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지난 24일 종영한 채널A 금토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에서 성공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최수아를 연기한 배우 예지원. / 서예진 기자 yejin@
지난 24일 종영한 채널A 금토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에서 성공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최수아를 연기한 배우 예지원. / 서예진 기자 yejin@
연기하는 내내 알을 깨는 듯한 진통을 겪었어요. 혹독하고, 처절하게요.” 채널A 금토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하 ‘오세연’)에서 예지원이 연기한 최수아는 우아하고 매력적인 전업주부라는 껍데기를 가진 인물이었다. 성공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지만 외로웠고, 비참했다. 그 슬픔을 껴안아준 하윤(조동혁 분)에게 걷잡을 수 없게 빠져들었지만 모든 것을 잃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불륜이었지만 예지원의 처절하고 간절했던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아직 드라마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 예지원을 서울 한남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10. 불륜 소재라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예지원: 이 작품은 단순히 불륜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에요. 성장통을 겪으며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가족이나 친구, 사람간의 관계들이 다 그렇지 않나요? 말하지 않고 참다 보면 틈이 벌어지고, 피하다 보면 벽들이 생기게 되잖아요. 수아도 마찬가지에요. 남편에게 불만을 말해야 하는데 바보처럼 참고만 사는 인물이죠. 그게 감옥인 줄 알면서도요. 그러다 결국 터져버린 거예요. 하윤을 만나면서요. 이런 껄끄러운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수아를 통해 저도 같이 성장하겠구나 싶었죠. 많은 시청자들이 판타지, 불륜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가족드라마,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10. 극 초반에는 ‘불륜 미화 드라마’라는 좋지 않은 반응들이 많았어요.
예지원: 원래 댓글을 잘 안 보는데, 이번 드라마는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폈어요. 1~2회 때는 응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훨씬 컸죠. 불륜 미화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고,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니까 비교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특히 불륜인데 배우들이나 영상이 너무 아름답게 묘사되는 거 아니냐고요. 하지만 5회부터는 뷸륜 미화 드라마가 아니라 불륜 방지 드라마에요. 불륜을 하면 이런 천벌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거든요. 극 중반부부터는 하루 종일 우는 장면이 대부분이죠. 우는 걸 줄여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혹독하고 처절하게 연기했어요. 알을 깨는 듯 진통을 겪는 느낌이었습니다.

10.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요?
예지원: 아쉽기보다 감사한 게 많죠. 시청자들이 뒤로 갈수록 응원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제가 생각한 대로 받아들여줘서 감사했고요.

10. 원작과의 차별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예지원: 대본이요. 일본 원작을 국내 정서에 맞게 잘 각색했어요. 뒤로 갈수록 과하지 않은 신파도 있었고요. 건축하듯이 차곡차곡 잘 쌓아진 느낌이랄까? 분량도 원작은 10부작, 우리는 16부작이에요. 훨씬 더 긴 호흡이었기에 인물을 좀 더 디테일하고 치밀하게 표현했죠. 배우와 스텝 모두 그러한 무게를 안고 임했어요. 특히 원작은 수아보다 지은(박하선 분) 위주로 많이 설명되어 있는데, ‘오세연’은 수아가 변해가는 과정을 훨씬 더 친절하게 설명해요. 시청자들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했으니까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스틸. /사진제공= 채널A, 팬엔터테인먼트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스틸. /사진제공= 채널A, 팬엔터테인먼트
10. 조동혁과의 파격적인 소파 키스신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요.
예지원: 다른 드라마와 똑같은 키스신이었을 뿐이에요. 불륜, 격정멜로라는 수식어가 있다 보니 더 야하게 느껴진 거죠. 노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똑같은 키스 장면이라도 캐릭터와 상황에 따라 시청자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다른 거 같아요. 이 드라마가 로맨스 코미디 장르였다면 오히려 웃기는 장면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요?(웃음)

10. 극중 수아가 하윤에게 빠져든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예지원: 저는 하윤을 ‘불륜계의 순결남’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아줌마들의 로망이죠. 다른 남자들은 수아가 노력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왔는데, 하윤은 수아가 안하던 행동을 하게 만들잖아요.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서 옷까지 벗게 할 정도로요. 그런데도 하윤은 수아를 돌려보내요. 나를 지켜주는 남자,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사랑, 이런 모습들이 수아를 변화시킨 거라고 생각합니다.

10. 박하선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예지원: 저는 극중 하윤과의 멜로보다 지은과의 장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은과 있을 때 수아는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면서 대본만 100번 넘게 본 것 같아요. 수아에게 지은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거든요.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지은에게는 자신감 있게 말하잖아요. ‘너도 이렇게 살아봐’라고 잘난 척 할 수도 있고요. 수아도 외로우니까 말할 동무를 찾은 거죠. 내 편을요. 다행히 하선 씨가 배우들에게 잘 맞춰주고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라 호흡이 굉장히 좋았어요. 덕분에 여자들끼리의 ‘워맨스’가 잘 산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10. 캐릭터 분석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아요.
예지원: 제가 생각한 수아는 생활 속에 묻어나는 우아함이 있어야 했어요. 그게 제일 어려웠죠. 아이를 기르면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여자이니까요. 그래서 손톱을 손질하지만 매니큐어는 바르지 않았어요. 청순하고 단아한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아서요. 너무 화려하면 뻔하고 재미없잖아요?(웃음) 또, 수아가 바람을 피우는 건 가진 걸 지키기 위해서라고 해석했어요. 아이 2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남편의 지원이 필요하고, 이걸 지켜야 하는데 남편은 인간적으로 견딜 수 없으니까 버틸 힘을 잘못된 방법으로 찾은 거죠. 자신을 막 대하는 남자를 견디기 위해서는 자신도 죄를 지어야 했던 거예요.

10. 아직 미혼인데,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예지원: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은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죠. ‘결혼하면 이래요?’라며 놀라기도 하고요. 덕분에 시집가기 전에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호호.

10.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나요?
예지원: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결혼은 이럴 것이다’였다면, 이제는 ‘결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신중하게 하게 돼요. 저는 수아처럼 살지는 않을 거니까요.(웃음) 결혼에 대한 생각은 항상 있어요. 일하다 보니 나이를 이렇게 먹은 것뿐이죠. 어릴 때는 대시도 많았는데, 지금은 연기자로서 연차가 많다보니 다들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용기를 내서 선을 봐야 할 때인가 봐요. ‘연애의 맛’ 프로그램에나 나가볼까요? 호호.

배우 예지원은 ‘오세연’ 촬영이 끝난 지금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힘들다고 털어놨다. / 서예진 기자 yejin@
배우 예지원은 ‘오세연’ 촬영이 끝난 지금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힘들다고 털어놨다. / 서예진 기자 yejin@
10. 제작발표회 때 한 차례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예지원: 그 당시가 한창 울고 있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어요. 집에서 쫓겨나고, 갈 곳이 없는 상태요. 딱 죽고 싶은 기분이었던 그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됐는데, 캐릭터를 설명하다가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사실 촬영이 다 끝난 지금도 많이 힘들어요. 원래는 드라마가 끝나면 빨리 털어버리려고 밖에도 잘 돌아다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어요. 체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요. 하선씨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 작가님이 ‘빨리 캐릭터에서 나와야 할 텐데’라며 걱정하고 계세요.(웃음)

10.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어요?
예지원: 엄마한테 효도한 것 같아요. ‘오세연’을 찍으면서 엄마가 친구들한테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잘 보고 있다고, 너무 재미있다고요. 몇 회 지나니까 엄마가 드라마에 푹 빠져서 출연 배우인 저한테 줄거리를 설명하더라고요. 호호.

10. 결국, ‘오세연’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나요?
예지원: 솔직해지라고요.(웃음) 솔직해지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너무 참았다가 폭발하지 마세요. 답답하게 참다가 폭발하면 옆에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해요. 예전에는 참아야 관계가 오래 갔지만 지금은 한마디를 참을수록 벌어져요. 소통의 시대니까요.

10. 다음 작품 계획은요?
예지원: 정통 멜로를 다시 한 번 찍고 싶어요. 대신 조금 더 밝은 역할로요.(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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