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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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딸로만 살아봐서 워킹맘이자 싱글맘인 주인공이 온전히 혼자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그 마음을 짐작하기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우리 엄마는 어땠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학창시절에 엄마와 다퉜을 때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잘 모른다. 배우는 중이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죠. 그때 엄마와 영화 속 은조의 심정이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다시, 봄’에서 싱글맘 은조를 연기한 배우 이청아(사진)는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모성애”라며 이렇게 말했다. ‘다시, 봄’은 날마다 하루씩 전날로 시간여행을 가는 싱글맘이 사고로 죽은 딸과 다시 만난 후 시간을 바로잡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이청아는 극 중 딸 예은으로 등장한 아역배우 박소이를 얘기할 때면 꼭 ‘우리 예은이’ ‘내 딸’이라고 불렀다. 미혼인 그는 “은조의 시간여행 목표는 오직 딸 예은을 찾는 것”이라며 “엄마의 마음을 쉽게 가늠하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청아는 엄마로서 은조가 겪는 다채로운 감정이 이번 영화에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은조로 이야기를 쭉 이끌어가면서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내겐 큰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은조는 자고 일어나면 ‘어제’에서 눈을 떠요. 특히 딸이 태어나기 직전 만삭의 몸으로 돌아갔을 때는 너무 막막했을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 무력해지기도 하고 좌절도 느끼지만 희망도 발견해요. 죽을 뻔한 딸을 구했을 때처럼요.”

2002년 데뷔한 이청아는 영화 ‘늑대의 유혹’(2004)으로 대종상 신인상, 황금촬영상 신인상을 받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종욱 찾기’ ‘해빙’, 드라마 ‘호박꽃 순정’ ‘운빨로맨스’ 등에 꾸준히 출연했다. 최근에는 ‘시골경찰’ ‘전지적 참견 시점’ ‘모두의 주방’ 등 예능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인간 이청아의 매력을 소탈하고 따뜻하게 선보이며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청아는 “데뷔 후 3년간은 영화만 했는데 드라마도, 예능도 한번 해보니 그 다음엔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주니 예능에서도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잔잔히 활동한 것 같아요. 왜 만년 ‘라이징(스타)’이냐, 빨리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라이징이라고 해주는 것만도 좋더라고요. 나만의 속도가 있는 것 같아요. 서두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제 속도로 가야죠.”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