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세계산악영화제 측, 한국 산악계 진단하려 포럼 마련
산악전문가들, 주제발표·토론…"산악역사 유례없는 인물" 평가
'신루트 개척' 선구자…산악인 故 김창호 학술행사 열려
지난해 네팔 히말라야에서 숨진 산악인 고(故) 김창호 대장을 기리는 학술행사가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열렸다.

울주산악영화제 측은 개막 사흘째인 8일 울산시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포럼 '김창호, 히말라야의 방랑자'를 개최했다.

고 김창호 대장은 지난해 10월 네팔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해발 3천500m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에서 사고를 당해 다른 대원 4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8천m 이상 14개 봉우리를 모두 무산소로 등정한 김 대장은 '알파인 스타일'을 고집해온 고지식한 등반가로 유명했다.

김 대장은 2012년 네팔에 남겨진 가장 높은 미등정봉 힘중(7천140m)을 세계 최초로 등정해 산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 피켈상 아시아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듬해인 2013년 에베레스트(8천848m)를 인도 벵골만의 갠지스강 하류의 해발 0m에서부터 출발해 카약, 사이클, 트래킹만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무산소 등정으로 정상에 오르면서 히말라야 8천m 이상 14좌 등정에 성공했다.

화석연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등반'이었다.

무엇보다 김 대장은 남들이 올랐던 길(등정주의) 대신 최소한의 장비로 자신의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방식(등로주의)을 추구하며 산악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김 대장이 앞장선 '2016 코리안웨이 강가푸르나 원정대'는 2016년 10월 네팔 안나푸르나 지역 강가푸르나(해발 7천455m) 남벽에 새로운 루트인 '코리안웨이'를 개척한 공로로 2017년 황금피켈상 시상식에서 국내 최초로 황금피켈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신루트 개척' 선구자…산악인 故 김창호 학술행사 열려
영화제 측은 김 대장 가까이에서 산악활동을 해온 전문가들이 불세출의 등반가이자 원정대장, 탐험가, 기록자, 역사가, 비평가로서 김창호를 평가하고, 남겨둔 과제를 살피며 한국 산악계를 진단하려고 포럼을 마련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오영훈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인류학 강사는 김 대장의 산악인생을 입문·탐사·실험·결실 등 4단계로 되돌아보면서 "김창호는 방대한 탐사, 역사와 문화에 입각한 비평, 깊이 있는 산악 철학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산악사에 유례가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장과 4번의 등반을 함께 했던 등반가 최석문 씨가 두 번째 발제에서 "미지의 모험을 앞두고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 산과 등반을 대하는 자세, 등반 후 자료를 남기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는 나의 스승이었지만, 그의 탐사와 등반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면서 "김창호는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산악인이다"고 회상했다.

발제에 이어 남선우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장, 이동훈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 이성원 히말라얀클럽 부회장 등 3명의 패널이 김 대장의 업적을 기리고 그의 삶과 기록을 되돌아보는 토론을 진행했다.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6∼10일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언양읍 행정복지센터, 범서읍 울주선바위도서관 등에서 열리고 있다.

전 세계 45개국 산악·자연·환경 영화 159편이 상영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신루트 개척' 선구자…산악인 故 김창호 학술행사 열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