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왼쪽부터) ‘VIP’ ‘유령을 잡아라’ 포스터./사진=각 방송사 제공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왼쪽부터) ‘VIP’ ‘유령을 잡아라’ 포스터./사진=각 방송사 제공
안방극장에 추리 열풍이 불고 있다. 연쇄 살인마부터 남편의 불륜 상대까지 추리의 대상도 다양하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공효진 분)과 용식(강하늘 분)의 로맨스에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더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주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 12회에서는 향미(손담비 분)의 죽음과 동백의 실종이 암시돼 긴장감을 형성했다.

현재 까불이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철물점 직원 흥식이(이규성 분)다. 술집 까멜리아에 CCTV를 단 지 하루 만에 까불이가 나타났기에 CCTV를 설치한 그가 의심을 샀다. 또한 용식이가 찾던,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캣맘’도 흥식이었다. 흥식이 아버지가 까불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얼굴이 나온 적은 없지만 흥식이가 외출할 때 문을 잠그는 등 아버지를 숨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농약 묻은 고양이 사료도 아버지가 만들었다는 의견이다. 또한 ‘영심이’라고 이름은 언급되지만 얼굴은 안 나온 인물의 정체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방송 화면 캡처.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방송 화면 캡처.
SBS 월화드라마 ‘VIP’는 방송 전부터 ‘같은 회사 사무실에 있는 남편의 불륜녀 찾기’라는 소재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29일 방송된 ‘VIP’ 2회에서 남편의 외도를 암시하는 문자를 받은 나정선(장나라 분)은 남편 박성준(이상윤 분)의 뒤를 따라붙다 거짓 현장을 목격했다. “자기 혹시 바람났어?”라고 묻는 나정선에게 박성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감추려 해 궁금증을 키웠다.

앞서 불륜녀는 박성준에게 ‘아직 사무실이에요?’ ‘지금 가도 돼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어 이현아(이청아 분), 송미나(곽선영 분), 온유리(표예진 분) 모두 휴대전화의 문자를 본 뒤 회사로 돌아갔다. 이러한 익명의 문자는 박성준의 불륜 상대가 누구일지 추리해나가는 재미를 예고했다.

tvN 월화드라마 ‘유령을 잡아라’도 지하철 경찰대를 소재로 역사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사건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심 이야기는 ‘지하철 유령’이라고 불리는 연쇄살인마를 쫓는 유령(문근영 분)의 이야기다. 미스터리한 인물들의 등장과 얽히고설킨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흥미를 자극한다. 대사와 상황 등에 코믹 요소를 배치해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한다.

사진=SBS ‘VIP’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VIP’ 방송 화면 캡처.
이처럼 미스터리가 가미된 복합장르의 드라마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극적 긴장감 고조와 관심 증대에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추리가 시청자 참여주의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시청자들은 피곤하긴 하지만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호흡이 길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 요소가 필요하다. 과거 그 장치로 혈연, 출생의 비밀 등이 쓰였고 요즘은 범인 내지는 인물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구슬 드라마 평론가는 “제작진은 시청자를 드라마 안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있다. 그것은 곧 흥행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시청자는 제작진이 제시한 정보 안에서 특정 인물을 찾아야 한다. 그게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보게 하는 힘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추리한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와 호기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도 “시청자들은 추리를 하면서 실시간 댓글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다 같이 이야기하면서 드라마에 참여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추리 설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평론가는 “무엇이든 탄탄한 스토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미스터리 추리에만 의존하게 되면 결론이 뻔하게 흘러갈 수 있다. 떡밥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며 과거 스릴러물의 패착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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