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봉오동전투' 스틸
/사진=영화 '봉오동전투' 스틸
광복 이후 이토록 전국민적인 일본 불매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던가. 이렇게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본 여행을 지양하고, 일본 물건 사용을 자제했던 적이 있던가. '독립운동은 못해도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지금, 그래서 일제 강점기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는 더욱 남다른 의미로 비쳤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봉오동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승리로 이끈 동명의 전투를 스크린으로 담았다. 일본의 야비한 행동을 지적하며 붉은 글씨로 적은 '대한독립 만세'로 오프닝을 열고, 마지막 최후의 전투까지 묵직하게 극을 이끌어 간다.

특히 일본이 강점기 내내 식민사관을 통해 그토록 심으려했던 한민족의 분열과 대립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나라를 위해 낫대신 칼과 총을 들어야 했던 민초들의 이야기를 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여기에 위기의 상황에서도 풍자와 해학을 잃지 않았던 한국인의 흥을 녹여내 묵직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영화 '봉오동전투' 스틸
/사진=영화 '봉오동전투' 스틸
그렇기에 '봉오동 전투'를 단순히 일본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선동 영화로 보는 건 곤란하다. 일본군을 "쪽바리"라고 칭하고, 그들이 전장에서 벌인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동을 지적했지만, 그들이 깨달아야 할 진정성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

특히 어린 일본군 포로에게 "꼭 살아 남아 네가 본 것을 세상에 알려달라"는 대사는 현대를 사는 일본인들에게 전하는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봉오동 전투' 개봉을 앞두고 불거진 반일 운동, 일본 불매운동을 보고 일각에서는 "시류를 잘탔다", "운이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본군으로 출연한 일본 배우들에게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본 내에선 '봉오동 전투'에 출연한 몇몇 일본배우들이 '매국노'라고 비난 받을 위기에 몰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봉오동 전투'의 원신연 감독은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솔직히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하면서 영화에 담긴 진정성에 집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봉오동 전투'를 이끈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주요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사엔 기록되지 못했지만 목숨을 걸고 일본군을 죽음의 골짜기로 이끈 독립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 이들은 "영화를 찍으면서 몸이 힘든 것보다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더 고민했다"면서 입을 모았다. 이들의 바람이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사진=영화 '봉오동전투' 스틸
/사진=영화 '봉오동전투' 스틸
'봉오동 전투'는 역사를 담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정치적으로만 풀기엔 분명히 아까운 작품이다. 엔딩에서 예고된 후속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는 8월 7일 개봉. 런닝타임 135분. 15세 관람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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