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슈즈' 25일 개봉
김형순 로커스 의장

한국 장편 애니 최대 제작비
글로벌 시장 겨냥한 야심작
한국 장편 3D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한국 장편 3D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제작비를 들인 ‘레드슈즈’가 호평 속에 오는 25일 국내 개봉한다. 총제작비 250억원을 투입한 3차원(3D)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서양 동화 ‘백설공주’를 신선하게 비튼 이야기에 디즈니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난 화질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품질 시각효과로 주목받았던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에서 시각 효과를 담당한 홍성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디즈니 수석애니메이터 출신인 김상진 감독이 캐릭터 제작에 참여해 시너지를 냈다. 이 작품의 제작자는 1990년대 ‘벤처 신화’를 쓴 김형순 로커스 의장 겸 싸이더스 대표(58)다. ‘레드슈즈’는 2009년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차려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재도전한 지 10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애니메이션을 내놨다고 자부합니다. 세계인에게 익숙한 백설공주를 소재로 캐릭터들이 영어로 말하는 작품이죠. 국경을 넘는 보편성 덕분에 지금까지 123개국에 팔렸습니다. 한국 정서를 담은 캐릭터와 이야기라면 이처럼 많은 나라에 판매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가격도 더 낮아졌을 거고요.”
총제작비 250억원을 들인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를 선보이는 김형순 로커스 의장.

총제작비 250억원을 들인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를 선보이는 김형순 로커스 의장.

‘레드슈즈’는 동화의 섬에서 사라진 아빠 왕을 찾던 공주 스노 화이트가 우연히 마법 구두를 신고 절세 미인으로 바뀐 뒤 저주에 걸려 난쟁이로 변한 왕자들을 만나 진실을 파헤치는 모험을 담았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클로이 머레츠와 영국 배우 샘 크라플린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죠. 홍 감독이 5년간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완성작은 주제의식이 뛰어나고, 디즈니의 10~20% 제작비로 상당히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정도 품질의 애니메이션은 픽사와 일루미네이션 등 세계 10개 이내 회사만 제작할 수 있을 겁니다.”

홍 감독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스토리를 바탕으로 2011~2016년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다. 이후 예산을 줄이기 위해 수정작업을 거쳤다. 김 의장은 2009년부터 6년간 할리우드에 수시로 날아가 김 감독을 수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2015년 영입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디즈니에서 ‘라푼젤’ ‘모아나’ ‘빅히어로’ 등의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했고,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아카데미 정회원이기도 했다. ‘레드슈즈’의 캐릭터들이 디즈니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이 가세해 홍 감독이 했던 기초 아트작업은 메인 프로덕션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로커스가 제작비의 20%를 부담했고 창업투자회사들이 참여하면서 나머지 80%를 채울 수 있었죠.”

1990년 정보기술(IT)회사 로커스를 창업해 2000년 시가총액 3조원 규모로 키워낸 김 의장은 1999년 싸이더스를 설립하며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처음 진출했다. 2000년 싸이더스를 비롯해 시네마서비스, 넷마블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대형 엔터테인먼트기업 플레너스를 세웠다. 하지만 이후 로커스의 IT사업이 실패하면서 플레너스와 관련 계열사도 해체됐다. 그는 2009년 로커스를 재설립해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재기를 시도했다. 자신이 창업했던 싸이더스도 2014년 인수했다. 230명의 직원을 거느린 로커스는 뛰어난 컴퓨터그래픽(CG) 실력을 바탕으로 연간 350편의 광고 및 게임, 테마파크 영상에 시각효과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레드슈즈’로 로커스를 널리 알린다면 차기작을 내놓기 쉬워질 겁니다. 올해 추석 때는 실사영화 ‘타짜3’도 개봉할 계획입니다. 로커스 자회사인 싸이더스가 제작한 작품이죠. 앞으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꾸준히 선보일 겁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아시아 최고의 스튜디오가 되고 싶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