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MBC 드라마 ‘봄밤’ 첫 회 방송 화면 캡처.

MBC 드라마 ‘봄밤’ 첫 회 방송 화면 캡처.

MBC 드라마 ‘봄밤’ 첫 회 방송 화면 캡처.

‘이정인은 유지호와 반드시 결혼한다. 위반 시 처녀귀신이 되겠음!’

MBC 수목드라마 ‘봄밤’에서 한지민(이정인 역)이 정해인(유지호 역)에게 쓴 각서다. 지난 11일 방송된 ‘봄밤’ 마지막 회에서는 이정인과 유지호가 결혼을 약속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날 방송된 ‘봄밤’ 31, 32회(마지막 회)에서 이정인은 유지호에게 술에 취해 한 말실수의 벌로 각서를 쓰라고 요구했다. 한지민은 “벌은 받아야죠?”라며 흰 종이와 펜을 건넸다. 유지호는 잠시 머뭇거리다 쓰기 시작했다. ‘절대 금주. 위반 시 이정인과 결혼 불가’.

권기석(김준한 분)은 이정인과의 결혼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아버지 권영국(김창완 분)과 이정인의 아버지 이태학(송승환 분)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이에 권기석은 이정인의 엄마 신형선(길해연 분)에게 유지호를 험담했다. 그는 “유지호 질 안 좋은 애다.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며 “아버지가 걱정돼서 알아보다 우연히 찍힌 사진으로 회사까지 찾아와 협박 하더라. 돈이라도 달라는 건지”라고 뻔뻔하게 말했다. 신형선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권기석의 바람과 달리 신형선은 유지호를 만나고 싶다고 이정인에게 연락했다. 유지호는 아들 은우(하이안 분)와 같이 뵙고 싶다고 청했다. 이정인이 걱정하자 유지호는 “그래야 내 전부를 보는 거다. 작든 크든 같이 해나가는 게 맞다”고 설득했다.

이후 유지호는 신형선을 만나는 자리에서 “은우는 저만 믿고 있는데 무너질 수 없다. 정인씨도 마찬가지다. 저라는 사람 하나만 믿고 왔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낼 거다”라고 다짐했다. 신형선은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태학의 거센 반대도 한풀 꺾였다. 이정인에게 전화를 건 이태학은 “너 기석이 하고는 정말 아닌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정인은 “조금만 참고 기다려줘요.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릴게요”라며 울먹였다. 이태학은 말을 잇지 못했다.

MBC 드라마 ‘봄밤’ 방송 화면 캡처.

MBC 드라마 ‘봄밤’ 방송 화면 캡처.

MBC 드라마 ‘봄밤’ 방송 화면 캡처.

이정인의 언니 이서인(임성언 분)과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남시훈(이무생 분)은 혼자 낮술을 하다 권기석과 마주쳤다. 권기석도 유지호가 이정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남시훈은 대뜸 권기석에게 자신의 이혼은 네 탓이라며 원망했다. 그는 “네가 제때 대출만 해줬어도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럼 이혼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도 “형님도 말로만 걱정했지 나와 정인이 사이에서 해준 게 뭐가 있냐”고 따졌다. 두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렸다.

집에 들어와 생각에 잠긴 권기석은 아버지에게 “너 할만큼 했다”는 말을 듣고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그는 이정인에게 ‘미안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이정인은 꽃다발을 들고 유지호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이정인은 “두 분 걱정 많으신 거 안다. 서로 배려하면서 예쁘게 지내겠다. 그리고 은우한테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정인은 유지호 아버지(오만석 분)와 술을 마시다 만취해 은우 방에서 잠들었다. 이에 유지호는 이정인에게 각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금주 각서가 아닌 결혼 각서를.

엔딩 장면에서 이정인과 유지호는 약국에서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약사님, 술 깨는 약 좀 주세요”라는 이정인과 “고무줄은 안 필요해요?”라는 유지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약국 안쪽으로 들어가 달달한 키스를 나눴다.

MBC 드라마 ‘봄밤’ 방송 화면 캡처.

MBC 드라마 ‘봄밤’ 방송 화면 캡처.

MBC 드라마 ‘봄밤’ 방송 화면 캡처.

‘봄밤’은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두 남녀가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사랑이라는 감정을 찾아가는 로맨스 드라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감독과 김은 작가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봄밤’의 분위기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정적인 영상미와 담담한 필체, 올드팝 OST까지 전형적인 안판석 표 멜로였다. 하지만 극의 내용은 좀 더 풍성해지고 진지해졌다. 진정한 어른, 성숙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특히 여자 주인공은 훨씬 주체적인 인물로 진일보했다. 이정인은 사랑 앞에선 무서울 게 없었다. 남자친구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부정적 시선들과 아버지의 거센 반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유지호도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 무서울 것이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았다.

반면 권기석과 남시훈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권기석은 이정인과 헤어졌다는 사실보다 유지호에게 뺏겼다는 것에 더 분해 했다. 그래서 현실을 부정했다. 남시훈도 아내를 상습 폭행하고도 이혼은 못해주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텼다. 마지막 회에서 두 사람이 앉아 서로를 탓하는 모습은 어른스럽지 못한 찌질함의 극치였다. 이렇듯 ‘봄밤’은 멜로라는 소재를 가져와 속물적이고 엇나간 인물들의 모습도 적나라하게 끄집어냈다.

현실적인 일상 연애를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봄밤’은 평균 8%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꾸준한 인기와 화제성을 증명 받으며 종영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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