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공동연출 영화 '옹알스' 30일 개봉
옹알스 조수원·채경선·조준우 인터뷰
"전 세계 돌며 넌버벌 코미디"
"도전은 현재진행형"
옹알스 조준우 채경선 조수원 /사진=변성현 기자

옹알스 조준우 채경선 조수원 /사진=변성현 기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요? 2010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이죠. 2500여 개의 작품이 참여한 곳에서 첫날, 첫 공연을 올렸습니다. 시작이 몇 분 남지 않았는데 관객이 서너 명 밖에 없더군요. ‘망했다’, ‘리허설이다 생각하자’라며 마인드 콘트롤을 하는데 거짓말처럼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죠. 신나는 노래에 맞춰 몸 개그를 하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웃긴다는 것. 세상에 이보다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옹알스'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넌버벌 코미디라는 독자적 콘텐츠를 구축하고 세계에 한국의 코미디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천연덕스러운 표정 연기, 수준 높은 저글링, 그리고 흥을 돋우는 비트박스 삼박자는 성별, 연령, 유행을 타지 않는 개그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옹알스는 2007년 KBS '개그콘서트'의 작은 코너에서 시작됐다. 리더 조수원, 채경선, 조준우가 원년 멤버로 팀을 만들었고 이후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이 합류해 활동 중이다. 12년 동안 21개국 46개국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 중이다.

배우 차인표가 전혜림 감독과 손을 잡고 ‘옹알스’의 특별한 도전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 ‘옹알스’의 대장정은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촬영으로 시작됐다. 13개월간 촬영과 편집이 이어졌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하는 옹알스의 끈끈한 우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리더인 조수원은 2016년 6월 7일 림프종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상황에서도 무대에 올랐다.이들은 2018년에는 국내 코미디언 최초로 예술의 전당 공연도 성료 했다. 옹알스는 30일 영화 개봉, 6월 1일 대학로 공연이라는 겹경사도 맞았다.
인터뷰+|"K-코미디 위상 높일 것"…이 구역의 웃음 루팡 '옹알스'

“돈 때문에 힘들 때는 있었어도 불행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영화 속 최기섭의 한 마디는 무명 개그맨의 현실을 반영한 듯 무겁게 들렸다. 최근 만난 옹알스 멤버 조수원, 채경섭, 조준우는 “기섭이가 힘들 때마다 했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조수원은 “무명인 개그맨들에겐 현실적으로 금전적인 부분이 우선된다. 저도 투병하면서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재정적으로 부족하면 마음껏 개그를 하기 힘들다. 하지만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하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투병 중에도 무대에 서고, 영화를 촬영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옹알스 멤버들을 꼽았다. 그는 “제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끌어줄 수 있는 사람들 자체가 행복”이라며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건강도 더 좋아지고 있고, 잘 견디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차인표와 옹알스 멤버들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차인표가 한 보육시설에서 재능기부 공연 중인 이들을 처음 만나게 된 것. 차인표는 조수원이 암 투병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가족 삼아 전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코미디를 알려온 것에 감동을 받아 영화 제작을 하게 됐다.

조수원은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 항암 치료 중이었다. 차인표 감독님이 영화를 찍자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차인표 감독님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영화에 넣어서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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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스는 무대가 아닌 스크린 위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은 차인표 연출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조준우는 “영화가 어떻게 편집되어 나왔을지 정말 궁금했다. 내가 무대 위에서 했던 행동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채경선은 차인표에 대해 "츤데레"라면서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계속 챙겨주신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어 "저희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차 감독님 또한 출연하신다. 솔직히 말하면 멋있는 부분은 차 감독이 다 한다. 촬영 현장에서 '분노의 양치질'도 보여주셨는데, 시사회에서 보니 싹 편집하시고 멋진 부분만 나오더라"고 폭로했다.

옹알스는 어쩌면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할지도 모른다. 활동 기간 12년 동안 21개국 46개국 도시를 돌며 공연을 펼쳤다.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영화 속 옹알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새로운 무대를 위한 피나는 노력, 준비 과정에서 닥친 시련,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옹알스의 하루하루가 담겨있다.

옹알스는 "영화를 보시면 저희의 '도전'에 결과는 없다. 그건 우리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수원은 “스크린 속에선 저희가 불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 부분이 포인트다.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저희는 불행하지 않고, 행복하다. 그 메시지 하나가 전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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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라스베이거스 인기 공연인 ‘태양의 서커스’ 출연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연은 개인별로 지원이 가능했고 '팀'이 우선인 옹알스는 이를 단호히 포기한다.

조준우는 “몇 명은 가고, 몇 명은 안 가고 그런 게 싫었다. 팀으로 가는 것을 원했다. 사실 ‘태양의 서커스’는 특정 분야 국가대표 출신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분이 제의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저희는 개인으로 봤을 때는 많이 약하다. 하지만 팀으로 봤을 때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넌버벌 코미디라는 장르에 남다른 자신감이 있다. 조준우는 "몸으로 웃기면 모든 사람이 같은 시점에 '빡' 하고 웃음이 터진다"고 말했다.

우리가 '개그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는 '말 개그'는 관객마다 웃음이 터지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수원은 "말로 웃기는 친구들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말로만 개그를 하다 보면 습관이라는 것이 베인다. '이렇게 하면 웃긴다'와 같은 공식이 있다. 그것은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와 같은 넌버벌 공연은 나라마다, 상황마다 터지는 포인트가 달라서 매번 수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원은 "저희는 웃음에 절대 차별을 두지 않는다. 넌버벌 공연의 웃음은 데시벨이 다르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옹알스 조준우 채경선 조수원 /사진=변성현 기자

옹알스 조준우 채경선 조수원 /사진=변성현 기자

옹알스는 ‘포기’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12년이란 긴 세월동안 끊임없이 세계 무대에 도전했다. 그들의 공연을 본 세계인들은 찬사를 쏟아냈고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에서 아시아 코미디언 최초로 ‘디렉터스 초이스상’, 2017년 다시 찾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도 아시안 아트 어워드 베스트 코미디 상을 받았다. 최근엔 친정과도 같은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예전에는 유명해지면 ‘개그콘서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목표를 이야기 할 때 ‘개콘입니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하지만 1000회 커튼콜을 하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방송보다 무대가 중요해진 모양이다”라며 웃었다.

채경선은 “지금까지 저희는 웃음을 주는 일들만 생각해 왔다. 이제는 개그맨을 꿈꾸는 친구들을 위한 교과서 같은 공연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준우는 “앞으로 저희와 함께 할 개그맨 팀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세계에서 K 코미디의 위상이 커질 수 있을 것 같다. 라이벌이 있으면 옹알스에게도 채찍질이 되고 상부상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K-코미디 위상 높일 것"…이 구역의 웃음 루팡 '옹알스'

영화 '옹알스'는 30일 개봉했다. 이들은 오는 6월 1일 대학로 드림 아트센터 나몰라 홀에서 한달간 공연을 선뵌다.

채경선은 "영화 개봉에 맞춰 공연도 시작하게 됐다. 티켓을 가져오면 할인을 해 드리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저희가 처음 드림아트 센터에서 시작했는데, 12년이 지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됐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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