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혼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최근 막을 내린 국내 전시에서 35만 명을 모은 영국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일대기를 그린 ‘호크니’(8일 개봉)와 세계 최고 권위의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 및 재즈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루노트 레코드’(15일)다.
영국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호크니’.
영국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호크니’.
호크니는 현존 작가 중 최고가 그림을 그린 주인공이다. ‘예술가의 초상’(1972년 작)이 지난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1만달러(약 1100억원)에 팔렸다. 마일스 데이비스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배출한 블루노트 레코드는 지난 80년간 1000개 이상의 재즈음반을 냈고, 지금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옛 음반으로부터 거둔다. 두 영화는 분야는 다르지만 자유정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끊임없이 개척한 예술혼을 보여준다.

랜들 라이트 감독의 ‘호크니’는 호크니가 젊은 시절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화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호크니 인터뷰와 함께 미술전문가들의 견해를 풍성하게 담아낸다. 호크니는 인기 비결을 묻자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바꾸고, 그것들을 단순화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피카소의 영향을 받은 그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눈앞 공간이 실제보다 넓게 보이게 그리는 방법을 터득한다. 밝고 화사한 색감으로 커플의 단란함을 표현해낸 그는 “사랑의 부재는 두려움”이라고 고백한다.

호크니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걱정하지 말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새겼다. 그는 그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영화는 규율을 부수고, 자신이 원할 때 어디에서든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내는 호크니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소피 후버 감독의 ‘블루노트 레코드’는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알프레드 라이언과 프랜시스 울프가 1939년 뉴욕에서 블루노트 레코드를 설립한 후 재즈음악사를 선도한 뮤지션들을 배출한 배경을 추적한다.

영화는 75주년 기념 재즈 앨범 녹음 현장에 허비 행콕과 웨인 쇼터가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파드 파웰 등 전설의 재즈뮤지션들의 사진과 목소리가 이어지고, 셀로니어스 멍크와 아트 블레이키 등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등장한다. 노라 존스, 카산드라 윌슨, US3 등 재즈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음악을 내놓는 후예들을 발굴하는 블루노트만의 미학도 담아낸다.

뮤지션들은 위대한 음악유산을 지닌 블루노트의 비결에 대해 “창업자들이 아티스트만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이상적인 음악을 위해 타협하지 않은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즈뮤지션들은 ‘너답게 연주하라’는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여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다. 한 뮤지션이 악보와 다르게 연주했을 때 마일스 데이비스가 그것을 내치지 않고 수용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재즈의 즉흥성, 진정한 자유정신을 깨닫게 한다. 재즈의 이런 정신이 훗날 힙합의 모태가 되는 것도 보여준다. 재즈가 민주주의와 관용, 인권 등에 관한 미국의 역사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