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트로트 가수 김양./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트로트 가수 김양./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2008년 싱글 앨범 ‘우지마라’로 데뷔한 김양은 남다른 미모와 늘씬한 몸매,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트로트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제2의 장윤정’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후 잇따라 발표한 앨범들이 실패하면서 오랜 무명 생활을 해야 했다. 팬들의 기억에서조차 멀어졌을 때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에서 출연 요청이 왔다. 반응은 첫회부터 폭발적이었다. 우승 후보로도 거론됐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장윤정의 친구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했다. 예상과 달리 본선 2차 무대에서 떨어졌지만 김양은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증명했다. ‘미스트롯’ 출연 이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김양을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10. ‘미스트롯’에 출연한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나?
김양: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 만나는 분마다 ‘방송 잘 봤다’며 악수도 요청하고, 사진도 찍자고 한다. 요즘은 매일 매일 행복하다. 처음엔 많이 망설였는데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0. 출연을 망설인 이유는 뭔가?
김양: 12년을 활동했는데 오디션 프로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쑥스러웠다.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 ‘미스트롯’의 작가님과 매니저인 친오빠가 ‘시청자들이 굉장히 반가워 할 것’이라며 설득했다. 두 사람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10. 대기실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났을 때 주눅 들진 않았나?
김양: 후배들이 많았다. 날 보자마자 ‘심사위원으로 오셨어요?’ ‘선생님으로 오셨어요?’라고 묻더라. 하하. 쑥스러웠다. 나와 숙행, 예나가 나이가 많았다. 그래도 그 친구들이 있어서 조금 더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10. 장윤정과 친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 받았다. 장윤정이 심사위원으로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나?
김양: 나와 윤정이는 서로 모르고 있었다. 작가님이 사전에 ‘만약에 장윤정 씨가 심사하면 어떨 것 같아요?’라고 물어본 적은 있다. 윤정이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 출연할 줄은 몰랐다. 막상 무대에서 마주하니 정말 긴장됐다.

10. 첫 무대 이후 우승 후보로 지목됐는데, 본선 2차에서 탈락했다. 솔직한 마음은?
김양: 적절한 시기에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사실 ‘미스트롯’ 출연 기간에 갑상샘 혹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조그만 혹이 있다는 건 지난해에 알았는데 갑자기 커졌다. 의사 선생님도 놀랄 정도였다.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혹이라 ‘미스트롯’에 출연하면서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서 그런 것 같다. 첫 회가 나간 이후 이슈가 되어서인지 본선 무대에선 순서가 거의 맨 뒤였다. 13시간을 기다리면서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고, 결국 목소리가 잘 안 나왔다. 나와 대결한 미애씨가 워낙 잘했다. 내가 떨어져서 안타깝다기보다 목 때문에 노래를 잘 하지 못한 게 속상했다.

10. 본선 2차에서 ‘잡초’를 선택한 이유는?
김양: 나훈아 선생님 노래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즐겨 부르는 편이다. 잡초는 뽑아서 없애야 하는 존재인데 지금의 트로트 시장이 꼭 ‘잡초’처럼 느껴졌다. 가요계가 아이돌에 집중하다 보니 트로트는 좋은 음악이 있는데도 옆으로 밀려난 기분이다. 잡초도 잘 자라면 꽃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

10. 탈락 이후 장윤정과 연락은 했나?
김양: 떨어지자마자 윤정이가 대기실로 찾아왔다. 속상하다며 울었다. 나는 몸도 좋지 않아서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왜 자꾸 울어?’라면서 내가 윤정이를 위로했다. 그날 저녁에 오빠와 밥을 먹는데 윤정이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너무 고생했고 멋있었다’라고 했다. 이번 기회로 윤정이의 고마운 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트로트 가수 김양이 “‘미스트롯’ 출연을 통해 장윤정의 고마운 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트로트 가수 김양이 “‘미스트롯’ 출연을 통해 장윤정의 고마운 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미스트롯’ 출연 전에도 장윤정과 연락을 자주 했나?
김양: 연락은 꾸준하게 했지만 자주 만나진 못했다. 윤정이가 결혼하기 전에는 둘이서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놀러 가고 그랬다. 그러면서 서로 힘들다고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어느 날 씩씩하기만 했던 윤정이 눈에 슬픔이 가득찬 적이 있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둘 다 투박하고 무뚝뚝한 성격이라 굳이 말하지 않았다.

10. 데뷔 초반 장윤정과 함께 활동했다. 맨 처음 장윤정을 봤을 땐 어땠나?
김양: 내가 데뷔했을 때 윤정이는 이미 스타였다. 사실 MBC 합창단에서 3년 정도 활동하던 시절에 무대에 선 윤정이를 처음 봤다. ‘예쁘고 노래 잘하고 말 잘하고 끼가 많았다. 뜰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다른 합창단원들도 ‘저 친구는 잘 되겠다’고 말했다.

10. MBC 합창단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김양: 한국 영상대학교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소울풍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노래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한 기획사에서 4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MBC 합창단원 모집 공고를 봤다. 노래하면서 돈도 벌 수 있겠다 싶어서 지원했다. 대단히 많은 사람이 지원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딱 6명이 붙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활동했다.

10. 트로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양: 합창단 관계자가 송대관 선생님이 계시던 기획사 실장님과 친분이 있었다. 그분 소개로 오디션을 봤고,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꼭 트로트만 하는 건 아니라고 해서 계약했는데, 트로트 전문 회사다 보니…. 하하하.

10. 송대관 앞에서 오디션을 봤나?
김양: 처음에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발라드, 록, 트로트, 팝송 등 장르 구분 없이 일곱 곡 정도를 불렀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고, 회사 사장님도 보셨다. 오디션은 거의 합격한 상황이었고 송대관 선생님이 마지막 관문이었다. 선생님이 부르려던 ‘우지마라’라는 곡을 받아서 녹음까지 마치고 들려드리러 갔다. 열심히 녹음했는데 다시 하라고 하시더라. 그땐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이 자리에서 라이브로 불러 드리겠다’고 하고 선생님 앞에서 불렀다. 노래를 들은 선생님이 ‘용기도 있고 목소리도 시원하네. 오케이’라고 하셨다.

10. ‘우지마라’로 데뷔했을 때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
김양: 8개월 만에 반응이 왔다. 방송, 행사도 많이 들어왔고 따라 불러주는 분들이 많아졌다. 그땐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엄청난 일이었다. 트로트가 8개월 만에 반응이 온 건, 아이돌 시장으로 치면 1개월 만에 반응이 온 것과 같다고 하더라. 방송, 행사 등을 하루에 7개까지 한 적도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사람들이 ‘트로트 신성’ ‘제2의 장윤정’이라고 했다.

10. 원래 하고 싶었던 소울풍의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김양: 바쁜 데다 ‘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다 보니 더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팬들이 노래를 함께 불러주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소통이 되더라. 관객이 무대 밑에서 즐기니까 나도 덩달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팬들과 정도 붙고 흥도 붙고 소통이 됐다.

10.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활동이 뜸해진 건가?
김양: ‘우지마라’를 발표한 지 2년 만에 ‘사랑이 숑’이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트로트와 펑키 리듬이 섞여서 신선하고 좋았는데 어르신들이 듣기엔 조금 어려웠던 모양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어 ‘당신 믿어요’ ‘그래요’ 등 새로운 곡들을 많이 선보였다. 트로트 장르는 특성상 듣는 분들 귀에 익도록 한 곡으로 오랫동안 활동한다. 그에 비해 짧은 시간에 많은 곡을 선보였다. 익숙해질 만하면 다른 곡을 발표한 것이다. 곡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서 회사도 자연스럽게 어려워졌다.

데뷔 전 3년 동안 MBC 합창단에서 활동했던 트로트 가수 김양./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데뷔 전 3년 동안 MBC 합창단에서 활동했던 트로트 가수 김양./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려 하진 않았나?
김양: 사실 잘 될 때도 힘들었다. (웃음) 발표한 곡이 잘 안 될 때 얼굴이며 마음이며 많이 상했다. 태어나서 제일 못생겼을 때가 그때였던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예전에 SBS ‘도전 1000곡’에서 3번 우승했다. 부상으로 받은 황금열쇠 3개를 모두 팔아서 빈 상자만 3개 남았다. 그렇게 금을 팔아가면서 꿋꿋이 버텼다. ‘언젠간 잘 될 거야’라며 스스로 다독였다. 노래 부르는 거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10. 오랜 무명생활을 했다. 무대에 설 때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김양: 데뷔 초에 정신없이 바빴을 때는 무대가 감사한 줄 몰랐다. 회사와 5년 계약이 끝나고 친오빠와 1인 기획사를 하면서 무대 하나가 정말 감사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 무대를 보고 용기를 얻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 그런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10. 협업하고 싶은 가수가 있나?
김양: 기타 연주로만 이루어진 무대에서 아이유 씨와 노래하고 싶다. 아이유 씨는 정말 맑고 고운 음색을 가지고 있고, 나는 두꺼운 음색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음색으로 한 무대를 꾸며보고 싶다.

10. 평소에는 트로트가 아닌 다른 장르의 노래를 많이 하나?
김양: 차에서는 늘 팝이나 뮤지컬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른다. 노래방에 가도 팝송을 주로 불러 분위기를 깬다. 하하. 요즘은 레이디 가가가 부른 영화 ‘스타이즈 본’ OST ‘Always Remember Us This Way’를 즐겨 부른다. 무대에서만 트로트를 한다. (웃음)

10. 예능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김양: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말 한마디를 못 했다. 숫기도 없었고, 선배들이 여기저기서 치고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웃음) 이제는 잘 할 것 같다. 토크쇼 같은 데서 뭘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심장이 생긴 것 같다. ‘라디오스타’ ‘비디오스타’ 같은 토크쇼에 출연하고 싶다.

10. 활동계획은?
김양: 4월 말에 싱글 ‘흥부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빠른 템포의 세미 트로트에 가까운 곡이다. 재치 있고 쉬운 노래니 많이 듣고 따라 불러주시길 바란다.

10. 가수로서 목표나 꿈은?
김양: 거창한 꿈보다 그저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게 목표다. 많은 분이 내 노래를 듣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머지않아 소울 음악을 들려드릴 기회도 있을 것 같다. 트로트뿐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도 해볼 생각이다.

10. 결혼도 해야 할 텐데…. 생각이 있나?
김양: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7년 정도 만났다. 그 사람은 배우였다. 헤어지고 나니 사랑이라는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게 망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하고 싶다. 오빠와 언니 모두 아이들이 있다. 조카들을 보면 아이도 낳고 싶다.

10. 이름은 왜 김양이라고 했나?
김양: 처음에 회사 사람들이 모두 모여 활동명에 대해 상의했다. 작곡가 한 분이 ‘김양 어때?’라고 장난 삼아 얘기했는데 다음날 회사 사람들이 ‘김양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처음에 나는 싫다고 했는데 어느새 싱글 앨범이 ‘김양’으로 찍혀 나왔다. 익숙해진 지 오래다. 하하.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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