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비스트’ 포스터. /사진제공=NEW
영화 ‘비스트’ 포스터. /사진제공=NEW
사라진 여고생이 실종 17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발견됐다. 강력반 1팀장 한수(이성민 분)는 자신의 직감대로 살인사건 용의자를 체포해 자백을 받아냈다.

하지만 한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용의자가 풀려났다. 용의자가 피를 무서워해 토막 살인은 엄두도 못 낸다는 사실을 강력반 2팀장 민태(유재명 분)가 알아낸 것이다. 한수는 당장이라도 민태를 죽일 듯 달려들지만 명백한 사실이었다.

한수와 민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차기 형사과장이 되는 구조다. 물불 안 가리는 불도저 형사 한수는 그만큼 범인을 잡겠다는 집념이 강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을 해결한다. 반면 민태는 원칙을 최우선으로 한다. 다소 답답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의 형사과장도 민태보다 한수를 더 신임한다.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은 사사건건 대립한다. 동료를 떠나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되는 범죄물이지만 다른 작품과 다르게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살인사건은 단지 배경일 뿐 한수와 민태, 두 사람 각각의 심리를 파고든다.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 분)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한수와 민태의 심리 상태가 요동친다.

춘배의 존재는 모호하다. 그의 과거, 그와 한수의 관계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수와 춘배가 서로 알고 있던 사이라는 건 짤막한 대사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춘배는 어느 날 갑자기 한수 앞에 나타난다. 몰래 한수의 총을 빼돌려 자신을 감옥에 넣은 자를 쏴서 죽인다. 그리고는 한수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면 그가 쫓고 있는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민태는 두 사람의 공모(共謀)를 알아챈다.

영화 ‘비스트’는 비교적 불친절하다. 포스터에도 ‘Who is the beast?”라는 문구가 있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판단하라는 말인데, 그러기엔 앞뒤가 꽉 막혀 있다. 어느 정도 상상은 가능하지만, 설명이 부족해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여럿 있다. 동기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렇게밖에 안 되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하기엔 연출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관객들이 가까스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었던 건 배우들 덕분이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불안해 하면서도 태연한 척하고, 혼란스러워하다 점점 짐승에 가까워지는 한수를 연기하는 이성민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유재명도 한수를 향한 열등감부터 조급함, 분노 등 민태의 심리를 절제된 감정선으로 표현했다. 웬만해선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민태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전혜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격적이다. 행동도 이상하다. 하지만 앞뒤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매력적인 캐릭터인데도 빛을 보지 못한 느낌이 든다. 배우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힘들게 외모를 바꾸고, 두드려 맞는 열연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다.

오는 26일 개봉.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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