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영화감독 오랜 꿈 이제 실현…책임감에 엄청 떨렸죠"
“감독이 되니까 한 컷까지 신경 쓰였어요. 책임감과 긴장감이 커진 탓이죠. 모니터 앞에 앉아보니 예전에 몰랐던 효과적인 표현도 알게 됐습니다. 연출하는 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인 김윤석(51·사진)이 연출과 연기를 함께 한 감독 데뷔작 ‘미성년’으로 돌아왔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중년의 가장 대원(김윤석 분)이 회사 근처 식당 여주인(김소진 분)과 바람난 뒤 두 집안의 고교생 딸들이 수습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사회 후 재치있는 연출이 돋보인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3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너무 긴장됩니다. 제 영화에 관한 기사와 평론은 아예 보지 않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마냥 재미있게만 볼 수 있는 코미디는 아니어서 관객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겁니다.”

연극 연출을 해본 그는 영화감독 데뷔를 오래도록 꿈꿔왔다.

“각자의 인생에 막연한 목표가 있을 겁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순수 창작이 아니라 원작이 있는 작품을 알게 됐고, 작가의 도움도 받아 공동작업을 했어요. 감독 데뷔가 늦은 거 아니냐고 하지만 준비가 안 되면 좋을 게 없습니다. 더 늦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시기적으로는 딱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는 2014년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열린 젊은 작가와 배우들의 창작발표회에서 이 작품을 처음 만났다. 이후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5년 만에 완성작을 내놨다.

“제목이 시사하듯 어른스러움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어요. 어른은 어느 순간 되는 게 아니라 계속 노력해야만 유지되고 발전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나이를 먹으면 남들 앞에서 이쑤시개를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감각이 무뎌져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을 모르거든요. 부지런해야 그런 감정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극 중 대원과 아내(염정아 분), 식당 여주인 등 세 명의 어른은 모두 성숙하지 못하다. 들킬까봐 현장에서 달아나려고만 하거나 분노로 치를 떤다. 불륜 행각으로 태어난 미숙아를 지켜보는 것은 두 집안의 여고생 딸들이다. 세 어른은 하나같이 미숙아를 한 번도 보지 못한다. 여고생들이 오히려 어른같다. 영화는 관객에게 과연 나는 성숙했는지 되묻게 한다.

그는 현장에서 효과적인 장면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상황과 인물을 단박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연기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경계했다.

“두 딸과 그들의 어머니 등 네 여인의 감정 변화를 포착하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그래서 은근히 클로즈업이 많습니다. 가령 염정아가 김소진을 만났을 때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그 빛나는 순간을 가까이 다가가 담아냈어요. 배우로서 경험이 많으니까 그게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지 알거든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