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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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위장 전투를 펼쳤던 772명의 학도병의 이야기.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의 기본 설정만 놓고 본다면 2016년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인천상륙작전'이 떠오른다. 영화를 만든 제작사가 같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비슷한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은 전혀 달랐다.

평균 나이 17세, 훈련 기간은 2주에 불과했던 학생들은 인천상륙작전의 위장전을 펼치기 위해 경북 영덕 해안가로 향했다. 총에 탄환을 넣는 것도 서툴고, 군복보다 교복이 더 어울렸던 소년들이었다. 거친 파도와 빗줄기에 뱃멀미를 하며 장사리 해변에 도착했지만 이들을 기다렸던 건 살벌한 전투였다.
/사진=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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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군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사지에 몰린 이들을 도와주는 이는 어른들은 이들과 함께한 이명준(김명민) 대위와 부대원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소년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만큼 맹렬하게 쏟아지는 총알에 목숨을 걸고 한걸음씩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후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은 학생들이 전투에 익숙해져 성장해가는 모습보다는 이들의 인간적인 사연에 집중한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었고,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들이 왜 학도병에 지원하게 됐는지, 전쟁의 참사 속에 가족도 적이 되는 현실을 전하는데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등 이미 한국전쟁을 기록한 여러 영화를 통해 담긴 민족 비극의 정서이지만 그 대상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전해지는 강도가 더 크다.
/사진=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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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방어하고 인천상륙작전을 완수하기 위해 이용된 학생들. 전투 현장 밖에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던 유일한 사람은 미국인 종군기자 매기(메간 폭스)였다. 총알받이로 몰린 학생들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촉구했다. 그런 매기를 한국군은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보여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쟁영화임에도 '주적'은 적군이 아니었다. 이기적인 우리군이 최대 악역이었다. 미군마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한국군 사령부는 "작전에 실패하면 다 이명준 대위 탓"이라며 선을 그었다.

충분히 '국뽕'이나 '반공'으로 쉽게 갈 수 있었음에도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은 전쟁의 참혹함과 전하는데 집중했다. '친구' 곽경택 감독, '아이리스' 시리즈의 김태훈 감독의 연출 능력을 고려한다면 더 극적이고, 멋있게 찍을 수 있었을 전투 장면도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가 '포화속으로', '인천상륙작전'을 잇는 한국전쟁 3부작으로 소개했지만 이들과 이루는 차별점도 이 지점에 있다.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이 전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도 애국심 고취가 아닌 학도병들에 대한 '헌사'와 '반전'이다.
/사진=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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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명민이 이끄는 학도병들과 메간 폭스, 조지 이즈가 등장하는 미군의 이야기는 어울릴 듯 겉도는 인상을 남긴다. 유일하게 이들이 만나는 장면 역시 합성 같은 느낌을 준다. 외국 배우들이 한국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작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은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김명민은 "알아야 잊혀지지, (장사리 전투는) 알려지지도 않았던 일이다"며 "이 영화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알고 계셨던 분들은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속에서 잊혀진 어린 영웅들의 사연을 전했다는 점에서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은 착한 영화다. 러닝타임 104분. 오는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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