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보랏빛으로 물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덤 센터./리야드=김수경 기자

보랏빛으로 물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덤 센터./리야드=김수경 기자

보랏빛으로 물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덤 센터./리야드=김수경 기자

아랍권에도 방탄소년단 열풍이 예외없이 불어닥쳤다. 방탄소년단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하는 월드투어 공연을 하루 앞둔 10일, 리야드의 밤은 방탄소년단을 환영하는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보라색은 방탄소년단과 아미(ARMY, 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에게 의미있는 색이다. 멤버 뷔가 2016년 팬미팅에서 “보라색은 오랫동안 사랑하자는 뜻”이라고 말한 이후 아미들은 ‘사랑해’를 ‘보라해’ 또는 ‘I PURPLE YOU’라는 말로 대신 표현해올 정도였다.

지난 5월부터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방탄소년단의 방문을 기념해 건물에 보라색 조명을 켠 이후, 방탄소년단이 가는 도시마다 랜드마크 건물들이 보랏빛 조명을 켜며 이벤트를 선물했다. 야경으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벤트는 더욱 아름다웠다. 리야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킹덤 센터(Kingdom Center)의 역포물선 형태를 따라 보라색이 빛나면서 특별한 아라비안 나이트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올라야 타워(Olaya Tower), 하마드 타워(Hamad Tower), 알 파이사리아(Al faisaliah) 타워 등 리야드를 대표하는 고층 건물들도 보랏빛을 비추며 방탄소년단을 반겼다.

방탄소년단은 11일 리야드의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King Fahd International Stadium, 이하 리야드 스타디움)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공연을 펼친다. 공연 전날부터 리야드 스타디움 밖에 개장한 MD 부스에는 굿즈를 사러 몰려든 아미들의 줄이 끊이질 않았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사우디 공연에선 따로 공식 팝업스토어를 운영하지 않고 MD 부스만 운영한다.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활동 중인 VT코스메틱의 팝업스토어는 마련됐다. MD 부스는 10일엔 정오부터 9시까지 열렸고 공연 당일인 11일엔 오후 1시부터 공연 종료 때까지 운영한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하루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인근에서 팬클럽 상품(굿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아미(ARMY·팬클럽)./리야드=김수경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하루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인근에서 팬클럽 상품(굿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아미(ARMY·팬클럽)./리야드=김수경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하루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인근에서 팬클럽 상품(굿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아미(ARMY·팬클럽)./리야드=김수경 기자

지난 5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이나 미국 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선 굿즈 판매처를 중심으로 팬들이 노래를 부르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우디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외국인들에게 관광 비자를 발급해 준 지 2주도 채 안 됐을 정도로 보수적인 국가라 떼창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 취재진이 인터뷰를 위해 다가서면 적극적으로 응하고, 방탄소년단의 커버 댄스도 과감하게 선보였다. 춤을 추는 아미에게 주변에 있는 아미들도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차분하게 따라 부르며 응원을 보냈다.

사우디 국민들은 성별에 따라 전통 의상을 착용해야 한다. 눈을 포함해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눈만 보이는 니깝, 얼굴·손발을 제외하고 다 가리는 아바야 등이 여성 의상의 종류다. 이날 현장에는 부르카, 니깝, 아바야 등 다양한 복장을 한 아미들이 MD 부스를 찾았다. 사우디에서 여성들의 스타디움 입장은 2017년 9월부터 허용됐다. 검은 옷의 물결 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색깔있는 아바야는 최근 2년간 조금씩 자유로워진 사우디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이처럼 폐쇄적인 국가에서 아미를 응집시킨 방탄소년단의 매력은 무엇이고 이들의 팬 문화는 국내와 어떻게 다를까.

니깝을 입은 하이파(19) 양은 “BTS의 음악은 자유를 느끼도록 해준다”며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한다. 슈가의 눈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주는 긍정적인 변화는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친자매인 베안(15) 양과 레안(13) 양은 아버지와 함께 굿즈를 사러 왔다. 베안은 “BTS는 내 사고방식을 바꿨다. 사우디의 뮤지션들은 사랑만 노래하는데 BTS는 다르다. BTS는 나한테 ‘너를 사랑하라’고 노래한 첫 가수다. 굉장한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MD 부스에 혼자 온 고등학생 카심(17) 군은 방탄소년단이 댄스와 노래를 동시에 한다는 점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또 뷔의 저음도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BTS의 음악을 통해 그들을 알게 된 후 V앱, 방탄TV까지 다 챙겨봤다. 오늘은 아미밤을 사러 왔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응원봉인 아미밤 3세대(Official light stick ver.3)는 이날 아미들의 손에 가장 많이 들려있는 굿즈였다.

국내 아이돌 팬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커뮤니티 등 다양한 온라인 집결지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한다. 사우디는 어떨까. 리야드에 사는 푸툰(27) 씨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팬들은 아직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이 전부다. 온라인 팬페이지는 없다. 사우디에도 ‘홈마'(아이돌의 사진을 찍는 ‘홈마스터’의 줄임말)는 있다”고 설명했다.

아미 인(왼쪽부터), 글러디린, 예샤, 리아./리야드=김수경 기자

아미 인(왼쪽부터), 글러디린, 예샤, 리아./리야드=김수경 기자

아미 인(왼쪽부터), 글러디린, 예샤, 리아./리야드=김수경 기자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사우디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일상에도 큰 재미를 더해줬다. 사우디엔 많은 외국인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술 판매가 금지된 데다 교통비도 비싼 편이라 즐길 거리가 적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간호사 리아(30), 필리핀에서 온 간호사 글러디린(38)과 인(32), 비서 예샤(23) 씨가 그 예다. 이들 네 명은 이날 처음 만난 사이다. 남자 간호사인 인은 “사우디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외국인들도 많은데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활력을 더해줬다. 오늘 아미봉과 티셔츠를 여러 장 샀다”며 “방탄소년단이 0에서 시작해서 이처럼 성장했다는 것이 좋다. 나한테 자극과 영감을 준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11일 오후 7시 30분부터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으로 보랏빛 감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리야드=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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