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미성년’에서 남편의 외도로 평온한 일상이 흔들리는 주부 영주를 연기한 배우 염정아./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미성년’에서 남편의 외도로 평온한 일상이 흔들리는 주부 영주를 연기한 배우 염정아./사진제공=쇼박스
최근 영화 ‘완벽한 타인’과 드라마 ‘SKY 캐슬’로 흥행과 인기를 모두 거머쥔 염정아가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미성년’의 주연으로 돌아왔다. 지난 11일 개봉 후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하며 섬세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호평 받고 있다. 염정아는 남편과 딸 친구 엄마가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주 역을 맡았다.

“김윤석 감독님의 첫 연출작이라고 해서 너무 궁금했어요. 회사를 통해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읽자마자 하겠다고 결정했죠. 감독님은 제 속을 한번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제가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는지 마음을 읽어냈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제가 고민할 만한 것들을 콕 집어서 상세히 지도해주셨죠.”

극 중 영주는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고등학생 딸의 아침밥을 챙기고 청소를 하는 등 애써 덤덤한 척한다. 일렁이던 마음 속 분노는 남편의 불륜 상대 미희를 만난 후 폭풍처럼 거세진다. 영주는 어쩌다 미희를 밀치게 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미희는 병원에 실려가 조산하게 된다. 염정아는 “사건은 많이 봤음직하지만, 전개 방식이 신선했고 정형화되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영주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에요. 남편의 잘못을 인정해버리는 순간 자신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질 테고, 대학 입시를 앞둔 딸, 무책임한 남편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마음이 너무 괴롭죠. 죄책감도 있고요. 감정이 복합적이라 매 장면 어려웠어요.”

영화 ‘미성년’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미성년’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김윤석은 영화에서 영주의 남편 대원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염정아는 “카메라 앞뒤를 왔다 갔다 하면서 디렉팅도 하고 연기도 하는 김윤석이 신기했다”며 미소 지었다.

“더 많은 장면을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어요. 연출도 계속 하셨으면 좋겠어요.”

‘미성년’에서 어른은 사고를 치고 감정에 휘둘리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책임감 있고 사태를 수습하려 애쓴다. 미숙한 어른들과 성숙한 아이들. 염정아는 “50이 다 됐지만 나도 아직도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정의 온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걸 조절할 수 있을 때 어른스럽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인 거 같아요.”

다음 작품인 영화 ‘시동’의 촬영에 돌입했다는 염정아. /사진제공=쇼박스
다음 작품인 영화 ‘시동’의 촬영에 돌입했다는 염정아. /사진제공=쇼박스
염정아는 1991년 미스코리아 선에 뽑힌 후 같은 해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년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한 작품 이상은 선보였다. 데뷔 28년 차, 전성기를 갱신해 나가고 있는 그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일까.

“예전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예쁘게 꾸미고 화장하는 게 좋았어요. 그 때는 연기가 재밌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이게 제일 행복하다고 할 순 없지만,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 연기할 때 행복해요.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죠. 그래도 하나하나 해내고 만들어가는 작업이 재미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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