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CG 상상하며 연기하기 어려웠죠"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감독님한테 잘 모르겠다고, 감이 잘 안 온다고 솔직히 털어놨죠. 그랬더니 ‘너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너보다 이 역할에 잘 어울릴 배우는 없다’고 얘기해주셔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사자’에서 검은 주교 역을 연기한 배우 우도환(사진)은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사자’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우도환은 세상에 악을 퍼뜨리는 지신을 연기했다. 새로운 퇴마 소재와 과감한 장르 변주, 강렬한 판타지와 액션으로 버무려진 ‘사자’는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들리지 않는 소리, 보이지 않는 컴퓨터그래픽(CG)을 마치 있는 것처럼 상상하고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없는 걸 상상해 내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일곱 시간이 넘는 특수 분장도 견뎌야 했다. 각막 손상으로 응급실도 다녀왔다.

“머리카락이 눈에 닿을 정도로 길었는데 왁스를 바른 상태에서 격한 액션 장면을 촬영하다 보니 머리카락이 각막을 긁어서 상처가 많이 생겼어요. 촬영 직후 눈이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갔죠. 곧바로 연말 시상식에 가야 했는데, 눈물이 계속 나와서 당황스러웠습니다. 하하.”

극 중 검은 주교들은 주문과 기도를 통해 힘을 얻고 젊어진다. 지신의 나이를 불분명하게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상에는 언제 생겨났을지 모를 수많은 검은 주교가 존재한다는 걸 암시한다.

“검은 주교의 주문과 제스처도 직접 만들었어요. 집에서 전등을 끈 채 촛불을 켜고 앉아 무의식 상태로 중얼거린 말들을 녹음해 받아 적었죠. 악마의 언어를 만들어야 했는데, 라틴어나 기존의 언어로는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캐릭터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도환은 열아홉 살에 드라마 ‘추노’의 장혁을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그는 “연기를 위해 빵집부터 쌀국수집, 택배 상하차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며 “학원 대신 사회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삶 속에서 배운 시간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도환은 자신의 롤모델 장혁과 함께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촬영에 한창이다.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촬영도 앞두고 있고, 범죄오락액션 영화 ‘귀수’도 올해 개봉한다. 그는 “‘믿고 보는 배우’란 말은 아직 과분하다”며 “지켜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태유나 한경텐아시아 기자 you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