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검은 사제복을 휘날리며 악당들을 하나둘 쓰러뜨린다. 얼굴은 매끈하게 잘생겼는데 성격은 불같다. 국가정보원 특수요원 출신에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독특한 사제 캐릭터, 최근 시청률 22.0%로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이야기다. 극 중 김해일 신부 역을 맡은 김남길은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불의에 맞서는 ‘히어로 사제’의 멋진 모습 때문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에게 ‘초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하자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인기를 얻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시원스레 웃었다.

“히어로물을 표방했죠. 극 중 ‘구담구’라는 지명도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를 연상하게 해요.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묵직한 메시지와 가벼운 전개의 공존 방법이었습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코믹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시선은 일종의 편견이죠. 운동권이었던 종교인도 많습니다. 해학적 방식은 문제될 게 없어요. 무겁게만 전개됐다면 오히려 지겨워서 시청자들이 보기 힘들었을 거예요.”

요즘 ‘어벤져스’라는 말은 영웅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남발해서 지겨울 정도다. 하지만 ‘열혈사제’ 캐릭터들에게 ‘구담 어벤져스’라는 수식어는 찰떡이다. 김남길은 “쓸데없는 캐릭터가 단 하나도 없었다”고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꼽았다.

“주인공의 정서와 서사를 위한 도구로 주변 인물을 써내는 작가들도 있어요. 그건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거죠. ‘열혈사제’는 배우들과 제작진이 서로 부족한 점을 잘 메꿔 이뤄낸 앙상블이에요. 주·조연 가릴 것 없이 골고루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도 콘텐츠가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열혈사제’ 한 장면
드라마 ‘열혈사제’ 한 장면
김남길은 매회 거친 액션을 소화하면서 부상도 당했다. 손목과 늑골(갈비뼈) 골절상을 입은 것. 제작진의 만류에도 그는 결방만은 안 된다며 촬영장에 나갔다.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연들도 막 주목받을 때였고요. 그전까지는 인물들의 관계에 진전이 없는 상태여서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죠. 다들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 병원에 좀 가라’며 걱정했어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장면을 만들고 싶지는 않으면서도, 걱정해주는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습니다.”

‘열혈사제’가 흥미로웠던 건 완벽한 선도, 완벽한 악도 없었다는 점이다. 극 중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는 적폐 세력에 가담했다가 돌아섰고, 구대영 형사(김성균 분)도 처음엔 그들에게 굴복했다가 구담 어벤져스가 된다. 김해일 또한 과거 특수요원으로 활동하며 뜻하지 않게 죄 없는 아이들을 죽이기도 했다.

"구담 어벤져스 '찰떡호흡'…시즌2도 기대하세요"
“‘성인에게도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다.’ 이 대사가 좋았습니다. 죄인을 어떻게 용서하느냐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메시지예요. 결코 반성하지 않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엄중히 다스려야죠. 하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죄인도 있을 거예요. 이런 이들을 다시 받아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남길은 드라마 ‘선덕여왕’(2009) ‘나쁜 남자’(2010)를 통해 치명적이고 강렬한 남자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이런 매력과 함께 한없이 가볍고 유쾌한 웃음까지 선사했다.

“지금까지 이른바 퇴폐미뿐만 아니라 영화 ‘해적’과 드라마 ‘명불허전’에서처럼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도 보여드렸죠. 하지만 저를 떠올렸을 때 강한 이미지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는 데서 여러 가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We Will be Back.’ ‘열혈사제’는 마지막회 엔딩 자막을 이렇게 끝맺으며 시즌2에 대한 관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김남길은 기대와 우려를 모두 드러냈다.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들께 정말 고마워요. 그렇지만 등 떠밀려 제작했다가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마음에 스크래치를 남기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듭니다. 처음부터 시즌제로 기획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시즌1에서 캐릭터들의 반전 매력을 이미 다 보여드렸어요. 시즌2에서는 새로운 악당, 또 다른 사건을 만나 더 큰 카르텔을 깨는 이야기의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