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예쁘고 감성적이지만 거칠고 촌스럽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대놓고 3040을 겨냥한 작품이다. 1994년을 시작으로 1997년, 2001년과 2005년까지 11년 동안 만나고 엇갈리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들을 끼얹는다. 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한 고증과 직관적인 노래들이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화면을 메우는 정해인의 예쁜 얼굴이 멱살 잡고 흐트러지는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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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인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1975년생 동갑내기다. 이들이 스무살이 되던 1994년 10월 1일, 미수는 어머니가 물려준 과자점에서 문을 열 준비를 했고 이른 아침부터 "두부로 만든 게 있냐"고 찾아온 현우를 만나게 된다.

소년원 가성방 후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현우는 미수의 과자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우와 함께 소년원에 가야했던 친구들과 우연히 마주하게 되면서 이들의 잔잔했던 인연도 끝나게 된다.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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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로 취업난에 허덕이던 1997년, 미수는 현우와 우연히 다시 만났지만 또다시 헤어지고, 이후 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담당한다. 유열이 KBS 라디오 '음악앨범'의 DJ가 된 첫날, 두 사람은 처음 만났고 이후 '음악앨범' 속 유열의 목소리는 때론 조언자, 때론 해설자가 돼 미수와 현우의 관계를 설명한다.

라디오에서 사연 소개 후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들이 소개된다. 유열의 '처음 사랑', 신승훈의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토이의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핑클의 '영원한 사랑', 루시드폴의 '오, 사랑' '보이나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직관적인 선곡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전망이다.
/사진=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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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캐릭터들의 모습 역시 아쉽다. 연인의 관계를 라디오라는 매개체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는 색달랐지만, 그 속에서 그리는 남녀의 모습은 기존의 답답하고 지루한 캐릭터들을 답습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급변한 성 감수성에 거슬리는 장면들도 몇몇 등장한다. 미수에게 갑자기 퇴근 후 어딜 같이 가자고 하거나, 대뜸 잘해주겠다며 치근덕거리는 대표의 모습은 최근 문제가 되는 '직장 내 괴롭힘'과 '미투'를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현우 문제로 눈물을 흘리는 미수가 찾아간 남성이 대표였다는 것. 직장 상사의 껄떡임에 시원하게 회사를 그만두는 사이다를 안겨주진 못해도,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안기는 설정이다.

여기에 섬세하지 못한 시대적 고증 역시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요소다. 등장인물들의 패션뿐 아니라 이미 HD 캠코더가 등장했던 2005년도에 등장하는 홈비디오 화면은 실소를 자아낸다. 유명 포털 이 등장한 시점에 나오는 PC통신 메일주소 역시 어색함을 안긴다.

결국 남는 건 정해인 하나다. 영화의 시점은 미수를 따라가지만 서사는 현우에게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정해인은 교복과 군복, 그리고 탄탄한 등근육까지 시선을 뺏길 것이다.

28일 개봉. 러닝타임 122분. 12세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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