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양 "미스트롯서 못다한 노래, 마음껏 들려드릴게요"
‘K팝과 아이돌만 오디션 하나?’ 트로트 전성기를 다시 열자며 시작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의 인기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2월 말 5.9%로 출발한 시청률이 이달 11일에는 11.9%(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종합편성채널 예능으로는 사상 최고 수치다.

‘차세대 트로트 스타 발굴’을 기치로 내건 ‘미스트롯’에서 뜻밖의 가수가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데뷔 12년차 가수 김양(40·사진)이다. 2008년 싱글앨범 ‘우지 마라’로 데뷔한 김양은 첫 방송부터 빼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이며 우승 후보로 꼽혔다. 더욱이 심사위원으로 나선 장윤정과 친구 사이로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무대와 심사위원석에서 두 친구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데뷔 앨범이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장윤정’으로 주목받았던 김양은 후속 앨범들의 잇단 실패로 긴 무명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미스트롯’을 통해 다시 날갯짓을 시작한 김양을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12년차 가수인데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서 처음엔 망설였어요. 하지만 출연하길 잘했죠. 저도 무대와 팬들의 사랑이 그리웠거든요. ‘너처럼 팬들도 반가워할 것’이라는 친오빠(매니저)와 방송작가의 말에 용기를 냈습니다.”

장윤정과는 데뷔 초부터 친구로 지내며 자주 메시지도 주고받고, 장윤정이 결혼하기 전에는 술도 함께 마시던 사이였다. 장윤정은 ‘미스트롯’ 무대에 선 김양을 보고 “내가 성공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며 “너무 착해서, 독하지 못해서 못 뜨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트로트 가수 김양 "미스트롯서 못다한 노래, 마음껏 들려드릴게요"
하지만 트로트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김양은 이미 유명인사였다. 그는 “맨 처음 대기실에 들어섰을 때 다른 참가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오셨어요?’라고 묻더라”며 깔깔 웃었다. 김양은 본선 2차 무대에서 탈락했다. 나훈아의 ‘잡초’를 부르는 목소리가 왠지 답답해 보였다. 장윤정도 ‘이럴 리가 없는데…’라는 표정이었다.

“‘미스트롯’ 출연 기간에 갑상샘 혹을 제거했어요. 조그만 혹이 있다는 건 지난해 알았는데 그게 갑자기 커졌어요. 의사 선생님도 놀랄 정도였죠.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혹이라 ‘미스트롯’에 출연하면서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서 그런 것 같아요.”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날아갔다. 우승하면 3000만원의 상금은 물론 홍진영의 히트곡 ‘사랑의 배터리’를 만든 작곡가 조영수의 신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김양은 “아쉽지 않다. 시의적절하게 떨어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목 상태가 최악이긴 했지만 (경합했던) 미애 씨가 워낙 잘했다”며 “나는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줬다. 노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미소 지었다.

경연이 끝난 뒤 대기실로 찾아온 장윤정은 속상하다며 또 울었다. 오히려 김양이 그를 위로했다. 김양은 “그날 밤 윤정이가 ‘너무 고생했고 멋있었다’며 문자도 보내줬다”며 “‘미스트롯’을 통해 윤정이의 고마운 우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행복해했다.

김양이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소울풍’ 음악을 하는 가수를 목표로 기획사 두 곳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가수 송대관의 눈에 띄어 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데뷔의 꿈을 이뤘다. 송대관이 발표하려던 ‘우지 마라’를 데뷔곡으로 불러 방송 출연과 각종 행사로 바빴다. 일정을 하루에 7개나 소화해야 할 정도였단다.

“데뷔 초 무대에 자주 설 때에는 그게 감사한 일인지 몰랐어요. 긴 슬럼프를 겪은 뒤 몇 년 전부터 친오빠랑 1인 기획사를 하면서 무대에 한 번 서는 게 소중하고 감사하는 걸 깨달았죠.”

‘미스트롯’을 통해 다시 날갯짓을 시작한 김양은 갑작스럽게 바빠져 몸은 힘들지만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이달 말께에는 싱글앨범 ‘흥부자’를 발표한다.

“트로트 외에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소울 음악을 발표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가수로서 너무 큰 꿈보다는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많은 분이 제 노래를 통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글=노규민/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