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성년’에서 아빠와 친구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주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준.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미성년’에서 아빠와 친구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주리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준.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주리 역에 뽑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김혜준: 지금까지 봤던 오디션 중 가장 편하게 나를 보여줬다. 감독님과 얘기하는 시간도 길었다. 됐다고 들었을 때는 너무 기쁜 나머지 맥이 풀렸다.
10. 오디션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김혜준: 2차 오디션 때는 당일 받은 대본으로 주리 역과 윤아 역(극 중 주리 아빠의 불륜 상대의 딸이자 같은 학교 동급생)을 모두 준비했다. 둘 중 하나의 캐릭터를 정해서 오디션을 본 건 아니었다. 심층면접에서는 시나리오를 준 다음에 캐릭터와 영화에 대한 대화를 했다. 4차 오디션에서도 두 캐릭터 다 준비해서 즉흥적으로 다른 오디션 참가자들과 역할을 바꿔가면서 연기했다.
10. 주리의 매력은?
김혜준: 평범하고 여린 것 같지만 강해보였던 윤아가 약해질 때 그를 이끌고 가는 단단함이 멋있다. 마지막까지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10.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
김혜준: 아빠 대원과 딸 주리의 대사를 실제로 아빠와 해봤다. 엄마도 거들었다. 그러면서 평소에 넘겼던 아빠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했던 생각과 행동을 다시 떠올려봤다. 실제로 다녔던 여고에도 다시 가보고, 고등학생 친구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운도 받았다.
10. 주리가 대원을 부르면서 따라가자, 대원은 바람을 피웠다는 미안함에 계속 도망간다. 그 모습에 주리는 약간 충격을 받는데, 그런 주리의 감정은 어떻게 이해했나?
김혜준: 주리가 아빠와의 유대감이 높았기 때문에, 아빠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극단적으로 미워하기만 할 수도 없다. 도망가는 아빠의 모습에 당혹스럽고 허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성년’ 촬영 현장에서 김윤석 감독(왼쪽부터), 주리 역의 김혜준, 윤아 역의 박세진. /사진제공=쇼박스
‘미성년’ 촬영 현장에서 김윤석 감독(왼쪽부터), 주리 역의 김혜준, 윤아 역의 박세진. /사진제공=쇼박스
김혜준: 우리 아버지 성함도 김윤석이다. 그래서 우리집에선 김윤석 감독님 이미지가 친근하다. 시사회 때 두 분이 만나서 서로 “김윤석입니다”라고 인사하기도 했다.(웃음) 대선배라서 존경하기도 하고 겁 먹기도 했지만 다른 분들보다는 좀 더 먼저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10. 연기를 잘하는 감독 앞에서 연기해야 한다는 걱정은 없었나?
김혜준: 의지할 수 있는 분이 계시니까 오히려 더 믿을 수 있었다.
10. 현장에서 김윤석 감독이 지도하는 스타일은 어떤가?
김혜준: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디테일하다는 걸 알았다.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게 열어둔다. 내가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않고 조언해줬다. 놀랍게도 그게 다 들어맞았다.
10.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염정아, 김소진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김혜준: 공기까지 눌러버리는 집중력에 놀랐다. 내가 나오지 않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자주 가서 모니터링했는데, 모니터와 선배들이 있는 곳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그 힘이 엄청나다는 게 느껴졌다.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 들리는 듯했다. 그 집중력을 본받고 싶다.
10. 영화에서는 염정아가 엄마로 나온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 염정아의 극 중 딸로 출연했던 배우 김혜윤이 영화에서 주리의 친구다. 공교롭게 둘 다 염정아의 딸을 연기하게 됐는데,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나?
김혜준: ‘SKY 캐슬’ 1~2화를 보다가 혜윤이 염정아 선배님의 딸로 나오길래 이게 무슨 일이냐며 카톡했다.(웃음) ‘SKY 캐슬’을 정말 재밌게 봤는데,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연락했다. 영화 시사회에도 왔는데 아쉽게 얼굴을 못 봤다.

김혜준은 ‘미성년’을 “삶에 가까이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혜준은 ‘미성년’을 “삶에 가까이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혜준: 좋은 부담감이 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의 촬영은 현장에 나가는 것부터 배움이다.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10. ‘킹덤’으로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이번 영화로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김혜준: 촬영은 거의 동시에 해서 그런 생각은 안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지만, 사극이 처음이어서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듣고 내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쉽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미성년’을 선보였을 땐 어떤 반응이 있을지 담담하게 기다렸다. 이런 시간을 통해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혜준: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고3 때 대입을 준비하면서 진로를 정해야 하지 않나. 그 때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세게 말했다. 엄마가 성적을 올려오면 연기학원 상담을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 후로는 착착 진행됐다.
10. 중학생 때 걸그룹을 꿈꿨다던데?
김혜준: 아주 잠깐이었고 바로 접었다.(웃음) 학교에서 장기자랑을 하면 반마다 한 팀씩 나가지 않나. 끼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그 팀에 꼭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신기하다. 부끄러운데 무대에 안 올라가면 또 좀 섭섭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10. 왜 연기가 하고 싶었나?
김혜준: 특정 작품을 보고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배우가 되겠다는 것보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김혜준은 “아직 못해본 게 더 많다”면서 연기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혜준은 “아직 못해본 게 더 많다”면서 연기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혜준: 지금까지는(없다). 사실 대학교 들어가서는 기가 좀 죽었다. 잘하는 애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나도 나름 학원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말이다. 연영과 입시를 준비할 때부터 연기도 좋지만 연극심리치료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걸로 부모님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 분야를 생각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연기를 하는 데만 집중했다.
10.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김혜준: 영화 ‘블랙 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니네 세시어스 같은 캐릭터. 인간의 본질을 뚫고 들어가는 걸 경험해보고 싶다. 아직은 못 해본 게 더 많다.
10.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은?
김혜준: 평범함. 튀거나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하나의 이미지로 국한되지 않을 것 같다.(웃음)
10.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하다.
김혜준: 연기에 대한 초심과 뜨거움을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 또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될 것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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