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썬키스 패밀리' 배우 진경

제작비 부족으로 '19금' 될 뻔
감독·배우들 합심해 반대 했죠
 영화사  두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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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고 발랄하고, 골 때리고 충격적이었어요. 아이들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성(性)’ 세계를 그린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배우 진경(사진)은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엄마 유미(진경)와 아빠 준호(박희순)가 밤마다 사랑을 나누는 ‘삐끄덕 쿵’ 소리를 가족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아홉 살 진해(이고은)의 시선으로 그렸다. 그 소리가 중단되자 위기를 직감한 진해가 가족의 행복을 찾으려 분투하는 이야기다.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게 ‘썬키스 패밀리’의 독특한 색깔이자 핵심입니다. 출발점부터 기존의 섹시 코미디와는 달랐죠.”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썬키스 패밀리’는 ‘19금’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투자 유치의 어려움으로 제작이 잠시 중단됐을 때 “19세 관람불가로 한다면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많았던 것. 하지만 김지혜 감독과 배우들이 합심해 반대했다. 진경은 “금기시된 성을 두고 가족이 함께 소통하자는 게 영화의 목적인데, 그게 빠진 채 19금 수위로 만들면 우리가 원하는 가족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썬키스 패밀리’는 2년 전 촬영됐다.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리며 최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최수종과 러브라인을 형성한 진경은 이전까지 주로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이런 점을 김 감독이 먼저 알아봤다.

“감독님이 왜 저를 캐스팅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영화 ‘베테랑’에서 제가 황정민 씨 아내로 등장해 가방을 집어 던지잖아요? 그걸 보고 ‘저렇게 소리 지르는 사람이 집에서는 유미처럼 남편한테 애교부릴 것 같았다’는 거예요.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는 안경 쓰고 괴팍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그때도 제가 살짝 웃을 때 뭔가 따뜻했대요. 전혀 그렇지 않은 캐릭터에서 저의 새로운 모습 또는 내면의 모습을 봐주신 것 같아요.”

진경은 ‘썬키스 패밀리’를 “카스텔라를 먹는데 설탕 알갱이가 씹히는 기분의 영화”라고 했다. 성에 대한 발칙한 상상력과 함께 사진·영상을 전공한 김 감독의 아기자기한 영상이 돋보인단다. 1998년 연극 무대에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진경은 여성 감독·작가의 이야기라는 점에도 끌렸다고 했다.

“이제까지 연극이든 영화든 남자 감독과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도 많았습니다. 남자 감독이 만든 여성 캐릭터는 일단 개연성이 부족하고, 감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이제는 그 여백을 채워나가는 데 도가 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럴 수밖에 없는 건가’라는 의문과 함께 갈증이 생기곤 해요. ‘썬키스 패밀리’는 그런 점에서 선물 같은 영화였습니다.”

유청희 한경텐아시아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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