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위너의 이승훈(왼쪽부터), 김진우, 강승윤, 송민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위너의 이승훈(왼쪽부터), 김진우, 강승윤, 송민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밝고 건강한 노래로 청량한 보이그룹을 대표하던 위너가 고독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23일 발매한 세 번째 미니앨범 ‘크로스(CROSS)’를 통해서다. 위너는 이번에 완전한 변신을 꾀했다. 멤버 이승훈은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고, 뮤직비디오 전라 촬영도 감행했다. 강승윤과 송민호도 기존에 하지 않았던 스타일로 노래와 랩을 소화했다. ‘위너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청량돌은 잊어라"…'가을 남자'로 돌아온 위너
앨범에는 타이틀곡 ‘쏘쏘(SOSO)’를 비롯해 ‘OMG’ ‘빼입어(DRESS UP)’ ‘플라멩코(FLAMENCO)’ ‘바람(WIND)’ ‘끄덕끄덕(DON’T BE SHY)’ 등 6곡이 실렸다. 이 중 ‘플라멩코’는 이승훈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곡이고 ‘바람’은 강승윤이 ‘맘도둑’(2013)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솔로곡이다. 멤버들이 이번에도 모든 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그저 그래’란 뜻의 타이틀곡 ‘쏘쏘’는 이별 후 덤덤한 척하면서도 내면에선 아픔과 분노로 휘몰아치는 양면성을 표현한 노래다. 멤버 강승윤이 작사·작곡하고, 송민호와 이승훈이 작사에 참여했다.

발매 당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강승윤은 “힘들거나 아픈 경험을 할 때 주위에서 위로한다고 ‘괜찮아? 잘 살아?’라고 물으면 ‘그냥 그래’라고 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쏘쏘’에는 힘들지만 표시 내고 싶지 않은 상황을 담았다. 가사에서도 계속 쿨한 척하는 모습이 이어진다”고 곡을 소개했다.

‘만남 뒤엔 헤어지는 거지 뭐 / 마냥 웃을 수는 없으니까 멍’ ‘그냥 그런 마음인 걸/ So So’ ‘그냥 그런 날인 걸 / So So’ ‘꼭 웃어야 괜찮은 거야?/ 꼭 울어야 힘든 거야?/ 그냥 그저 그런데 So what’. 힘들지 않은 척 꾹꾹 눌러 담던 감정은 송민호의 랩 파트에서 터져 나온다. 송민호의 평소 스타일과 달리 대화체로 랩을 이어간다. 담담하다가 슬퍼했다가 분노하는 감정들을 팝, 댄스, 힙합 등 여러 장르가 넘나드는 편곡으로 반전을 줬다. ‘위로해달라고 안 했으니 내려가 Don’t touch me’ ‘걔 욕은 내가 해야지 왜 네가 해. 어? 아’ ‘가만히 내버려 둬 좀! 아 몰라 다 꺼져’.

‘쏘쏘’는 발매 다음날 벅스, 소리바다 등 2개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해외 27개국에서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앨범 차트 1위와 일본 아이튠즈 팝, K팝 부문 1위를 꿰찼다. 발매 사흘째인 25일에도 소리바다 2위, 벅스 8위, 멜론 25위 등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위너의 변화는 오래 전부터 멤버들이 의논해온 결과다. 신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멤버들이 언제부터인가 진중한 음악을 발표하고 싶어 했고, 처음으로 가을 컴백을 결정하면서 묵직한 감성과 깊이 있는 곡들을 선보이게 됐다는 얘기다.

“위너는 앨범마다 장르 혹은 콘셉트에 변화를 줬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큰 변화라고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우리 특유의 음악 색깔에 머물러 있었던 거죠. 이번엔 장르뿐만 아니라 콘셉트, 비주얼에서도 제대로 변화를 보여주자고 각오했습니다.”(강승윤)

위너는 컴백을 앞두고 적잖은 환경 변화를 겪어야 했다. 소속사(YG엔터테인먼트) 동료인 그룹 아이콘의 비아이가 마약 의혹으로 팀을 탈퇴했다. 양현석 총괄프로듀서도 비아이의 마약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과 성매매, 원정 도박 논란 등에 휘말려 지난 6월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작업 환경의 변화는 위너에 위기이자 기회였다.

강승윤은 “(양 전 총괄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경로가 없어져서 팀이 자체 판단하는 상황이 많이 생겼다. 책임도 우리에게 돌아와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각할 수 있었다”며 “우리를 응원해주는 팬들을 보며 힘을 냈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빈 한경텐아시아 기자 bin06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