처럼 밝은 모습도 있고, 어두운 모습도 있다. 사실 사람을 한 가지 성격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지 않나.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감정 기복이 심하진 않은데 시즌이 있다. 밝은 시즌과 차분한 시즌이랄까.(웃음)

10. 지금은 어떤 시즌인가?
임수향: 작품을 하는 동안 에너지를 많이 써서 엄청 밝은 시즌은 아니다. 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배우 임수향은 “극중 모석희 스타일링에서 중점을 둔건 ‘의외성’이었다”고 말했다./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배우 임수향은 “극중 모석희 스타일링에서 중점을 둔건 ‘의외성’이었다”고 말했다./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10. 모석희의 화려한 패션도 드라마의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임수향: 재벌가 막내딸이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라 스타일링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감독님과 초반에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가장 중점을 둔 건 ‘의외성’이었다. 상황과 맞지 않는 의상을 입는 거다. 남들은 다 정장을 입고 있는데 나 혼자 잠옷 같은 걸 입고, 운동화가 어울리는 의상에 구두를 신는다. 미국에서 유학하다 온 캐릭터라 할리우드 배우 같은 느낌도 내려 했다. 색깔도 과감하게 조합하고, 딱 달라붙는 레깅스에 짧은 후드 티셔츠 하나만 입기도 한다. 손톱도 잘 보이진 않지만 의상에 맞게 매번 바꿨다.

10.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임수향: 새엄마 하영서(문희경 분)의 애완용 물고기인 ‘피카소의 장례식’ 장면이다. 처음 대본에는 내가 “아듀 물고기”라며 손가락 욕을 하고 나가는 거였다. 그런데 수위가 너무 강해서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물고기의 장례식을 하는 상황도 너무 웃기고, 심각한 분위기에서 나 혼자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설정도 독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웃는 모습이 방송에 나갔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웃음)

10. 살인사건 범인의 정체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임수향: 처음부터 알았다. 모왕표 회장(전국환 분)이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였다는 사실은 촬영 초반 쯤 듣게 됐다. 범인이었던 완수(이규한 분) 오빠도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우아한 가’는 범인이 누군지 끝까지 궁금해 하며 봐야 하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촬영하면서 전화도 많이 받았다. 범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더라.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를 주고 싶었는데 그 부분은 성공한 거 같아 뿌듯했다.

10.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댓글들도 보는지?
임수향: 항상 본다. 이번 작품은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았다. 이 작품은 마지막 회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어서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는데 칭찬과 응원이 많은 힘이 됐다.

10. 좋은 댓글만 있는 건 아니다. 악성 댓글에 상처 받지는 않나?
임수향: 악플 없는 배우는 없는 것 같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중 어느 게 더 많은가 정도이지 않을까. 물론 심한 악플에는 상처도 받는다. 모르는 사람이 나를 이유없이 싫어하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겠나. 괜찮다고 하는 게 오히려 거짓말 같다. 그렇지만 분명 도움 되는 비판이 있고, 예리한 지적도 있다. 그것을 걸러낼 수 있는 눈은 조금 생긴 것 같다.

10. 가장 기억에 남는 응원의 말은?
임수향: 너무 많아서 한 가지를 고르기가 힘들다. 그런데 요즘 SNS 다이렉트 메시지로 나한테 고민 상담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다 답장을 해주지는 못하지만 ‘요즘 행복한 일이 없다’는 고민에는 한마디씩 답장을 보낸다. 나도 똑같다고. 나는 힘들고 지치면 집에서 강아지들과 TV를 보며 푼다고. 그렇게 소소한 것에서부터 조금씩 행복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그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고, 내가 누군가의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는 데 뿌듯함도 느낀다.

10. 많은 시청자들이 모석희에 대해 ‘임수향의 인생 캐릭터’라고 호평했는데 동의하나?
임수향: 인생 캐릭터라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만날 인생 캐릭터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호호.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임수향./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임수향./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10. ‘우아한 가’ 최종회 쿠키영상은 구속됐던 한제국(배종옥 분)이 출소해 팀원들과 다시 모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시즌2를 암시하는 건가?
임수향: 그건 아닌 것 같다. 감독님은 한제국과 TOP(탑)팀의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고 하더라. 시즌2에 대해서는 들은 게 없다. 시즌2가 나온다고 해도 모석희와 이윤도(이장우 분)가 나올까 싶다. 카메오 정도로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10. 이장우와의 러브라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쉬움은 없었나?
임수향: 둘 다 러브라인이 많지 않길 바랐다. 미스터리 멜로드라마이긴 하지만 러브라인보다 중요한 사건·사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킨십은 주로 석희가 했다. 경찰서 앞 키스신도 시작은 윤도가 했는데 어느새 석희가 리드하고 있더라.(웃음) 나는 그게 모석희 스타일인 것 같아 좋았다.

10. 본인의 실제 연애 스타일도 적극적인가?
임수향: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안 한다. 연애를 하려면 어디든 나가야 하는데 집에서 강아지랑만 놀고 있다. 우리 집을 자기 집처럼 드나드는 친구도 10명 정도 된다. 친구가 항상 옆에 있으니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다.

10. 올해가 데뷔 10주년이다. 소감이 어떤가?
임수향: 치열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았음에 감사하다.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그 중 연기를 하는 친구들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나처럼 활동을 활발히 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 그만큼 연예계가 치열하다. 그래도 나는 작품도 꾸준히 하고 있고, 주인공도 맡고 있지 않나. 팬들이 10주년이라고 전광판 광고도 해주고 선물 이벤트 해줬는데 뭉클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오디션 보러 다니고 회사 찾아다니던 때가 생각나면서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었다.

10. 다음 작품 계획은?
임수향: 이르면 내년 여름쯤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예능에 잠깐씩 출연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 천천히 대본들을 보고 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신중히 선택하려 한다. 다음 작품은 뭐가 될지 나도 기대된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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