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알라딘’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알라딘’ 포스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원작을 비틀어 새롭게 보기가 일종의 트렌드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비틀기의 신선함도 잠시, 점점 꼬이는 이야기와 점점 더 강해지는 이야기 사이에서 ‘새로움에의 강요’는 피로함을 누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고전적 우아함과 변함없는 가치를 그리워하는 관객들도 있다. ‘기생충’과 함께 시작해 입소문을 마법 양탄자처럼 타고 곧 1000만 관객을 바라보는 ‘알라딘’은 고전적이고 품위 있는 이야기와 억지스럽지 않은 교훈이 잘 녹아든 영화다.

가끔 디즈니는 잊고 있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뭉클한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신데델라’ ‘미녀와 야수’에 이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실사판 영화 ‘알라딘’은 부모들의 어린 시절과 그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엮고, 함께 지켜갈 추억을 만들어준다. 게다가 복고의 낭만에 막연하게 기대기보다 달라진 21세기를 반영하면서도 여전히 유효한 고전적 이야기의 힘과 그 감수성의 저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보는 내내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영화 ‘알라딘’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알라딘’ 스틸. /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앞선 영화들처럼 ‘알라딘’의 기본 틀은 뮤지컬이다. 자스민 공주의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대표로 가수이기도 한 윌 스미스가 재능을 뽐내는 다양한 뮤지컬 넘버는 당장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가도 될 만큼 압도적이다. 음악과 뮤지컬 씬 사이에 CG인지 실사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공들인 장면들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가이 리치 감독은 더 실컷 사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자제하면서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균형감을 보인다. 더 나아갈 것 같은 순간에도 기술이 이야기를 압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누구나 실수는 하지만, 잘못을 사과하고 되돌리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 내어 말하는 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 두 가지 교훈을 뻔하게 탑재하고 있지만, 진정한 어른이라면 갖춰야 할 이런 ‘용기’가 에두른 교훈이 돼야 할 만큼 자격 없이 뻔뻔한 어른들이 많아져서인지, 이 뻔한 이야기가 또 마음을 울린다. 더불어 흔하게 왕자와 공주의 키스로 끝나는 클래식한 결말 대신, 자스민이 리드하는 엔딩은 참신하다. 그럼에도 동화와 같은 판타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 기쁨과 가족애의 회복, 사람이 된 지니가 함께 살아가는 발랄한 결말은 뻔하지만 흐뭇한 감동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알라딘’이 마냥 복고의 감수성에 호소하는 쉬운 영화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고전 작품이 지닌 경건하고 우아한 가치와 그 품격을 과시하고 드러낸다. 너무나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여전히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가지만, 그 속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과 로맨스가 있다.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가지는 선량한 힘이 마법처럼 중요하다는 이야기 때문에 낯 뜨겁거나 질리는 순간이 찾아올 법도 한데, ‘알라딘’은 우아함과 어느 순간에도 잃지 않는 기품으로 그런 순간들을 매끈하게 걷어낸다. 어쩌면 있으리라 기대했던 반전이 끝내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인지도 모르겠다.

최재훈(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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