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호텔' 변함없는 홍상수표 직설화법과 위트
친숙함과 기시감의 애매한 경계
영화 '강변호텔' 리뷰 /사진=해당 스틸

영화 '강변호텔' 리뷰 /사진=해당 스틸

누가 봐도 홍상수 감독 본인의 영화였다. 솔직하고 위트 있는 화법에 간간이 웃음이 새어 나오지만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느껴지는 기시감은 떨칠 수 없었다. 홍상수 감독과 그의 연인 김민희가 그린 여섯 번째 영화 '강변호텔'이다.

영화는 강변의 호텔에 묵고 있는 시인 영환(기주봉)이 아무 이유없이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두 아들 경수(권해효)와 병수(유준상)를 호텔로 부르며 시작한다. 같은 시각,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호텔에 머물고 있던 상희(김민희)에게도 선배 언니 연주(송선미)가 찾아온다.

'강변호텔'의 줄거리는 이들의 하루를 풀어내는 단순한 구성을 띈다. 교류가 거의 없었던 영환과 두 아들은 어색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가운데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눈다. 상희는 연주와 휴식을 취하며 상실의 자리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결국 끊임없이 이별 상대의 이야기를 꺼내고 상처를 곱씹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이 흐름은 위트 있는 상황과 대사들로 짜임새 있게 변화한다. 이는 홍상수 감독의 강점이자 단점. 김민희와의 열애를 공개하며 불륜 사이임을 밝힌 홍상수 감독은 그간 자신을 적극적으로 영화에 투영시켜 왔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면, 인물을 통해 스스로를 대변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홍상수 감독은 같은 방법을 차용했다. 영화 속 영환은 아내를 두고 '진짜 사랑'을 따라 집을 떠난 인물이다. 술자리에서 이를 따져 묻는 병수에게 영환은 "미안함으로 평생을 같이 살 수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아내와 이혼 소송 중임에도 뮤즈인 김민희와 함께 무려 여섯 편의 영화를 찍은 홍상수 감독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또 영환은 아내의 반응을 묻고 병수에게 조롱 섞인 비난을 듣기도 한다. 병수는 "아버지는 그냥 완전한 괴물이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인간이다. 죽을 때까지"라고 솔직한 심경을 쏟아낸다.

이토록 가족들의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남기고 떠난 영환이었지만 이제 그에게는 어느 것도 남아있지 않다. 이처럼 영화는 결국 영환의 상실감을 동정과 연민의 감정으로 끌고 간다. 그러나 현재 홍상수, 김민희의 상황을 떠올린다면 영환에게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강변호텔' /사진=해당 포스터

영화 '강변호텔' /사진=해당 포스터

이는 김민희가 연기하는 상희 역시 동일하다. 상희와 이별한 상대를 두고 연주는 "사람이 아니다"고 맹비난하며 상희가 배신당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어 "지금쯤 아내랑 잘 지내고 있을 거다"라는 말을 해 상희가 유부남과 만났음을 가늠하게 한다. 또 다시 실제 홍상수, 김민희의 불륜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상희는 영화에서 완벽한 피해자로 비춰진다. 그는 "나는 잃은 게 없다. 그냥 너무 힘들 뿐이다"고 말한다. 연주는 그런 상희에게 "기특하다"고 격려한다. 가정으로 돌아간 상대방이 배신자로 설정된 상황에서 관계의 진정한 피해자에 대한 배려나 언급은 일절 없다. 극중 인물과 가까워지기 힘든 지점이다.

흑백 화면 속 하얀 설원, 고요한 작은 마을이 배경이 되는 '강변호텔'은 철저히 자극적인 소스를 배제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캐릭터와 상황에 집중하게 되는 영화다. 그러나 인물에게 공감하고 연민의 감정을 건네기에는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언제나처럼 영화에 자신을 투영하고자 했던 홍상수 감독, 그리고 김민희의 그림자가 너무 짙기에 일어난 역효과인 셈이다.

다만 홍상수 감독의 직설적이고 위트 있는 화법은 '강변호텔'에서도 빛을 발한다. 기주봉, 권해효, 유준상, 김민희, 송선미의 노련한 연기에 군데 군데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들이 흥미롭게 어우러진다. 흑백 영화의 무거움보다는 잔잔한 웃음이 따른다. 오는 27일 개봉.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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