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ㅣ 칸 잡은 '기생충', 이번엔 '돈' 잡나
칸을 접수한 영화 '기생충'의 흥행에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30일 '기생충'이 국내 개봉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은 76.9%까지 치솟으며 방학 시즌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점유율을 보였다. 예매 관객수만 49만5824명을 모은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함께했던 '괴물'의 뒤를 이어 또다시 1000만 관객을 동원할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기생충'은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지난 25일 폐막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봉준호 감독의 번뜩이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빈틈없는 호연을 인정받았다.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한국 관객들의 평가"라면서 국내 관객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7일 황금종려상 트로피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을 때에도 "개봉 전엔 누구나 떨리고, 부담스럽고, 설렐 것"이라며 "'기생충'에 많은 좋은 배우들이 있는데 관객들이 그 부분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작품성과 흥행은 비례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에 앞서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국내 관객 60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52만 명을 모았을 뿐이다.

순익분기점을 넘겼다는 200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2009년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도 각각 300만과 220만 관객을 모은데 만족해야 했다.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기생충'은 순 제작비 135억 원,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150억 원 정도다. 순익분기점은 380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192개국에 선판매 되면서 역대 최고 해외 판매 기록까지 세운 만큼 실질적인 관객 수는 더 적으리란 관측이다.

여기에 그동안의 봉준호 감독의 흥행 스코어를 고려했을 때 순익분기점은 무난하게 넘기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봉준호 감독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 뿐 아니라 '설국열차'로 930만, '살인의 추억'으로 5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여기에 칸 프리미엄까지 얹어진 만큼 봉준호 감독의 최고 흥행작 '괴물'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됐다.

여기에 대진운까지 더해졌다. 현재 극장가엔 '기생충'의 경쟁작이라 꼽을 수 있는 작품이 없는 상태다. 오는 6월 20일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4'가 개봉하기 전까진 '기생충'의 독주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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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 3월 25일 1320원에 거래됐지만 2달 만인 지난 28일 3275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기생충'의 칸 현지 반응이 나온 시점부터 주가가 수직상승하더니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고점을 찍은 것.

'기생충' 투자배급사인 CJ ENM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7일부터 4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17만 원 대에서 거래됐던 주가는 18만원 대에 안착했다. 올해 초 '극한직업'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재미를 본 CJ ENM이 '기생충'으로 연타석 홈런을 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여기에 중국에서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2017년 고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에 발효되면서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는 중국 시장에 합법적으로 제공되지 못했다. 한한령 이후 중국에서 개봉된 한국 영화는 단 한 작품도 없다.

하지만 '기생충'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중국 매체에서 다뤄지면서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기생충'의 예고편이 등장했다. "'기생충'을 보고 싶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만큼 중국 내 개봉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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