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고(故) 설리. / 제공=JTBC2 ‘악플의 밤’
고(故) 설리. / 제공=JTBC2 ‘악플의 밤’
스타들을 둘러싼 악플(악성댓글)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올바른 댓글 매너와 문화를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JTBC2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이 결국 폐지된다. MC로 활약한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안타까운 비보가 전해진 후 제작 방향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악플의 밤’의 제작진은 지난 14일 고(故) 설리의 비보를 접한 후 안타까운 심경을 표하면서 지난 18일 프로그램을 휴방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폐지 요구가 쏟아졌다. 악플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당차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출연자들을 담았지만, 수위 높은 악플을 직접 읽는 출연자들의 고충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나치게 가학적인 프로그램 아니냐는 것. 더욱이 설리의 비보가 전해진 가운데 전처럼 당차게 받아치며 소신을 밝히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웃으면서 볼 수도 없을 거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에 따라 제작진도 프로그램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제작진은 지난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악플의 밤’은 지난 11일 방송된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된다. 대표 MC의 안타까운 비보를 접한 이후 제작 방향에 대한 고민 끝에 고인의 부재 하에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당하고 아름다웠던 고 설리와 함께한 시간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설리가 마지막으로 촬영한 17회와 18회 방송도 내보내지 않는다.

지난 6월 21일 처음 방송된 ‘악플의 밤’은 신선한 시도로 주목받았다. 스타들이 자신들의 악플을 직접 소리 내 읽으며 인정하거나 반박하는 식으로 흘러갔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고, 특히 입담이 좋은 코미디언 신동엽과 김숙, 가수 김종민 등이 설리와 더불어 매끄러운 진행을 이어갔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악플도 MC들의 순발력과 소탈함으로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설리가 생전 악플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알려지면서 ‘악플의 밤’에서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도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설리는 ‘악플의 밤’에서 다른 출연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도 당당하게 받아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도 선사했다. 그러나 한 심리학 전문가는 “(악플을 읽으면) 힘들거나 억울함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지만,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다른 연예인의 악플도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악플의 밤’이 폐지를 발표하자 많은 시청자들은 “폐지가 답” “잘한 선택”이라고 지지하는 동시에 이젠 악플 없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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