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청춘 다룬 복고풍 멜로…가족앨범 같은 영화"
‘한류스타’로 급부상한 정해인(31·사진)은 또래 배우 중 로맨스물 캐스팅 1순위인 ‘멜로 장인’이다. TV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년)와 ‘봄밤’(2019년)으로 아시아 각국 여심을 사로잡은 그가 오는 28일 개봉하는 멜로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에서 첫 스크린 주역을 해냈다. 10여 년에 걸쳐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담아낸 이 작품에서 아픈 과거를 지닌 현우 역을 맡은 정해인을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사랑과 청춘을 담은, 소중한 가족 앨범 같은 영화입니다. 나이가 든 뒤 젊은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현우는 10대 시절 빵집에서 우연히 만난 동갑내기 미수(김고은 분)를 사랑하게 되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한순간의 실수로 전과자가 된 뒤 옛 친구들과 악연을 끊어내지 못한 탓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전편에 복고적 감성이 흐른다.

“1990년대 중반 제 나이가 겨우 여섯 살이었지만, 그 시절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대본을 보자마자 김광석 장필순 노래들이 떠올랐죠. 현우라는 인물에 한순간도 공감이 안 된 적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복고풍,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하거든요.”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세 편 연속 멜로물을 찍은 소감을 물었다.

“물 흐르듯이 그렇게 됐어요. 멜로 장르는 사랑에 관한 모든 것, 슬픔과 힘듦까지 표현할 수 있어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세 작품의 캐릭터들에는 제 실제 모습이 조금씩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서 캐릭터를 끌어오기보다는 늘 대본에 집중해서 창조하려고 합니다. 배우라는 직업과 제 삶을 분리하고 싶거든요.”

"첫사랑과 청춘 다룬 복고풍 멜로…가족앨범 같은 영화"
정해인은 드라마에서 손예진 한지민 등과의 빼어난 호흡으로 ‘멜로 장인’ ‘케미 장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영화에서는 김고은과 실제 연인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케미 장인’이란 소리를 들으면 부끄럽지만 저를 더 채찍질하게 됩니다. 연기할 때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가장 중요해요. 상대를 존중하면 캐릭터도 저절로 이해되거든요.”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두 여배우가 자신보다 연상이고 김고은은 연하인 것에 대해 그는 “극 중 (상대 배우가) 연상이나 연하 혹은 동갑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연기한 적은 없다”며 “그때그때 캐릭터에 집중하고 몰입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캐릭터를 과소비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지만 내 나이 때 할 수 있는 배역을 구태여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는 “긴 배우 생활의 한 과정일 뿐”이라며 “내년 초 개봉하는 영화 ‘시동’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