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구교환(왼쪽부터), 이주영, 문소리, 이옥섭 감독 17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메기’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구교환(왼쪽부터), 이주영, 문소리, 이옥섭 감독 17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메기’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우리는 진실이라서 믿는가, 믿어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가. 영화 ‘메기’는 믿음도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메기’는 지난해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KBS 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이주영) 등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독립영화계의 스타 이주영, 구교환,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문소리가 주연을 맡아 이목을 모은다.

17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메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옥섭 감독과 배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이 참석했다.

‘메기’는 병원을 발칵 뒤집은 19금 엑스레이 사진,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지각변동을 감지하는 메기 등을 소재로 믿음에 관한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을 담은 미스터리 코미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 제작한 14번째 작품이다.

영화 ‘메기’에서 마리아사랑병원 간호사 윤영 역의 배우 이주영. /lsh87@
영화 ‘메기’에서 마리아사랑병원 간호사 윤영 역의 배우 이주영. /lsh87@
이옥섭 감독은 “2003년부터 만들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작품을 봐왔다.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나도 인권영화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경쾌한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 감독은 영화의 시작점이 된 장면을 “고요한 밤, 병원에서 어항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걱정스러운 얼굴”이라고 밝혔다. 제목이 ‘메기’인 이유는 뭘까. 이 감독은 “어항에 어울리지 않는 물고기를 생각하다 메기가 떠올랐다. 뱀장어도 있는데 왜 메기가 됐을까라면서 여러 생각을 하다가 얻은 답이 있다. 메기는 생명력이 질기고, 더러운 물에서도 살아남고, 민감해서 지각변동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여자의 고민에 도움과 위로를 줄 수 있고 지구를 지킬 수도 있을 것 같은 물고기가 메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마리아사랑병원 간호사 윤영 역을 맡았다. 그는 “각 등장인물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인물이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윤영의 다른 면모를 보여줬어야 했다. 부원장(문소리)을 만날 때, 성원(구교환)을 만날 때 각각 다른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이경진 역의 배우 문소리. /이승현 기자 lsh87@
사람을 믿지 못하는 이경진 역의 배우 문소리. /이승현 기자 lsh87@
윤영이 ‘믿음’의 인물이라면 문소리가 연기한 부원장 이경진은 ‘불신’의 인물이다. 문소리는 “부원장은 강해보이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고 약한 인물이다. 윤영의 믿음을 따라가고 싶은 인물이다. 또한 믿음이 깨졌을 때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잘 아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문소리는 이옥섭 감독의 팬으로서 그의 작품에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문소리는 “언젠가 작업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아도 이 감독의 작품을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며 “감독님이 이 작품을 제안해줬을 때 분량, 비중에 상관없이 강한 믿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 역시 예전부터 문소리의 팬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하하하’에서 극 중 문소리 선배인 애인이 업혀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 문소리 선배를 보고 선배는 어떤 역할을 해도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 영화에서 부조리했던 부원장을 점점 사랑스러운 인물로 만들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구교환은 이번 영화 주연을 맡았을 뿐 아니라 프로듀서, 각본, 편집을 겸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구교환은 이번 영화 주연을 맡았을 뿐 아니라 프로듀서, 각본, 편집을 겸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구교환은 윤영의 남자친구 성원 역을 맡았다. 영화 프로듀서도 겸했다. 구교환은 “새로운 이야기를 받은 쾌감이 있었다”며 대본을 처음 봤던 때를 떠올렸다. 또한 “영화를 만드는 가장 큰 목적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다”라며 “관객들에게 연애편지를 드리는 마음이다. 설렌다. 어떤 답이 오든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이 감독에 대해 “연출이 동물적이다. 정해진 콘티와 스토리보드가 있지만 즉흥적인 연출력이 뛰어나다. 자유가 있으면서도 정확한 목적이 있다”고 칭찬했다. 또한 “기존의 내 연기에 대한 관습을 파괴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소리도 “영화에서 다트를 던지거나 고릴라와 CF를 찍는 장면 등에서 감독님은 내가 나를 넘는 자유를 느끼게 해줬다. 그러면서도 원하는 방향이 정확하다.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작업이었다”고 동조했다.

이주영은 믿음에 관해 이야기한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내가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순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예비 관객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소리는 이번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바가 “총체적이어서 무엇이라고 하나로 말할 수 없는 청년들의 불안감”이라고 꼽았다. 또한 “권해효 선배님, 가수 던밀스 등도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메기, 고릴라 등 재미난 동물들도 많이 나온다. 말 많은 메기는 배우 천우희의 매력적인 목소리”라고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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