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사진삭제 /사진=한경DB
박유천 사진삭제 /사진=한경DB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양성 반응이 나왔다. 국과수의 검사 결과를 부인할 수 없지만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단다. 대중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던 기자회견이 한순간 '쇼'로 전락했고, 박유천은 연예계 퇴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지난 23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유천의 체모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박유천이 염색과 제모 등으로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오던 것을 뒤엎는 '반전' 결과였다.

그럼에도 박유천은 변함없이 결백을 주장했고, 이같은 태도는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지난 26일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박유천을 구속했다.

중대한 마약 범죄 혐의 앞에서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던 박유천의 모습은 여전히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결국 '자기 방어'에만 급급했던 것일까. 박유천의 마약 파문은 연예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단적인 예가 됐다.

박유천은 2016년 성폭행 혐의로 네 명의 여성에게 피소를 당하며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박유천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지 실추로 연예인 인생에 강한 치명타를 입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와 결혼을 약속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그렇기에 박유천에게 연예인으로서의 재기는 무엇보다 힘들고 또 중요했다. 성폭행 논란으로 '변기유천'이라는 치욕적인 별명까지 얻었기에 진정성 넘치는 태도가 요구됐다.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사회적인 질타, 도덕적인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은 그였다.

그러면서 박유천은 "재기를 위한 노력이 물거품 되는 마약을 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인생을 걸고 마약 혐의에 대한 결백을 주장했다. 이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박유천을 향한 무조건적인 의심의 눈초리도 일부 거둬진 것이 사실이었다.
박유천 /사진=연합뉴스
박유천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악어의 눈물이었던 것일까. 마약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박유천은 마약 투약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 중이다. "필로폰이 어떻게 체내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알 수 없는 말까지 남겼다.

마약 검사 결과를 두고 보면 박유천은 기자회견까지 열며 거짓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셈이다. 배우로서는 물론, 그룹 JYJ로도 큰 사랑을 받았던 바 한류 이미지에도 손상을 가하게 됐다. 무엇보다 일관되게 자기 방어로 비치는 박유천의 태도에 도덕 불감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빠르게 부와 명예를 획득하는 연예인의 경우 인격적인 성장이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갖가지 유혹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활동하기에 공황장애 등을 겪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중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공인으로서 범죄 행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함에도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순이 일어나게 된다.

실제로 연예인은 재벌가 자제들과 함께 마약 사건에 연루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환경적인 요인과의 연관성을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마약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연예인들의 태도까지 이 같은 환경적 요인을 이유로 쉬이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간 마약 투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어느 정도의 자숙 기간을 거쳐 쉽게 복귀하곤 했다. 그렇기에 반성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복귀를 돕는 엔터테인먼트사와 방송사 역시 도덕적 해이가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닌지 스스로 각성할 필요가 있다.
박유천 콘서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유천 콘서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연예인을 발굴하고 오랜 시간 트레이닝하는 엔터테인먼트사에게 더 큰 책임감이 제기된다. 불법촬영물 및 음란물을 유포한 '카카오톡 단체방' 논란에 이어 마약 파문까지 일어나면서 다수의 소속사에서는 아티스트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클럽 금지령'부터 밤 시간대에 외출을 자제시키거나 카카오톡 단체 방 내 대화를 조심하라는 등의 지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직원들끼리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말까지 도는 상황이라고.

그러나 이 역시 사후약방문 일 뿐 결코 근본적인 예방책은 아니다. 도덕적인 책임보다는 자기 방어가 우선시 되는, 연예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순 대응책이 아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엔터 업계의 시스템적 개선 및 점검 노력 또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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