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전'서 호러퀸으로 변신

공포영화 만드는 신인감독 미정役
민낯에 주근깨…선크림도 안발라
CG·효과음 없이 '섬뜩한 분위기'
귀신 목소리 등 '1인 2역' 소화
킹엔터테인먼트·TCO(주)더콘텐츠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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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예지가 공포영화 ‘암전’으로 돌아왔다. 2017년 사이비 종교를 다룬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신들린 듯한 방언 연기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서예지는 이번 영화에서 섬뜩한 공포를 유발한다.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신인 감독 미정 역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 15일 개봉한 ‘암전’은 귀신이 찍었다는 소문이 도는 영화 ‘암전’의 실체를 미정이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중극 형식이다. 단편영화 ‘도살자’로 뉴욕필름페스티벌, 시체스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김진원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광기 어린 연기로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서예지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나리오가 독특했고 캐릭터도 신선했습니다. ‘암전’에 출연한 결정적인 이유는 김 감독님 때문이죠. 너무 신선한 사람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감독님이 말했는데 공감이 가더군요.”

‘암전’엔 김 감독의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 영화에 미친 것부터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것까지 서예지가 연기한 미정과 많이 닮았다. 서예지는 독특한 김 감독을 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고 했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민낯, 선명하게 보이는 주근깨와 다크서클 등을 통해 털털하고 중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화 '암전'의 한 장면

영화 '암전'의 한 장면

“사실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싶었지만 그러면 주근깨가 안 그려지고 다크서클 분장도 어색해진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제 얼굴이 이상하게 나올까 걱정되는 것보다 미정이라는 인물이 어색하지 않게 표현되길 바랐거든요. 피폐한 얼굴로 보였다면 성공이죠, 하하.”

이뿐만 아니다. 인물의 디테일한 특징까지 살린 연기가 몰입도를 높였다. 극 중 미정은 초조하면 손가락을 물어뜯거나 안경을 머리에 올렸다가 다시 바로 썼다가 하는 등의 버릇이 있다. 서예지는 “과격한 장면 대부분을 대역 없이 연기했다”며 “귀신과 싸우는 장면 등은 웬만해선 끊지 않고 롱테이크로 찍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암전’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극 중 괴소문의 영화 ‘암전’을 만든 재현(진선규 분)과 연출팀이 귀신에게 공격당하는 모습부터 미정이 ‘암전’의 실체와 마주하는 순간까지 리얼하다. 서예지는 “CG(컴퓨터그래픽)의 힘을 빌리기보다는 오롯이 배우들이 연기로 표현했다”며 “귀신도 CG 대신 분장으로 리얼함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귀신인 순미의 목소리도 서예지가 직접 연기했다. 1인 2역인 셈이다. 효과음은 최대한 배제하고 감정을 끌어올려 섬뜩한 분위기를 살렸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귀신보다 무서운 인간의 욕망과 광기입니다. 후반부에 칼을 들고 소리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진짜 미쳐 있었죠.”

서예지의 연기에는 그야말로 광기가 서려 있다. ‘누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연기를 위해서라면) 몸을 조금 다치더라도 감정을 유지한 채 끝까지 가는 것이 좋다”며 “좀 아프더라도 (연기가) 잘 나온 것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데 ‘암전’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흥행 여부를 떠나 제겐 베스트예요. 30년 살면서 그렇게 크게 소리를 질러보고, 굴러본 건 처음입니다. 정말 많은 걸 해봤어요. 그래서 왠지 더 애틋해요.”

데뷔한 지 6년. 서예지는 ‘열일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2년 동안만 해도 ‘암전’ 외에 다음달 19일 개봉하는 범죄액션물 ‘양자물리학’, 내년 개봉할 예정인 미스터리 스릴러 ‘내일의 기억’까지 영화 세 편을 내리 찍었다. 중간에 드라마 ‘무법 변호사’(2018년)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당분간 좀 쉬고 싶다”면서도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휴식을 반납할 생각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열일’의 원동력은 저 자신입니다.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이 원동력이 됐죠. ‘암전’에선 미정이란 인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끌어가야 하니까 ‘지치지 말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죠. 맡은 일을 최대한 잘 해내야 하니까요.”

노규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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