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개봉을 하루 앞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이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사전 예매량이 200만 장을 돌파했다. 사상 초유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어벤져스4’의 폭발적 흥행 화력이 극장가 비수기를 단숨에 날려버릴 기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께 ‘어벤져스4’ 예매량은 200만 장을 넘어섰다. 이는 동시기 기준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어벤져스3’)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미 ‘어벤져스4’는 개봉 전주 100만 사전 예매량 돌파에 이어 지난 19일 역대 최고 사전 예매량, 22일 역대 최고 예매율 기록에 이어 다시 한번 흥행 신기록을 추가했다. ‘어벤져스4’의 예매율도 현재 97%에 달한다.

마블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CGV용산아이파크몰 IMAX관(624석)은 24일 오전 7시 30분부터 30일까지 매진됐거나 극히 일부 자리만 남은 상황이다. 5월 들어서도 낮 시간대는 매진 직전이고 그나마 새벽 시간대 자리가 남아있지만 이 또한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다른 주요 극장들도 마찬가지다.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의 경우 사실상 24시간 상영관을 운영한다. 개봉일인 24일 첫 상영 시작시간이 오전 7시 30분인데, 마지막 회차가 27시 10분(새벽 3시 10분)에 시작한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면 오전 6시가 넘는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암표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어벤져스4’는 스크린 수에서도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개봉한 ‘어벤져스3’는 개봉 당일 2460개 스크린으로 출발해 나흘째 사상 최다인 2553개까지 늘렸다. ‘어벤져스4’는 약 2800개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틸/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벤져스4’는 ‘인피니티 워’ 이후 절반만 살아남은 지구에서 마지막 희망이 된 어벤져스와 악당 타노스 간 최후의 전쟁을 그린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22번째 작품이다.

마블 세계관의 시작은 ‘아이언맨’(2008)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430만 관객이 관람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했다. 테러리스트에게 납치 당한 무기업체 CEO이자 억만장자 토니 스파크가 탈출을 위해 철갑수트를 만들고, 이후 무기사업에 회의를 느끼고 최강의 수트 개발에 자신의 천재적인 능력을 쏟아 붓는다. 시행착오 끝에 최첨단 수트를 만들었고, 자신은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으로 거듭난다. 이 붉은 수트는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가난한 환경의 인정 넘치는 영웅이 아니라 화려한 삶을 살던 익살스럽고 장난기 가득한 영웅의 모습은 새로운 재미를 안겼다.

마블은 ‘아이언맨’을 바탕으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구성했다.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앤트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파이더맨, 블랙팬서, 캡틴 마블 등 서로 다른 배경과 이야기를 가진 히어로를 한데 모아 ‘어벤져스’를 만들었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MCU라는 거대한 세계관 안에 함께 공존한다는 점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들이 힘을 합쳐 악인을 물리칠 때 보여주는 결집력과 협동심이 감동과 교훈을 선사하기도 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파이널 예고편 캡처.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벤져스: 엔드게임’ 파이널 예고편 캡처.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히어로들이 ‘절대선(善)’이 아니라는 것도 흥미롭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처럼 히어로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편을 나눠 치열한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이로 인해 단단한 것처럼 보였던 히어로들 사이는 금이 가기도 한다. 깊어진 감정의 골을 해소하고 또 다시 협력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인간미와 동질감을 느낀다.

남성 히어로뿐만 아니라 블랙 위도우, 캡틴 마블 등 여성 히어로의 존재감과 역할도 뚜렷하다. 특히 마지막으로 MCU에 합류한 캡틴 마블은 ‘끝판왕’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어 ‘어벤져스4’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맨’ 하나로 귀결되던 고전적 히어로물이 아니라 ‘~맨들’과 ‘~우먼들’을 함께 필요로 하는 대중의 욕구를 반영해 히어로들을 총질겹시켰다”며 “지구 종말을 다룬 기존의 SF물들과는 다른 디스토피아적 비전과 프로덕션 디자인, 미술 등 업그레이드된 시각적 재미가 ‘어벤져스’ 시리즈의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어벤져스4’의 가장 큰 관심사는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에서 살아남은 어벤져스들이 타노스와 어떻게 싸울지다. 타노스는 ‘어벤져스3’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건틀릿을 끼고 손가락을 튕겨 우주 생명체 절반을 없앴다. 이로 인해 32명의 어벤져스들도 절반만 살아남았다. 이들이 사라진 히어로들을 되살리고 지구를 어떻게 구할지에 궁금증이 쏠린다.

이현경 평론가는 “어벤져스 히어로들 간의 가족적 정서와 유대감은 한국의 ‘정(情)’ 문화와도 맞아 떨어진다”며 “살아남은 히어로들이 사라진 히어로들을 구해 위기를 극복하고 우주를 구하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이 재앙 속에서 활약하는 모습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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