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배우 신하균./사진제공=NEW
배우 신하균./사진제공=NEW
‘연기의 신’이라는 수식어를 꺼내자 손사레를 친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새로운 선택으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줘왔다. 전작 ‘극한 직업’에서독특한 조폭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신하균이 장애를 특별하지 않은 시선으로 그린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로 돌아왔다. 목 아래로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세하 역을 맡아 전매 특허인 정확한 딕션과 순정한 눈동자로 극을 이끈다. ‘순진무구한’ 혹은 ‘비극적인’ 장애인이 아니라, 똑 부러지게 자기 주장을 하고 감정을 분출하는 한 존재를 담아냈다.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신하균을 만났다.

10.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떤 점이 끌렸나?

신하균: 약자에 대해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 점이 끌렸다. 장애를 특별하게 부각하지도 않았고, 현실적이었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담백하게 끌고가는 게 좋았다. 기술적으로 뭔가를 보여주면서 활용하는 영화가 아니라 정직하게 감정에 이끌리고,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춰 나아간다는 점도 매우 좋았다. 실화에서 가져온 감동도 있을 거라고 믿었다.

10. 늘 새로운 변신을 하지만 전작인 ‘극한직업’과도 또 다른 선택이다.

신하균: 이야기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항상 생각한다. 영화 안에서 내 인물이 너무 두드러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선 세하가 살아온 삶을 생각하면서 인물을 만들었다. 전작은 너무나 다른 코미디 영화였기에 그 안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면서 독특한 색깔을 입혔다. 전작 때문에 다음 캐릭터에 영향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모든 캐릭터는 처음 하는 거라서 항상 0에서 다시 시작한다.

10. 이번 역할은 실제 인물이 있다는 점에서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을 것 같다.

신하균: 그분들의 에피소드와 관계를 갖고 왔지만 우리는 우리의 영화에 맞는 또 다른 세하를 만들자고 감독님과 얘기했다. 감독님과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건 장애를 갖고 있다고 뭔가를 더 하려고 하지 말자는 거였다. 그냥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세하가 화를 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그런 것들을.

10. 세하는 흔히 그려온 순진무구한 장애인이거나 비극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참고한 캐릭터가 없다고 들었는데,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나?

신하균: 어린 시절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면 세하는 어떤 성격으로 변화했을까 고민해봤다. 말이 강력한 무기가 될 것 같았다. 말도 굉장히 잘할 것 같고, ‘책임의 집’(세하가 사는 복지원)을 책임져야 하니까 강직한 면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걸 소화해내는 게 대사였고, 그 많은 대사를 소화하는 데 있어 말의 리듬감이나 속도를 찾아가려고 애썼다. 그 밖에는 감정의 톤을 조절하려고 노력했다. 너무 과하게 가면 안될 것 같았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남다른 우정을 선보이는 이솜(왼쪽부터), 신하균, 이광수./ 사진제공=NEW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남다른 우정을 선보이는 이솜(왼쪽부터), 신하균, 이광수./ 사진제공=NEW
10. 극의 실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눴는지도 궁금하다.

신하균: 말했듯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려고 해서, 따로 만나서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세하의 모델인 최승규 씨만 시사회에 오셔서 인사했다. 광주에서 올라오셔서 보시고 집에 가셔야 했다. 감독님과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보셨다고, 자신들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서 재밌었다고 했다. 실제로 사회복지사이셔서 그 분의 평가가 당연히 궁금했는데 마음이 놓였다.

10.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청각장애인을 경험해봤고, 한 뮤직비디오에서는 지적장애인 연기도 경험해본 걸로 안다. 그런 경험이 사회적 약자를 보는 시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신하균: 사람들의 시각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 영화도 제목이 ‘나의 특별한 형제’이지만 영화가 장애 자체를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누군가 장애를 특별하게 바라본다면,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그럴 뿐인 것 같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안 그럴 것 같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다른 곳에 있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막상 밖으로 나가서 다같이 살면 다 똑같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우리 영화에서도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시사회 때 최승규 씨도 영화를 보고나서 자립이 필요하지만, 거기에 대한 어려움을 영화가 말해줘서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이가 드니 인터뷰를 할 때 말이 길어지고 있다는 배우 신하균./사진제공=NEW
나이가 드니 인터뷰를 할 때 말이 길어지고 있다는 배우 신하균./사진제공=NEW
10. ‘신하균 인터뷰’하면 인터넷에서 단답형 대답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대화를 나눠보니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신하균: (웃음)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변화의 계기는 나이인 것 같다.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 뭐, 그렇다.

10. ‘연기 신’ ‘하균 신’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 굉장히 부끄러워한다고 들었다. 스스로에 대해 평가가 박한 편인가?

신하균: 솔직한 내 마음일 뿐이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사회에 가서 날 보면 단점들이 눈에 띄니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런 칭찬을 들으면 감사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부끄럽다. 사실 ‘연기 신’이런 말은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만 계속 듣는다. 누가 현실에서 그런 말을 하겠나. (웃음)

10. 연극 무대를 제외하고 영화, 드라마 연기만 따져도 21년 차다. 긴 시간 동안, 어떤 마음으로 계속 연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신하균: 연기가 생각대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마음을 울린 부분을 내가 연기했을 때, 그 마음 그대로 영화에 나오진 않는다. 내가 부족한 것도 있고,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영화는 혼자하는 게 아니니까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날 잡아주기도 한다. 아무리 오래 연기해도 세상에 똑같은 역할은 없다. 같은 시나리오의 같은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한다고 해도 다 다를 거다. 살아온 환경도, 세계관도 다르니까. 그래서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연기할 때 가장 재미있을 땐, 모든 게 끝난 뒤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다. 영화 속 인물로 남고 싶다. 관객들이 영화보는 시간을 너무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이 봐왔던 정말 재밌었던 영화들 중에 내 영화가 하나라도 껴 있다면 너무 좋다.

신하균은 같은 소재라도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사진제공=NEW
신하균은 같은 소재라도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사진제공=NEW
10. 필모그라피를 보면 주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나 독특한 이야기에 끌렸던 것 같다. 어떤 영화가 끌리나?

신하균: 비슷한 소재를 다루더라도 이야기의 주체가 다르던가, 다른 관점의 이야기면 끌린다. 거기에 메시지까지 있으면 더 좋은 거고. 영화가 작든 크든 나에게 신선함이 있고 재미가 있으면 된다. 나 스스로 애정이 가야 하게 된다. 강하고 완벽한사람들보다 소외되고 약해도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자라왔던 환경도 그랬고. 그런 부족한 게 많은 사람들에게 끌린다.

10.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 등을 보면 잔인하게 내몰린 상황에서도 어딘지 순정한 표정들이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런닝맨’ ‘7호실’이나 드라마 ‘나쁜형사’ 등 요즘에는 몸을 쓰거나 화가 많은 캐릭터가 많은데.

신하균: 뭐든지 캐릭터에 맞춰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바람 바람 바람’(2018)에서는 화 안냈다. (웃음)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새로운 이야기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고, 재미있었으면 한다. 재미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우리가 이 시기에 듣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리가 못 보던 이야기들이 재미있을 수도 있다.

10. 영화도 영화지만 요즘은 신선한 드라마들도 많다. 앞으로의 출연 계획은?

신하균: 내 생각대로 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웃음) 그냥 기다리고만 있다. 항상 20년 동안 기다리고 있어서 거기에 적응이 되어있다. 끝나고 나면 뭐가 올지 모른다. 지금도 그냥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10. ‘나의 특별한 형제’가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대결하게 됐다. 관객에게 어떻게 가 닿길 바라나.

신하균: 우리 영화가 화려하거나 뜨거운 영화는 아니다. 우리 영화에 맞는 감정들을 봐주셨으면 한다. 얼마 전에 한 감상평을 봤는데 ‘기분 좋은 눈물을 흘렸다’는 평이 좋았다.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유쾌하게 다가와 따끔하게 혼내는 영화’라는 평도 인상적이었다.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영화를 보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 배우 신하균에게 ‘나의 특별한 형제’는 무엇을 가져다 줬을까?

신하균: 사람이다. 광수와 솜이. 그리고 감독님도. 육상효 감독님은 오랫동안 영화를 해오신 분인데 처음 함께 작업하게 돼 좋았다. 함께한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기 때문에, 다시 못 올 시간이지만 영화와 사람이 남았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